[김태식 칼럼] 속도

김태식

얼마 전, 대학동기회가 울산에서 있었다. 각자 살고 있는 지역을 권역별로 나누어 주관하고 있는데 이번이 울산 차례였다. 3개월에 한 번씩 만나니 자주 만나는 편은 아니다. 그것도 이런저런 사정으로 참석하지 못한 친구는 1년 만에 혹은 그 이상이 지나서 만나는 경우도 있다. 

 

특히 정기적인 모임에 참석할 수 없었던 친구를 아주 오랜만에 만나게 되면 그 친구는 더욱 나이가 들어 보이기도 한다. 부부동반으로 모임을 가지는 이번 모임에서 가장 관심을 끌었던 화두는 속도였다. 서로 주고받는 얘기가 비슷하다. 

 

이순耳順을 넘기니 세월이 너무 빠르게 간다는 얘기다. 오늘이 한 주가 시작되는 월요일이다 싶은데 돌아서면 한 주간을 마감하는 토요일이 되니 어찌된 일인지 모르겠단다. 60이라는 고개를 넘지 않으려 애를 써 보았지만 그 60이라는 나이와 타협한 지도 적게는 1년 많게는 3년이 넘은 친구도 있다. 

 

나이가 드는 만큼 시속이 빨라진다는 어르신들의 말이 실감 난다. 어린 시절 깜박깜박하는 어른들을 이해하지 못하던 우리가 이제 그 나이가 되었다. 언제 우리가 나이를 먹으리라 상상이나 했던가? 하지만 살아있는 동안 나이를 먹지 않을 수 있는 방법은 없다. 

 

또한 나이 먹는 것을 좋아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우리는 강산이 한 번 이상 변할 시간들을 속도에 실어 달렸다. 태평양에서 대서양으로 또한 인도양으로. 선상船上에서 보내야 하는 특수한 상황의 속도는 그 느낌이 사뭇 달랐다. 지금도 선상에서의 속도를 함께 달려가는 동기들이 아직 있다. 

 

우리 인생은 세월이라는 흐름의 속도를 마음대로 조절할 수는 없다. 순리를 따라야 한다. 나이가 들어가다 보면 눈은 침침하여 작은 글씨가 잘 보이지 않고 금방 했던 일을 잊어버리고 기억력이 점점 희미해지는 속도가 빠르다. 

 

간혹 아침에 가져갈 물건이 있으면 잊지 않도록 하기 위해 저녁 무렵 눈에 잘 띄게 거실 바닥에 두었지만 다음 날에는 그것을 피해 가고 만다. 궁여지책으로 물건을 신발에 담아 둔다. 신발을 신지 않고 출근하지는 않을 것이니 말이다. 

 

약속이나 중요한 계획이 있을 때 잊지 않기 위해 메모를 해 둔다. 제법 꼼꼼히 적어 두지만 나중에는 그 메모해 둔 수첩마저 어디에 두었는지 가물가물할 때가 있으니 답답할 뿐이다. 우리 동네의 재래시장을 거쳐 퇴근을 하던 며칠 전에는 50대쯤 되어 보이는 아주머니 한 분이 허겁지겁 뛰어간다. 

 

“가게 아저씨! 내 지갑 못 봤어요?? 

“혹시 내 자동차 열쇠꾸러미 못 보셨나요?? 

 

또 다른 아주머니의 얘기는 생선값은 지불했는데 생선을 담은 봉지를 그대로 가게에 두고 왔단다. 그것은 단순한 건망증이 아니라 그분들 모두 속도를 내고 있었다. 나이에 걸맞은 속도로 그 물건들을 찾으러 뛰어가고 있었다. 나이와 함께 달려가는 속도를 거역할 수는 없다.

 

[김태식]

한국해양대학교 대학원

선박기관시스템 공학과 졸업(공학석사)

미국해운회사 일본지사장(전)

울산신문 신춘문예(등대문학상) 단편소설 당선 등단

사실문학 시 당선 등단

제4회 코스미안상 수상

wavekts@hanmail.net

 

작성 2022.11.29 12:11 수정 2022.11.29 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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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