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병식 칼럼] 카를로스 푸엔테스의 '아우라'가 말하는 삶의 가장 중요한 날

민병식

카를로스 푸엔테스(1928-2012)는 파나마의 수도 파나마시티에서 태어났다. 외교관인 아버지를 따라 유럽과 아메리카 곳곳을 옮겨 다니며 성장했으며, 열여섯 살 때 멕시코로 돌아와 멕시코 국립대학에서 법학을 전공했다. 주로 멕시코의 정체성에 대해 성찰해 온 그는 정치 사회에 대한 시각뿐만 아니라 문학적으로 완벽한 구조, 실험적인 형식으로 평론가들에게 찬사를 받으며 라틴아메리카를 대표의 거장으로 자리매김했다. 

 

소르본 대학 장학생으로 사립학교 보조 교사인 펠리페 몬테로는 젊은 사학자를 구한다는 구인광고를 보고 찾아간다. 그를 맞이한 것은 복도의 어둠, 습하고 통풍이 안 되어 삐걱거리는 나무 바닥, 오래되고 눅눅한 소나무 냄새가 나는 문, 늙은 여인이 온기 없는 얼굴이었다. 노파는 ‘펠리페’에게 자신의 남편인 ‘요렌테’ 장군의 원고 들을 정리해서 출판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며 집에서 함께 지내며 일을 진행할 것을 의뢰하고 그런데 펠리페 앞에 나타난 노파를 보살피는 매력적인 여인, 아름다운 녹색의 눈동자를 가진 그녀에게 빠져버린다.

 

펠리페는 요렌테 장군의 비망록에서 부인 ‘콘수엘로’에 대해 적어놓은 이야기를 읽기 시작했다. 요렌테 장군이 그녀를 알게 된 것은 그녀의 나이 15세 때, 고양이를 싫어하는 녹색 눈을 가진 어린 인형이었고, 그러나 지금의 나이를 계산해 보니 그녀는 109살이었다. 요렌테 장군이 죽기 전 콘수엘로와 나란히 찍은 사진을 본다. 이상한 것은 요렌테 장군이 점점 펠리페, 자신처럼 보이는 거다. 심지어 콘수엘로는 아우라가 된다. 이윽고 펠리페의 방문이 열리고 한 여인이 나타난다. 초록 눈동자를 가지 아우라다. 둘은 욕망에 불타오르고 펠리페의 손이 아우라의 살결을 애무하고 둘은 사랑을 나눈다. 

 

펠리페는 콘수엘로 부인이 자신의 조카라고 소개한 미모의 아가씨 아우라에게 홀딱 반한 나머지 그녀를 이 늙은 노파의 손에서 구해 줘야 한다고 믿게 된다. 그러나 아우라는 단지 콘수엘로가 관념적으로 만든 허구, 그러니까 자신이 가장 아름답던 시절의 모습을 불러낸 상상의 산물일 뿐이었다. 펠리페는 요렌테 장군의 비망록을 보면서 아우라가 콘수엘로 부인이며 자신이 요렌테 장군임을 알게 된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한 걸까. 동시대의 사람이 아닌 그들을 연결하는 것은 바로 콘수엘로의 염원이었다. 아우라를 통한 펠리페의 사랑, 즉 자신을 사랑했던 요렌테 장군의 영원한 사랑을 확인하려 하는 것이다. 

 

'아우라'는 콘수엘로라는 할머니가 현실에서는 더 이상 불가능한 사랑을 되찾으려는 열망을 다루고 있는 서글픈 소설이다. 그녀 스스로 만든 아우라나 펠리페가 모두 자신만의 꿈이라는걸 잘 알고 있다. 콘수엘로 부인은 자신이 상상하는 사랑이 다시는 되돌릴 수 없는 젊은 시절에나 가능한 것이라는 것도 안다. 다시 찾을 수 없는 젊은 시절의 격정적인 사랑에 대한 그녀의 동경은 커져만 가고 그 욕망이 아우라를 만들어 낸다.

 

자신의 마음속에 두 개의 세상을 만들어 놓고 살지 않는 사람이 어디 있을까. 추억일 수도 있고, 상상일 수도 있다. 결국 이 소설은 늙음과 젊음을 공존시키며 인간이 갈망하고 있는 젊음에 대한 동경을 묘사하고 있다. 항상 젊음을 유지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나 그것은 부질없음을 모두가 알고 있다. 알면서도 놓치고 싶지 않은 영원함, 최고의 오늘도 지나면 추억이 되고 과거가 되는 것인데 미래에도 최고의 오늘을 추억하기 위해 끝없이 추구하는 욕망으로 변질되어 가고 욕망은 집착과 환상이 되어 나를 지배하는 욕망의 덧없음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지금의 나를 인정하기 싫은 그때의 나가 스멀스멀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하면 서서히 과거에 대한 향수, 동경이 ‘아우라’를 만든다. 과거와 현재의 단절 속에서 그 중간에는 아무것도 없다. 그저 과거로의 집착일 뿐이다. 그냥 오늘을 행복하기로 하자. 지금 주어진 내 시간이 앞으로 있을 삶 중 가장 젊은 날 아닌가. 오롯이 오늘에 충실하기로 하자. 오늘을 살고 오늘 행복하기로 하자. 과거, 현재, 미래로 이어지는 우리의 삶, 언제가 가장 중요한가.

 

[민병식]

시인, 에세이스트, 칼럼니스트

현)대한시문학협회 경기지회장

현)신정문학회 수필 등단 심사위원

2019 강건문화뉴스 올해의 작가상

2020 코스미안상 인문학칼럼 우수상

2021 남명문학상 수필 부문 우수상

2022 신정문학상 수필 부문 최우수상

sunguy2007@hanmail.net

 

작성 2022.12.07 10:42 수정 2022.12.07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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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