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의 한 연구팀이 핵전쟁 시나리오를 내놓았다. 총 6개의 시나리오인데 각 단계를 살펴보면, 핵폭발> 핵겨울> 식량 감소> 굶주림(기아)> 사망의 단계로 진행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 시나리오는 미국 럿거스(Rutgers)대 연구팀(앨런 로보크, 릴리 샤 교수)의 연구 결과로서, 학술지 ‘네이처 푸드’에 실렸고, 지난 9월 블룸버그 통신 등 외신을 통해 보도되었다.
연구는 지구상에서 전면 핵전쟁이 일어나면 1억 5,000만 톤의 연기와 더불어 그을음과 먼지가 발생할 것이고, 그로 인해 3~4년 후 세계 식량의 90% 사라질 것이라고 내다보았다. 그에 따라 기아로 사망하는 인구는 53억 4,100만 명으로 인류의 70% 가 전멸할 것이라고 한다. 거기에 이어 2년 이내에 세계인구 75% 이상이 굶주림에 처할 것으로 전망했다.
인류의 발자취를 잠시 돌아보면, 인류 역사는 냉전의 시대로부터 이성의 시대로 진행했다. 그 이후 광기의 시대를 지나, 아마 어쩌면 재앙의 시대로 진행될지 모른다. 핵전쟁이 현실화 할 수 있는 현시점에서 우리는 과학적인 예측으로 미래를 본다. 미국과 러시아 간 핵전쟁 시 사망자 수를 2억 5,500만 ~ 53억 4,100만으로 추정하며, 사망 유발 요인은 폭발, 열, 방사능, 핵겨울, 식량 감소일 것으로 예견한다. 핵폭발로 인한 직접적인 사망자 수 또한 예견 가능한 수치를 보유하고 있다. 지정학적으로 이웃해 있으면서 서로 앙숙인 인도-파키스탄 간에 소규모 핵전쟁이 발발할 시에 직접 사망자 수는 2,700만 명이며, 좀 더 큰 전쟁인 미국-러시아 간의 전면 핵전쟁 시에는 3억 6,000만 명이 전쟁 발발 즉시 사망할 것으로 예측한다.
그렇다면, 이렇게 불을 보듯 빤한데도 불구하고 인류는 언제든 불장난이 가능한 핵폭탄을 옆구리에 끼고 상대를 향해 비난과 경고를 하고 있다. 세계는 인류가 충분히 절멸하고, 지구를 수백 번 파괴하고도 남을 무서운 무기를 송두리째 지하무기고에 보관하고 있다. 상대방의 잘못, 또는 신뢰할 수 없음을 이유로 고문 행진을 하는 것이다. 여러 가상 소설과 영화에서 보듯, 지구 절멸의 핵전쟁이 언제든 발발할 수 있는 개연성이 우리에게 주는 교훈은 무엇이겠는가. 그에 대한 답은, 세상에 핵무기가 존재하는 한 인류는 핵전쟁의 위기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사실이다.
전쟁을 벌이고 전쟁을 중단하는 것도 인간이 하는 결정이다. 어릴 적 동네에서 아이들이 놀이로 하던 전쟁놀이도 점점 커지면서 패싸움이 되기도 하고, 재미있는 촌극으로 마감되기도 했다. 놀이에 지면 화가 나서 어디엔가 가서 더 크고 위협적인 놀이 기구를 가져가기도 했고, 눈이 멍들고 코피가 나고 신체에 손상을 입는 감정적인 싸움으로 번지기도 했었던 기억이 있다. 인간의 세계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국가 간의 싸움인 우크라이나-러시아 간의 전쟁을 보면서, 전쟁은 해당 국민의 삶을 피폐하게 하고 행복을 빼앗는 불행한 일임을 절감하게 된다. 오늘날 전쟁은 전 세계에 큰 영향을 미쳐서 많은 사람에게 고통을 안기는 불행한 일임을 실감하고 있다.
인류의 지난 불행한 역사를 잠시나마 돌아보자. 제1차 세계대전과 2차 세계대전은 왜 발발했으며, 인류는 그 전쟁을 통해 무엇을 얻었는가를 성찰하게 된다. 별일 아닌 듯하지만 우연한 기회로 세계대전으로 확산한 전쟁이 있는가 하면, 헛된 야망과 광기로 인해 온 세계가 전쟁에 휘말리기도 하고, 이념 대립으로 인한 집단경계와 극한대립으로 말미암아 평화와 공존이 위협받기도 했다. 이런 과정을 살펴볼 때, 지도자의 역량과 혜안, 그리고 국민의 집단지성에 기초한 끊임없는 경각심과 성찰이 매우 중요함을 알 수 있다.
이유가 어떻든 핵전쟁이 눈앞의 현실이 된 오늘날, 남의 일은 내 일이 아니라고, 그들의 삶은 우리와는 상관없다며 무관심하고 무감각하게 살 수 없는 것이 현대의 삶이다. 핵무기뿐만 아니라 지구온난화, 환경파괴, 식량 위기 등 여러 면에서 씨줄과 날줄로 얽혀있는 인간의 삶을 생각하면서, 오늘 지구 위의 밤하늘을 한번 바라보면 좋겠다. 그 광대한 공간을 유영하는 한 척의 배, ‘지구호’라는 푸른 별을 생각하면서, 핵전쟁 대신에 공존과 공영을 위한 참사랑과 지혜를 발휘하면 좋겠다. 시인은 말한다.
사람이 온다는 건
실은 어마어마한 일이다
그는 그의 과거와 현재와
그리고 그의 미래와 함께 오기 때문이다.
- 정현종, <방문객> 부분 -
우주에서 창조주는 지구를 내려다보며 말할 것이다. “참, 어리석은 존재로다. 공룡이 전멸했던 백악기의 암흑시대를 다시 겪어봐야, 제대로 정신 차리려나?”

[신연강]
인문학 작가
문학 박사
신연강 imilton@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