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태어난 세대가 그린 신의 탄생

이 동 용 (수필가/인문학자)

 

 



르네상스는 다시 태어나다라는 뜻입니다. 르네상스인들은 중세를 끝내고 근대라는 새로운 시대를 열었습니다. 중세는 말 그대로 신 중심 사상으로 일관했던 시대였습니다. 살아도 신을 위한 삶만이 인정을 받았습니다. 그렇게 천 년 동안 오직 신 바리기로만 살았습니다.

근대인들은 중세를 향해 아에타스 옵스쿠라, 즉 암흑기라는 말로 비판했습니다. 그들은 신을 빛으로 간주함으로써 스스로 장님이 되게 했습니다. 그들은 자연적인 빛을 빛으로 간주하지 않고, 천국의 빛, 아직 본 적도 없는 그 형이상학적 빛만을 동경하며 살았습니다.

중세에는 이콘’, 익숙한 표현으로는 아이콘이라는 학문이 있었습니다. 교회에 봉사하는 예술가들을 위한 학문이었습니다. 신을 그리려면 어떻게 그려야 하는지, 그 규칙을 가르쳐 주는 학문이었습니다. ‘천국의 미를 그려내는 방법을 정해 놓고 따르게 했습니다. 무엇을 보아야 하는지조차 틀에 박아 놓았습니다. 다른 형식의 그림은 용납하지 않았습니다.

르네상스의 천재들은 어둠 속에 갇혀 있던 눈을, 맹목적이었던 눈을 마침내 뜨게 했습니다. 그림이나 조각으로, 예술작품을 통해 무엇이 보이는지를 보여주었습니다. 보지 못했던 것을 보게 했습니다. 그 작품들 속에 예수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 자체가 시대적인 신선함이었고 충격이었습니다. 신을 그려도 신이 아닌 신을 그렸습니다. 한마디로 혁명이었습니다.

산드로 보티첼리의 비너스의 탄생이란 그림은 르네상스를 대표하는 그림들 중의 하나입니다. 화가는 이 그림을 1485년경에 세상 사람들에게 보여주었습니다. 한마디로 난리가 났습니다. 신의 탄생을 이야기하면서 아기 예수의 탄생을 이야기하지 않았던 것이 혁명이었습니다. 아무도 생각지도 못했던 것을 화가는 짧은 제목을 통해 말했고, 그 현상을 그림으로 대담하게 그려냈습니다. 용감했습니다. 잘못하면 이교나 이단으로 몰릴 수도 있었습니다.

여자를 그리려면 신의 어머니를 그려야 한다는 것이 기존의 생각이었습니다. 틀에 박힌 생각에서 벗어날 생각도 못했던 시절에 보티첼리는 천 년의 아성을 무너뜨릴 대담한 그림을 그려냈습니다. 성모 마리아를 그려놓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신이라 불리는 존재를 홀딱 벗겨 놓았습니다. 죄의식에 휩싸여 수치심을 느꼈던 이브의 모습도 아니었습니다.

홍조를 띈 비너스의 얼굴 표정과 짝다리를 짚으며 살짝 뒤틀린 묘한 자세는 말 그대로 시대를 바꿔놓기에 충분했습니다. 설레는 가슴으로 그 사랑의 여신을 바라봤을 근대인들의 동요하는 시선이 느껴집니다. 흥분과 두려움이 교차하는 내적인 신선한 혼란도 느껴집니다.

비너스의 탄생과 함께 르네상스가 시작되었고, ‘다시 태어남과 함께 새로운 시대의 탄생이 시대적 의미를 갖췄습니다. 새로운 세대의 탄생이 예술 작품을 통해 실현되었습니다. 비너스의 탄생은 새로운 사랑의 탄생을 의미했고, 그와 함께 세상이 변화에 돌입했습니다.

시작은 반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시작이 전체의 절반을 차지할 만큼 비중이 크다는 뜻입니다. ‘중세의 신 개념으로 굳어 있던 정신을 고대의 신 개념으로 전환하는 데는 시간이 걸려야 했습니다. 인간이 신이 될 수 있었던 고대 신들의 세계는 여전히 낯설기만 합니다. 아직도 신은 죽었다는 니체의 말 앞에서 ?’라며 반문하거나 당황하기 일쑤입니다.

신화에 의하면, ‘카오스하품이란 뜻이었고, 그 하품이 세상의 시작을 알렸습니다. 보티첼리도 비너스의 오른쪽에 바람을 그려놓았습니다. ‘산에서 온 자라 불렸던 체퓌르란 남자가 입으로 신선한 산들바람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비너스에게 영혼이 이렇게 주어졌습니다. 그 숨결과 함께 신적인 삶이 탄생했습니다. 숨을 쉴 수 있는 한, 삶은 신적인 것입니다. 비너스는 숨을 쉬며 사랑의 중심에 섭니다. 숨을 쉬며 사는 것 자체가 혁명이었습니다.

작성 2022.12.14 09:59 수정 2022.12.14 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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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