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 헨리(1862-1910)는 미국의 단편 작가로 온갖 직업을 전전, 방랑 생활을 계속하다가 은행 공금 횡령 사건으로 3년간 투옥 생활을 하기도 한 그는 투옥, 옥중에서 단편소설을 쓰기 시작, 모파상의 영향을 받아 풍자와 기지 가득한 능란한 화술과 속어로 당시의 평범한 미국인 생활을 정확하게 그려냈고, 특히 작품의 구성은 완벽, 특히 결말이 감동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작품은 오 헨리의 대표작 중 하나로 두 친구가 20년 만에 만나는 해후를 그렸다. 1900년데 뉴욕을 배경으로 한 이 작품은 경찰과 범인으로 상황이 달라져 버린 친구 사이의 우정을 다루고 있는 작품으로서, 시간적 순서를 교묘하게 배치해 놓아 극적인 감동을 자아내고 있다. 종반부에 가서 급격하게 상황이 반전됨으로써 전혀 의외의 결말을 맞이한다는 점에서 특색이 있는데 소설의 독특한 구성이 작품의 효과를 배가시켜 줄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뉴욕의 한 골목에서 어떤 험상궂은 사나이가 서 있었다. 그 골목에서 순찰을 돌던 경관이 이를 수상하게 여겨 그 사람에게 무슨 일로 여기 있는지 물어본다. 그 사나이는 자신이 20년 전 한 친구와 이 골목 앞에서 성공해서 만나자고 약속을 해 자신이 약속한 시간에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경관은 다 듣고, 혹시 더 기다릴 의향이 있냐고 묻고 나서 다시 순찰을 하러 간다. 그 이후 30분 뒤, 그 사나이는 친구를 만나게 되어 그 친구와 즐겁게 옛이야기를 하였으나 밝은 빛이 비치는 가로등 아래에 서서 보자 그 사내는 친구의 외모가 자신의 친구가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 사내가 깨달은 동시에, 친구는 그에게 수갑을 채우고 경찰서로 끌고 갔다.
경찰서에 잡혀 온 사내는 친구로 착각했던 사람에게 쪽지를 받았다.
“밥(사나이), 나는 커서 경찰이 되었고 자네와 마찬가지로 정시에 약속 장소에 있었다네. 내가 자네를 봤을 때 난 자네가 시카고 경찰이 수배 중인 사람의 얼굴인 걸 알게 되었네. 어떻든지 간에 난 차마 내 손으로 자넬 체포할 수 없었다네, 그래서 사복 경찰 한 명을 보내 그 일을 대신 하게 된 거라네." 먼저 온 친구는 사실 시카고 경찰에서 지명 수배한 악명 높은 강도범이었고 뒤늦게 온 친구로 위장한 이는 사복형사였다.
필자는 이 작품의 주제를 두 가지로 보고 싶다. 하나는 같은 환경에서 같이 놀며 함께 자랐어도, 한 명은 경찰이 되고 한 명은 수배범이 되어 정반대의 삶을 살고 있는데, 이처럼 어릴 때의 성격과 가치관, 성향은 계속 지속되는 것이 아닌 여러 환경, 여러 사람들을 만나면서 바뀌어 가는 것이고, 결국 자신의 인생 행로는 자신이 선택하는 것이라는 책임성을 강조하는 것이라고 보여진다.
나이를 먹든 먹어가든 우리는 삶에서 늘 선택의 갈림길에 놓여 있다. 어떤 것이 올바른 것인지, 어떤 것이 후회하지 않는 선택인지는 자신이 스스로 결정해야 하며, 그 선택이 인생 항로를 바꿀 수도 있고 인생의 발행을 결정하는 중요한 선택일 수도 있음을 말하는 것이다.
또 하나의 다른 주제는 경찰인 지미가 밥을 직접 체포하지 않고 다른 사람을 통해 체포하는 모습을 통해 성숙한 자의 인격의 발로, 즉 20년이 지났어도 약속을 지키려는 모습뿐만 아니라 범죄를 저지른 친구에게까지 자비와도 같은 배려를 보여줌을 통해 현대사회가 잃어버리고 사는 것들을 지적하며 사랑의 따뜻함을 다시 한번 되뇌게 하는 것이다.
[민병식]
시인, 에세이스트, 칼럼니스트
현)대한시문학협회 경기지회장
현)신정문학회 수필 등단 심사위원
2019 강건문화뉴스 올해의 작가상
2020 코스미안상 인문학칼럼 우수상
2021 남명문학상 수필 부문 우수상
2022 신정문학상 수필 부문 최우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