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상 칼럼] 뭘 위한 소유냐 예술이냐 삶이냐

이태상

한동안 ‘스타 스님’으로 ‘중’ 답지 않아 인기가 있었든 혜민 스님이 요즘엔 ‘중’ 답지 않아 그의 인기가 폭락이라고 한다. 300만부를 팔아 베스트셀러 저자였던 그는 이제 ‘라이언 봉석 주’라는 본명으로 불린다던가…
 
그의 남산뷰 자택은 4년 전 다큐에서도 소개됐고 그때도 혜민 스님은 남산뷰 자택에서 참선했고 아이폰과 맥북을 쓰는 풀소유였다는데, 그가 바뀐 게 아니고 그의 독자들이 바뀐 것 아닐까. 내가 듣기로는 그의 첫 번째 책 ‘젊은 날의 깨달음’ 부제는 ‘하버드에서의 출가, 그 후 10년’이었는데 “하버드라는 세 글자를 좀 붙여서 책을 내게 해달라”는 출판사의 요청 때문이었다고 한다.

 

그렇다면 하버드와 프린스턴대를 졸업하고 미국에서 교수를 하던 그가 중이 됐다는 점을 ‘상업성’으로 부각시킨 출판사의 안목이 적중(的中)했던 하나의 거품 현상이라고 해야 하지 않을까. 칼릴 지브란(Kahlil Gibran 1883-1931)의 우화집 ‘방랑자(The Wanderer, 1932)’에 나오는 ‘사랑과 미움’이 떠오른다.
 
사랑과 미움
 
한 여인이 한 남자에게 말하기를
‘난 당신을 사랑해요.”
 
그러자 남자가 대답하기를
“당신의 사랑을 받을 만한 가치가 내 가슴 속에 있군요.”
 
그러자 여인이 반문하기를
“당신은 날 사랑하지 않나요?”
 
그러자 남자는 여인을 응시할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러자 여인이 크게 소리쳐 말하기를
“난 당신이 미워요.”
 
그러자 남자가 다시 말하기를
“그럼 당신의 미움을 받을 만한 가치가 또한 내 가슴 속에 있군요.”
 
LOVE AND HATE
 
A woman said unto a man
“I love you.”
 
And the man said
“It is in my heart to be worthy of your love.”
 
And the woman said
“You love me not?”
 
And the man only gazed upon her and said nothing.
Then the woman cried aloud
“I hate you.”
 
And the man said
“Then it is also in my heart to be worthy of your hate.”
 
살아 숨 쉬는 동안 우리가 주고받을 것은 사랑으로 숨 쉬는 우리 삶의 축배일 뿐이 아니런가. 우리 생각 좀 해보면 인생에서 누구나 아무것도 진정으로 소유하지 못한다. 나의 목숨과 삶을 포함해서 내가 갖고 있는 것 모두 다 어떤 목적, 어떤 이유, 어떤 섭리에서 내게 주어지고 책임지어진 것이 아니랴.

 

이렇게 볼 때 이기적이고 인색한 것은 자기 자신에게나 남한테 두루 못 할 짓이고, 모두를 다 박대, 천대, 학대하는 것이리라. 이기적이고 인색한 사람들은 남에게 주고 베풀 때 그 몇 배로 자기 자신이 축복받는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하는 것 같다. 꼭 물질적으로만 아니고, 심적으로 정신적으로 주고받는 사람이 다 같이 풍요로운 삶을 누리게 된다는 사실을 말이다.
 
네가 지금 갖고 있어 소유한다기보다 맡아 갖고 있는 것에 애착을 갖고 매달리면 매달리는 만큼 네 삶이 가난해지고 황폐해져 결코 삶의 풍년을 구가하는 기쁨을 맛볼 수 없을 것이다. 거두기 전에 먼저 아끼지 말고 버리듯이 씨를 뿌리고 사랑의 땀과 이슬방울을 아낌없이 쏟아부어야 한다.
 
남을 속이고 해치면서 아무리 돈과 명예와 권력을 얻는다고 해도 (혹자는 이런 것들이 수단 방법 가리지 않고 얻을 가치가 있다 하겠지만) 진실로는 비교도 안 되게 더 큰 대가를 지불하게 된다. 다시 말해 보배 중의 보배라고 할 수 있는, 그 무엇보다 소중한 자기 자신의 자존심, 양심, 인격, 곧 자신의 진정한 자존감, 즉 (다시 말하여) 제 참된 마음과 혼을 잃어버리는 것 아닌가.
 
우리 가운데 많은 사람들이 망각하거나 인식 부족인 것 같다. 우리가 숨 쉬는 공기, 마시는 물, 먹는 음식을 오염시키고 더럽히며 변질시킬 때 우리 자신이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듯이 우리가 남을 해칠 때 실은 우리 자신을 해치는 것이 되어 가해자가 동시에 피해자가 되지 않던가.
 
비록 신의 존재나 ‘최후의 심판’ 같은 것을 믿지 않는다고 해도 남에게 못 할 짓 했을 때 마음속 깊이 가책을 느끼고 스스로에 대한 수치심을 갖게 되어 ‘쥐구멍이라도’ 찾게 되지 않던가. 따라서 마음의 평화를 잃지 않을 수 없게 된다. 그래서 자업자득(自業自得), 영어로는 What Goes Around…Comes Around, 이라고 하는 것이리라. 그리고 우리가 남을 도울 때 비록 도움받는 사람으로부터가 아니더라도 결과적으로 그 누군가로부터 내가 그 이상의 큰 도움과 복을 받게 되는 일이 비일비재(非一非再)하지 않던가.
 
어디 그뿐이랴. 소유가 아니라 사는 일 삶이라 하더라도 여기에 서도 우리는 가공적(架空的) 예술이냐 실질적(實質的) 삶이냐의 실존적(實存的) 문제에 봉착(逢着)하게 된다. 그리고 이 문제에 우리가 ‘예술이 아니고 삶’이라는 그 어떤 결말을 내린다 해도, 우리는 또 하나의 문제에 부닥치게 된다. 무엇을 또는 누구를 위한 삶이어야 하느냐는…
 
올가을 출간된 우생(愚生)의 영문판 졸저(拙著) <코스미안 랩소디(Cosmian Rhapsody)’에 수록(收錄)된 졸문 두 편: (‘소유냐 삶이냐’ 앞에서 다루어 본 첫 문제에 이어서) 둘째 문제 ‘예술이냐 삶이냐’ 그리고 셋째 문제 ‘뭘 또는 누굴 위한 삶이어야 하는가’ (2018년 12월 27일자 코스미안뉴스에 실렸음) 천착(穿鑿)해 본 글을 아래 와 같이 옮겨 보리라.

예술이냐 삶이냐 (Art or Life)
 
지난 2018년 10월 25일 세계 3대 경매회사 중 하나인 크리스티에서 인공지능(AI)이 그린 에드먼드 벨라미의 초상화가 43만 2,500달러에 팔렸다. 컴퓨터 알고리즘으로 제작한 초상화가 경매에 나와 팔린 것은 그림 경매 250년 역사상 처음이라고 한다.
어디 그뿐인가. 이미 인공지능이 소설을 쓰고, 악기를 연주하는 세상이 되었다. 그동안 의사나 법률가, 투자 상담사 등 고액의 보수를 챙기던 전문 직업인들이 전담하던 일도 인공지능이 더 정확하고 효율적이면서도 저렴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시대가 오고 있다.


일찍이 아일랜드의 노벨 문학상 수상 작가 버나드 쇼(George Bernard Shaw, 1856 - 1950)가 “모든 전문적인 직업은 일반인들을 등쳐 먹는 공모공작(共謀工作)이다. (All professions are conspiracies against laity.)”라고 갈파했듯이, 그동안 사회적 또는 문화적 특권층으로 재미를 톡톡히 보던 귀족들은 크게 한탄할 일이지만 우리 민초(民草)들은 쌍수를 들어 반겨야 할 것 같다.


이집트의 피라미드, 그리스와 로마의 웅장한 신전과 성당, 중국의 만리장성, 인도와 동남아 그리고 한국과 일본의 수많은 사찰 등을 위대한 문화유산이라고 침이 마르도록 예찬하지만, 이것들을 만드느라 얼마나 많은 노예와 (신부나 승려가 아닌) 인부들의 희생이 있었는가!


따지고 보면 있는 그대로의 자연과 우리가 사는 하루하루의 삶, 숨 쉬는 순간순간 이상의 경이롭고 기적 같은 ‘예술’은 없다. 그 이상의 ‘예술작품’이 결코 있을 수 없는데, 우리는 어찌 ‘모조품’에 불과한 그림자를 실물보다 더 애지중지할 수 있단 말인가.


꿈에서 인지 생시에서 인지 어디서 본 듯한 말이 떠오른다. "예술은 삶을 예술보다 더 흥미롭게 하는 것이다. Art is what makes life more interesting than art itself." 이 말은 세상에 열심히 삶을 사는 ‘인생 예술가’ 말고 다른 예술가란 있을 수 없다는 뜻이 아닐까. 몇 년 전 직장 동료인 아랍어 법정통역관의 딸은 신혼여행 중 파도가 세게 치는 바닷가 바위에 올라 포즈를 취하는 신랑의 사진을 찍는 순간 파도가 덮쳐 남편을 일찍 잃고 말았다. 그러니 현실이 가상현실보다 훨씬 더 이상하고, 자연이 그 어떤 인위적인 업적보다 더욱 위대하다고 해야 하리라.


우리는 결국 돌아갈 것이다. 코스모스 바다로.
 
Art or Life
On October 25, 2018, the portrait of Edmond de Belamy, the first piece of AI-generated art to come to auction at Christie’s, was sold for $432,500, signaling the arrival of AI art on the world auction stage.
 

This is no news in the light of the fact that novels are already being written and musical instruments are being played by AI.
Furthermore, professional jobs performed by highly paid-physicians, lawyers, stockbrokers, etc. are gradually going to be replaced by much more accurate, efficient and cheaper services rendered by AI.


As Irish Nobel Prize winning writer George Bernard Shaw (1856-1950) remarked, “All professions are conspiracies against laity,” this trend may be direly deplored by all the heretofore culturally and socially privileged aristocrats. But this should be enthusiastically greeted by grassroots!


Edifices like Egyptian Pyramids, Greek and Roman Pantheons and Colosseums, European Cathedrals, Chinese Great Wall, Indian and other Asian Hindu/Buddhist temples, etc., have been treasured as great assets of cultural heritage. Nevertheless, alas, one cannot forget the hard facts that so many slaves and laborers were sacrificed for them, with the connivance of high priests and monks.


Come to think of it all, there are no more miraculously wonderful ‘naturefacts’ than nature as it is, and no greater ‘artifacts’ than life as lived in earnest, breath by breath. If so, how then could one worship the imitated images of nature and life, pursuing the shadows instead of here-and-now entities?


I’m not sure where and when I noticed this sentence: ‘Art is what makes life more interesting than art itself.’ I’d interpret this as to mean that there is no other artist than ‘the artist of life itself’.


A few years ago, the daughter of a colleague of mine, an Arabic court interpreter, lost her newly wed husband on their honeymoon, while taking a photograph of him standing on a rock against the roaring sea.Therefore, perhaps, one has to say that reality is so much more stranger than virtual reality and that Nature is infinitely greater than any human achievements.
So we’ll be going back to the Sea of Cosmos, after all.

 

나 이제 내가 돼야 해 Now I Must Become Myself
 
[이태상]

서울대학교 졸업

코리아타임즈 기자

합동통신사 해외부 기자

미국출판사 Prentice-Hall 한국/영국 대표

오랫동안 철학에 몰두하면서

신인류 ‘코스미안’사상 창시

1230ts@gmail.com

작성 2022.12.17 11:15 수정 2022.12.17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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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