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석근 칼럼] 시(詩)

고석근

어제 ㅂ 독립서점에서 ‘느긋한 오후 감성, 인문학 지성이 함께. 고석근 작가의 시시詩視한 북토크’라는 긴 이름의 작은 모임을 가졌다.  

 

한 남자분이 말했다. “시시詩視한 인생, 1부밖에 읽지 않았어요.” 이 말을 들으며 나는 ‘헉! 내 책이 별로 안 좋았다는 얘기구나!’하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다음 얘기가 나를 환하게 웃게 했다. “책이 너무 좋아 단번에 다 읽기가 아까워서요.”  

 

내 글이 좋다는 사람을 만날 때마다 날아갈 듯이 기쁘다. 내게 지치지 않고 글을 쓰게 하는 힘이다. 그분은 내 글을 읽으며 시가 처음으로 좋아졌다고 했다. 나는 시 공부를 하던 아득히 먼 과거로 돌아갔다.  

 

ㅎ 출판사에서 개설한 ㅎ 문학예술연구원의 시창작과에서 시 공부를 할 때, 강사들이 참 좋은 시라고 극찬하는 시들이 내게는 아무런 감흥이 없었다. 국립중앙도서관에 가서 마음에 드는 시들을 노트에 필사를 했다. 몇 년이 지나자 노트가 수십 권이 되었다.

 

시들을 크게 낭송하며 녹음을 해서 자주 들었다. 어느 날, 귀가 열렸다. 시 구절 하나하나가 샘물처럼 가슴에 스며들었다. 동양철학의 아버지 공자는 말했다. “시를 모르는 사람을 마주하는 것은 벽 앞에 마주 선 것과 같다.”

 

인간은 언어를 사용하여 사물을 지시하고 의사를 표현한다. 눈에 보이는 것은 언어로 명확히 말할 수 있다. 하지만, 보이지 않는 것은 언어로 말하기가 힘들다. 눈에 보이지 않는 세계, 이 신묘한 세계를 표현하는 언어가 시다. 좋은 시는 우리가 막연히 알고 있거나 느끼고 있던 것을 눈앞에 선명하게 보여준다.

 

우리는 한 번도 보지 못한 세계 속으로 들어간다. 그 세계 속에서 만물은 하나로 어우러진다. 우리는 진짜 세계를 만나는 것이다. 우리는 육체를 넘어서 영적인 존재가 되는 것이다. 

 

시를 모르면 눈에 보이는 세계만 보게 된다. 그는 물질의 세계가 전부인 줄 안다. ‘소유’가 만들어낸 탐욕의 세계다. 그래서 ‘인간의 길’을 찾아가는 인문학은 시가 중심이 되어야 한다. 시로 세상을 볼 수 있어야 한다.  

 

그래서 요즘 내가 출간하는 책들은 다 ‘시시詩視한’으로 시작한다. 논리적인 언어로 이루어진 철학 중심의 인문학은 보이는 세계에서만 인간의 길을 찾아가게 한다. 

 

결국에는 ‘물질만능 사회에서 삼아 남기’가 되어버린다. 하지만 인간은 빵만으로 살 수 없다. 보이지 않는 세계를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어야 한다. 시적 상상력이 있어야 사막이 되어버린 물질지상주의의 세상에서 영원히 목마르지 않는 샘을 찾아낼 수 있다. 

 

신화학자 조셉 캠벨은 “눈부신 저녁노을을 보고 감탄하는 사람은 이미 신의 일에 참여하고 있다”고 했다.  

 

시를 모르면 감탄하지 않는 사람이 된다. 벽이 되어 버린다. 그는 물질 덩어리가 되어 있다. 인간은 물질이면서 에너지장이다. 두 세계를 자유롭게 넘나들 수 있어야 한다. 장자가 말하는 참새는 물질세계에서만 노니는 존재다.

 

대붕은 물질을 넘어서 친자자연의 이치에 몸을 맡겨 날갯짓 한 번에 수 천리의 창공을 날아가는 대자유의 존재다. 시는 참새가 대붕으로 변신하게 하는 주문(呪文)이다. 오랫동안 교직에 있다가 퇴직했다는 그 남자 분의 얼굴이 해맑다.

 

인간은 ‘상상력’으로 동물에서 인간으로 진화했다. 시를 알게 될 때 우리는 진정한 인간이 된다. 

 

[고석근]

수필가

인문학 강사 

한국산문 신인상

제6회 민들레문학상 수상.

이메일: ksk21ccc-@daum.net

 

작성 2022.12.22 12:50 수정 2022.12.23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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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