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계봉의 시론] 2023년 계묘년(癸卯年) 새해에 바란다

여계봉 선임기자

2022년 임인년도 이렇게 저물어간다. 돌이켜보면 올해는 정말 다사다난한 한 해였다. 끝날 듯 끝나지 않은 코로나19는 여전히 기승을 부리고 있고, 북한은 연일 미사일을 날리며 긴장을 조성하고 있으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고물가·고금리·고환율의 ‘신 3고(高) 현상’은 우리 경제에 상당한 후폭풍을 몰아치고 있다. 더구나 10월 말에 발생한 이태원 참사는 국민 모두에게 엄청난 슬픔을 안겨줬다. 카타르 월드컵 16강 진출 말고는 한 번이라도 큰 소리로 웃을 수 없던 한 해였다.

 

매년 연말이 되면 지난 한 해가 아쉽고 다가오는 새해에 새로운 희망과 기대를 거는 것이 우리네 평범한 사람들의 연례행사다. 그래서 필자도 새해에 이루어졌으면 하는 바램을 지면을 통해서나마 소원해 본다.

 

- 새해에는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이 빨리 끝났으면 좋겠다. 

 

새해가 다가오건만 전쟁이 끝날 기미가 안 보인다. 우크라이나·러시아 양국 국민 모두가 전쟁 지속으로 인해 고통을 강요받고 있다. 전쟁의 피해는 오롯이 두 나라 민초들 몫이지만 세계는 전쟁의 수렁에 같이 빠져들고 있다. 글로벌 공급망의 차질, 에너지·식량 위기 등 세계 경제도 휘청거리고 있다. '21세기 차르' 푸틴의 야만과 오만에서 시작된 이 전쟁은 결코 러시아의 번영을 가져다주지 않고 오히려 러시아의 미래를 암울하게 할 것이라는 사실을 푸틴과 러시아 국민들은 직시해야 한다.

 

개전 이래 러시아군 사망자가 10만 명을 넘어섰다는 12월 22일 자 전황(우크라이나 국방부 제공)

 

 

새해에는 북한이 협상 테이블에 나서면 좋겠다. 

 

북한은 올 한 해 동안 전 세계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미사일 발사를 계속해오고 있고 조만간에 핵무기 실험도 준비하고 있다. 북한이 올해 들어 탄도미사일 발사에 들인 비용이 최대 8,000억 원에 이른다고 한다. 이는 북한 전 주민에게 코로나 백신을 한 번씩 접종하는 데 드는 비용과 맞먹는다. 만약 쌀을 샀다면 북한의 1년 치 식량 부족분을 충당할 수 있다고 한다. 

북한 김정은 정권은 북한 주민들의 고통스러운 삶을 개선하기 위해서라도 미사일 발사 등 일촉즉발의 위기 상황을 조성하지 말고 비핵화 협상 테이블에 나서야 한다. 남북 간 경제교류와 문화교류를 통해 서로 윈윈(win-win)하는 관계를 구축한다면 북한으로서는 이처럼 좋은 일이 어디 있겠는가.

 

 

- 새해에는 국회의원들이 진정한 선량(選良)으로 돌아오면 좋겠다. 

 

우리나라 국회의원들은 높은 연봉과 온갖 혜택 등으로 과분한 특권을 누리는 반면, 자기 역할을 하지 못하는 '가장 신뢰받지 못하는 집단'으로 인식되어 오죽했으면 국민들로 부터 '국개의원'이라고 멸칭된다. 아니나 다를까 올해도 세밑까지 서로 싸우고 또 싸웠다. 살만한 사회를 만드는 것이 본연의 임무인 정치는 한 해 동안 국민을 더 깊은 우울에 빠뜨렸다. 안 그래도 팍팍한 삶 속에서 국민들은 정치권의 행태에 좌절하고 분노했다. 정파 이익만 대변하는 백해무익한 국개의원들께서는 새해에는 개과천선(改過遷善)해서 ′제 할 일을 바르게 다하는′ 선량(選良)으로 돌아왔으면 하는 바램이다. 

 

 

- 새해에는 노조가 법과 원칙에 의해 행동하면 좋겠다. 

 

약 2조 원의 경제적 손실을 끼친 화물연대파업은 국민의 지지 대신 따가운 눈총만 받은 채 8일 만에 끝났다. 그렇지 않아도 어려운 경제 여건 속에서 청년들은 일자리조차 구하지 못해 고통받고 있는 상황 속에서 올해도 일부 강성노조와 억대 연봉을 받는 귀족노조가 임금을 올리기 위해 수시로 파업을 강행했다. 회사가 잘 되면 임금도 올리고 상여금을 줄 수 있겠지만 회사가 어려우면 임금도 삭감하고 상여금도 줄일 수 있어야 자유 민주주의 경제다. 회사가 적자에 허덕여도 상여금을 달라고 파업을 강행하는 것은 자유 민주주의 경제가 아니다. 법과 원칙에 따라 행정을 집행해야 하는 것처럼 새해에는 노조 역시 법과 원칙에 따라 행동해 주었으면 좋겠다.

 

 

- 새해에는 사회적 약자들을 따뜻하게 배려하면 좋겠다. 

 

우리 사회는 매일같이 40여 명이 일상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는 비정한 사회다. 전쟁터에서 죽어가는 사람들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일상에서 죽어가는 사회가 우리 사회다. 그만큼 우리 사회는 슬픔과 고통이 넘치는 사회다. 직장과 일터에서 쫓겨나 추운 거리에서 배회하는 사람들, 낙오되지 않기 위해 아등바등 경쟁하지만 희망과 미래를 잊고 사는 젊은 세대들, 열심히 살아왔지만 아무런 보호 장치 없이 사회 바깥으로 떠밀려 사는 가난한 노인 세대들, 장애인으로 일생을 힘들게 살아가는 사람들, 소수자로 외면받고 살아가는 사람들, 이들 모두가 우리 이웃이다. 새해에는 힘든 이웃들과 더불어 함께 살아가는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다.

 

사회적 약자의 주거 환경 개선을 위해 땀 흘리는 서울시 집수리 자원 봉사단(서울시 제공)

 

- 새해에는 선남선녀(善男善女)들이 결혼도 많이 하고 애기도 많이 낳으면 좋겠다.

 

우리나라 인구 유지에 필요한 신생아는 2.1명이지만 올해 국내 합계출산율은 '0.7명대'로 직전 기록(0.81명)을 또다시 갱신할 예정이다. 우리나라는 OECD 국가 중에서 유일하게 출산율이 1명 이하인 국가다. 저출산도 문제지만 미혼자 비율이 급격히 증가하는 것이 더 큰 문제다. 

젊은이들이 결혼을 하지 않거나 설사 결혼을 해도 출산을 기피하는 이유에는 우리 사회의 경쟁이 너무 과열된 상태에서 이를 뚫고 아이를 유능하게 길러내기가 아주 어려운 상황으로 인식하여 '내 몸 하나도 건사하기 힘들다'는 심리적 자포자기가 깔려있다.

우리 사회의 심각한 인구절벽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보다 거시적 차원에서 사회적 문제를 진단해야 한다. 삶을 후손에게 물려주고 싶다는 자연스러운 욕구가 살아나도록 사회적 환경 기반을 조성하는 정책이 장기적으로 추진되었으면 좋겠다.

 

 

- 새해에는 정직하고 성실한 사람이 잘사는 사회가 되면 좋겠다. 

 

너무 당연한 얘기인 것 같으나 우리 사회는 정직하고 성실한 사람이 손해를 보는 경우가 너무나도 많다. 교통질서를 무시하고 얌체 운전하는 사람은 더 빨리 목적지에 도착하고, 세금이나 범칙금을 납부하지 않고 버티는 사람은 법이 바뀔 때까지 기다렸다가 세금이나 범칙금을 내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리고 정부 시책에 부응해 부동산 투기를 하지 않는 사람보다 정부 시책에 아랑곳하지 않고 부동산 투기를 일삼는 사람이 더 잘 살며, 묵묵히 자기에게 주어진 일만 열심히 하는 사람보다 청탁하며 줄 잘 서는 사람이 빨리 승진하며 요직을 차지하기도 한다. 부모 권력의 대물림으로 금수저와 흙수저의 운명은 고정되고 이러한 계급 사회에 대한 분노와 이를 해결하기 위해 가상화폐에 올인하는 한탕주의는 공정이 무너진 우리 사회의 일그러진 자화상이다.

 

이러함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가 지탱되는 것은 그래도 정직하고 성실한 사람이 아직 더 많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새해에는 정직하고 성실한 사람이 혜택은 받지 못할망정 적어도 손해 보는 일이 없는 상식이 통하는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다.

 

 

[여계봉 선임기자]

yeogb@naver.com

 

작성 2022.12.26 11:13 수정 2022.12.26 1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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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