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가의 갈대 되리
밤 되어 알무스타파 그의
어머니 묻혀있는 무덤가
삼나무 밑에 가 앉았다.
그러자 하늘로부터 빛이
땅 속에 빛나는 보석처럼
온 뜰을 밝게 비춰줬다.
온 누리 고요한 가운데
알무스타파 외쳐 말하되
잘 익은 열매와도 같이
잘 익은 포도주와 같이
그 어떤 목마른 사람의
넋을 달래줄 수 없을까
내가 길거리에라도 앉아
두 손 가득한 보석들을
행인들에게 주려고 해도
내 보석 받아주는 사람
하나 없다면 어이하나.
차라리 이렇게 될 바엔
빈 손 벌리고 구걸하는
나 걸인이 되었을 것을.
내가 푸짐하게 잔칫상을
차려 놓고 손님 기다려도
찾아오는 사람 그림자도
없다면 이를 어이 하나.
차라리 이렇게 될 바엔
떠돌아다니며 빌어먹는
나 걸인이 되었을 것을.
내가 어느 나라 공주로
한밤중에 잠에서 깨어나
은빛 찬란할 옷 걸치고
보석반지와 목걸이 하고
값진 향수 몸에 뿌린 채
밤이슬에 빛나는 황금빛
신발 신고 대궐 안 뜰을
거닐면서 두루 찾아봐도
사랑을 속삭여 줄 왕자
없다면 이를 또 어쩌나.
차라리 이렇게 될 바엔
들판에서 양떼를 몰다가
저녁이면 풀향기 밴 몸
맨발로 집으로 돌아와
밤 깊어질 때 기다려서
날 사랑하는 젊은이가
기다리고 있는 골짜기
시냇물가로 달려가는
농부 딸이 되었을 것을.
아니면 차라리 수도원
수녀라도 되었을 것을.
내 마음 향불처럼 피워
내 혼 촛불처럼 태우는.
그도 아니라면 차라리
옛날의 추억을 더듬는
할머니가 되었을 것을.
밤이 깊어 알무스타파도
밤처럼 깊어가는 생각에
다시 혼자소리로 말하되
아름답게 피어도 봐 줄
맛있게 익어도 먹어 줄
그런 사람 하나 없다면
차라리 꽃도 피지 않고
열매도 맺지 않는 나무
그런 나무 되었을 것을.
샘이 넘치는데 마실 이
없는 샘물 되는 것보다
차라리 마른 우물 되어
지나는 길손들 돌 던짐
견디기 더 쉬웠을 것을.
아무리 훌륭한 악기라도
그 악기를 타 줄 사람도
그 악기소리 들어줄 이
아무도 없는 집에 놓여
버림받은 악기가 되느니
차라리 발길에 짓밟히는
나 저 길가 갈대가 되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