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언자] 길가의 갈대 되리

칼릴 지브란





길가의 갈대 되리

밤 되어 알무스타파 그의

어머니 묻혀있는 무덤가

삼나무 밑에 가 앉았다.

그러자 하늘로부터 빛이

땅 속에 빛나는 보석처럼

온 뜰을 밝게 비춰줬다.

 

온 누리 고요한 가운데

알무스타파 외쳐 말하되

 

잘 익은 열매와도 같이

잘 익은 포도주와 같이

그 어떤 목마른 사람의

넋을 달래줄 수 없을까

 

내가 길거리에라도 앉아

두 손 가득한 보석들을

행인들에게 주려고 해도

내 보석 받아주는 사람

하나 없다면 어이하나.

 

차라리 이렇게 될 바엔

빈 손 벌리고 구걸하는

나 걸인이 되었을 것을.

 

내가 푸짐하게 잔칫상을

차려 놓고 손님 기다려도

찾아오는 사람 그림자도

없다면 이를 어이 하나.

 

차라리 이렇게 될 바엔

떠돌아다니며 빌어먹는

나 걸인이 되었을 것을.

 

내가 어느 나라 공주로

한밤중에 잠에서 깨어나

은빛 찬란할 옷 걸치고

보석반지와 목걸이 하고

값진 향수 몸에 뿌린 채

밤이슬에 빛나는 황금빛

신발 신고 대궐 안 뜰을

거닐면서 두루 찾아봐도

사랑을 속삭여 줄 왕자

없다면 이를 또 어쩌나.

 

차라리 이렇게 될 바엔

들판에서 양떼를 몰다가

저녁이면 풀향기 밴 몸

맨발로 집으로 돌아와

밤 깊어질 때 기다려서

날 사랑하는 젊은이가

기다리고 있는 골짜기

시냇물가로 달려가는

농부 딸이 되었을 것을.

 

아니면 차라리 수도원

수녀라도 되었을 것을.

내 마음 향불처럼 피워

내 혼 촛불처럼 태우는.

 

그도 아니라면 차라리

옛날의 추억을 더듬는

할머니가 되었을 것을.

 

밤이 깊어 알무스타파도

밤처럼 깊어가는 생각에

다시 혼자소리로 말하되

 

아름답게 피어도 봐 줄

맛있게 익어도 먹어 줄

그런 사람 하나 없다면

차라리 꽃도 피지 않고

열매도 맺지 않는 나무

그런 나무 되었을 것을.

 

샘이 넘치는데 마실 이

없는 샘물 되는 것보다

차라리 마른 우물 되어

지나는 길손들 돌 던짐

견디기 더 쉬웠을 것을.

 

아무리 훌륭한 악기라도

그 악기를 타 줄 사람도

그 악기소리 들어줄 이

아무도 없는 집에 놓여

버림받은 악기가 되느니

차라리 발길에 짓밟히는

나 저 길가 갈대가 되리.

 

 

 

 

 

 

 

 

 

 

 



서문강 기자
작성 2019.03.12 10:46 수정 2019.03.12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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