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석근 칼럼] 영원회귀

고석근

결혼을 앞둔 약혼자에게 손찌검을 한 예비 신랑, 이 남자를 어떻게 해야 할까? 한순간의 실수라고 싹싹 비는 이 남자를 예비 신부는 어떻게 해야 할까?

 

예비 신부는 단호히 대응했다고 한다. 그런데 나중에 살다 보니, 이번에는 어린 딸에게 손찌검을 하더란다. 이번에도 단호히 대응했다고 한다. 그 후에는 다시는 그런 일이 없었다고 한다. 만일 그 남자가 처음 폭력을 썼을 때 관대하게 대했더라면, 그 폭력은 계속 반복되고 ‘영원히’ 지속되었을 것이다.  

 

이런 논리를 편 사상가가 바로 현대철학의 아버지 프리드리히 니체다. 그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모든 것은 가고 모든 것은 되돌아온다. 존재의 수레바퀴는 영원히 굴러간다... 존재의 동일한 집은 영원히 재건된다. 모든 것은 헤어지고 다시 서로 만난다. 존재의 원환은 자신에게 충실히 회전한다.’

 

우리는 어떤 어려운 상황에 처하게 되면, 이렇게 생각하기 쉽다. ‘이 시간만 지나면 돼... 이 시간이 어서 지나가기를... .’

 

하지만 그 어려운 상황은 계속, 영원히 반복된다. 1997년 국가부도사태가 났을 때 많은 사람들이 도산을 했다. 공부모임에서 한 회원이 말했다. “그때 저의 아버지가 파산한 큰 오빠를 위해 큰돈을 선뜻 내놓았어요. 그런데 지금까지 큰 오빠는 계속 손을 내밀어요.”

 

반대의 경우도 있다. 한 회원의 아버지는 파산한 오빠에게 생활비만 주었다고 한다. “네 혼자 일어서거라!” 

 

그 오빠는 지금 안정된 생활을 하고 있다고 한다. 우리는 고통을 만날 때마다, 회피하려 해서는 안 된다. 한번 도망치게 되면, 다음에도 도망치게 되고, 계속 도망치게 되고, 영원히 도망치게 된다.  

 

고통에 맞서서 온몸으로 맞이하게 되면, 고통을 이기는 힘이 우리 안에서 솟아 나온다. 고통이 클수록 솟아나는 힘도 커진다. 우리의 내적 힘은 우주와 하나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것을 니체는 ‘운명애, 아모르 파티’라고 한다. 운명을 사랑한다는 것은 운명 앞에 항복한다는 것이 아니다. 운명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여 나의 몸과 정신을 고양시켜 나의 새로운 삶을 구성해 간다는 것이다. 

 

그래서 의연한 나의 삶이 영원히 지속되는 것이다. 니체의 영원회귀 사상을 머리로만 공부한 사람은 헛웃음을 짓게 된다.  

 

“같은 일이 계속 반독된다니?” 

 

그는 권태, 우울을 떠올릴 것이다. 하지만 몸으로 공부한 사람은 다르다. 어제 아침을 먹었지만, 오늘 아침도 먹는다. 온몸으로, 온 마음을 다해 밥을 먹으면, 삶의 기운이 솟구쳐 올라온다.

 

영원회귀 사상은 ‘카르페 디엠’이 된다. 지금 이 순간을 온몸으로 받아들이게 된다. 우리의 몸과 이 세상이 하나가 된다. 물아일체(物我一體), 범아합일(梵我合一)이 된다. 찰나가 영원이 된다. 니체는 우리에게 다음과 같이 묻는다.

 

‘네가 현재 살고 있고 지금까지 살아왔던 생을 다시 한번, 나아가 수없이 몇 번이고 되살아야 한다. 거기에는 무엇 하나 새로운 것은 없을 것이다. 모든 것은 동일하게 되풀이 된다... 너는 이 악마를 저주할 것인가? 아니면 그 악마에게 이렇게 말할 것인가? “너는 신이다. 나는 이보다 더 신적인 말을 들은 적이 없다!”’

 

한 회원이 탄식하며 말했다. “오래전에 쓴 일기장을 봤어요. 남편과의 갈등이 쓰여 있었어요. 지금도 겪는 갈등이었어요.”  

 

 

[고석근]

수필가

인문학 강사 

한국산문 신인상

제6회 민들레문학상 수상.

이메일: ksk21ccc-@daum.net

 

작성 2022.12.29 12:06 수정 2022.12.29 12:09
Copyrights ⓒ 코스미안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금지 한별기자 뉴스보기
댓글 0개 (1/1 페이지)
댓글등록- 개인정보를 유출하는 글의 게시를 삼가주세요.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Shorts 동영상 더보기
2025년 4월 25일
2025년 4월 25일
전염이 잘 되는 눈병! 유행성 각결막염!! #shorts #쇼츠
2025년 4월 24일
2025년 4월 23일
2025년 4월 22일
나는 지금 '행복하다'
2025년 4월 21일
2025년 4월 20일
2025년 4월 19일
2025년 4월 18일
2025년 4월 17일
2025년 4월 17일
2025년 4월 16일
2025년 4월 15일
2025년 4월 14일
2025년 4월 13일
2025년 4월 13일
2025년 4월 13일
2025년 4월 13일
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