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스카 와일드(1854~1900)는 아일랜드 더블린 출신의 소설가, 시인, 극작가, 동화 작가이다. 흔히 예술을 위한 예술인 유미주의 대표로 불리는데, 그는 작가 이전에 미술평론가로도 활동했고 아주 화려한 문장으로 유명하며 빅토리아 시대 가장 성공한 극작가로 영국의 근엄함과 위선을 날카롭게 풍자한 것으로 유명하다. 1881년 첫 시집을 내었고 결혼하여 아들 두 명을 두었지만, 더글러스라는 귀족 청년과 동성애에 빠지며 많은 문제가 생겨났고 더글러스의 아버지 퀸즈베리 후작이 수많은 소년들을 추행했다는 혐의로 그를 고발한 퀸즈베리 사건'으로 몰락하고 말았다. 이 사건으로 재판 후 감옥생활을 하고 출감 후 프랑스로 건너가 비루하게 생을 마감했다.
참나무 아래에서 울고 있는 젊은 학생과 나뭇가지 위에 앉아 있는 나이팅게일이 있다. 철학도인 학생이 교수의 딸을 사랑하게 되었다. 그는 교수의 딸에게 내일 열리는 왕자의 무도회에 동행할 것을 제안하였고 그녀는 빨간 장미 한 송이를 가져오면 허락하겠다고 한다. 그러나 그 어디에도 장미나무는 없었다. 빨간 장미를 구할 수 없어 슬퍼하는 학생의 눈물을 본 나이팅게일은 학생의 순수한 사랑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장미나무를 찾아 나선다.
드디어, 학생의 집, 정원에서 장미나무를 찾았다. 그리고 장미나무에게 자신의 노래를 줄 테니 빨강 장미를 달라고 한다. 그러나 장미 나무의 대답은 너무 끔찍했다. 달빛 아래에서 나무를 위해 노래를 부르며 장미의 뾰족한 가시가 나이팅게일의 심장을 관통하여 그 피로 물들여야 한다고 한다. 학생의 순수한 사랑을 위해서 보잘것없는 자신을 희생하기로 결심한 나이팅게일은 밤새 피를 흘리고 노래하여 빨간 장미를 피워 낸 후 숨을 거둔다.
"사랑은 생명보다 귀하지. 작은 새의 심장 따위는 사람의 마음에 비할 바가 아니야."
-본문 중에서
다음날 나무에 핀 빨간 장미 한 송이를 발견한 학생은 장미꽃을 들고 바로 사랑하는 교수의 딸에게 달려가 고백을 한다. 그런데 이게 무슨 일인가. 당연히 허락받아줄 줄 알았는데 꽃보다 보석이 훨씬 값지다면서 거절한다. 이미 고관대작의 조카로부터 보석을 선물 받은 그녀는 가난한 학생의 구애를 매몰차게 거절한 것이다. 학생은 교수의 딸에게 “당신은 정말 고마워할 줄 모르는군요”라고 말하며 장미꽃을 내던져 버린다. 학생은 사랑이라는 감정의 덧없음과 무의미함을 한탄하며 자신의 방으로 돌아와 먼지 쌓인 두꺼운 철학책을 꺼내 읽는다.
이들의 사랑은 무엇일까. 학생은 교수 딸의 미모를 사랑했지만 나이팅게일은 학생의 슬퍼하는 마음을 사랑했다. 그것은 타인의 목숨을 구하고 자신은 사라져간 의인의 마음과도 같다. 아무리 외관이 예쁘면 무엇 하는가. 미모는 거죽 한 한 꺼풀이라는 명언이 있듯이 껍데기뿐인 사랑은 오래가지 못한다. 교수 딸의 사랑은 어떠한가. 나이팅게일의 죽음으로 피어난 빨간 장미꽃의 숭고한 사랑보다는 물질을 택했다. 나이팅게일은 자신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학생을 위해 자신의 목숨을 바꾸었다.
작품은 말한다. 남녀의 사랑이든, 이웃에 대한 사랑이든 중심이 진실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사랑이 내 마음에 가득할 때 세상도 사랑할 수 있으며 마치 부모가 자식을 위해 모든 것을 아낌없이 주는 조건 없는 아가페적 사랑이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길거리에 누가 쓰러져 있어도 그냥 지나가 버리는 일이 부지기수인 지금, 지금 가진 것이 많으면서도 더 가지고 싶어서 안달이 난 욕심의 눈에 상대의 위급함을 구하다 자신이 쓰러져간 사람 들 덕택에 이 험한 세상이 정화된다는 것에 관심이나 있을까.
아주 평범한 필부라서 나이팅게일 정도는 못 된다고 하더라도 아가페 사랑은 못하더라도 흉내는 내보자. 한 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이하는 즈음 진지하게 생각해볼 일이다.
[민병식]
시인, 에세이스트, 칼럼니스트
현)대한시문학협회 경기지회장
현)신정문학회 수필 등단 심사위원
2019 강건문화뉴스 올해의 작가상
2020 코스미안상 인문학칼럼 우수상
2021 남명문학상 수필 부문 우수상
2022 신정문학상 수필 부문 최우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