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에 새해를 위하여

이 동 용 (수필가/인문학자)



즐거운 학문 제4권의 첫 번째 잠언은 ‘새해를 위하여’라는 말로 운을 뗍니다. 마치 샴페인을 마시며 축배사로 쓴 것 같습니다. 정말 새해를 맞이하며 썼을 것이라는 확신이 들기도 합니다. 가끔은 글을 쓰면서 없던 얘기도 만들어 내는 것이 작가의 솔직한 입장이지만, 니체의 글들에서는 그런 허구적인 말장난은 끼어들 수 없다는 것이 거의 확실합니다.


또한 니체는 늘 곧장 직진하는 방식으로 삶을 살았습니다. 좌고우면하지 않았습니다. 항상 태양을 바라보며 앞으로 나아갔습니다. 가끔은 태양을 등지고 그림자와 대화를 나누기도 했지만, 그때조차 재충전의 기회로 여겼을 뿐입니다. 가끔은 지하에서 두더지처럼 일을 하기도 했지만, 그때조차 대지로 향하는 굴을 뚫고 있었습니다. 결국에는 다시 대지 위에 두 발로 굳게 서서 신나는 춤을 추고자 했습니다. 결국에는 다시 태양을 향해, 태양 속으로 들어가고, 스스로 태양처럼 흘러넘치는 존재가 되어, 세상을 밝히는 불꽃이 되고자 했습니다.


17년의 집필 인생을 살펴보면 거의 한 해에 책 한 권씩 집필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반시대적 고찰과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그리고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만 각각 3년과 2년 그리고 또 2년의 세월이 소요되었을 뿐입니다. 게다가 1888년 늦가을부터 1889년 1월 3일까지는 말 그대로 폭풍처럼 글을 써 댔습니다. 그때는 6권의 책들이 동시다발적으로 집필되었습니다. 그러고 나서 훌쩍, 그는 아무도 따라 갈 수 없는 세계로 떠나고 말았습니다. 그렇게 마지막 11년의 세월은 말을 잊고 침묵 속에서 살았습니다. 텅 빈 범종처럼 말없이 들려주는 그 소리는 해탈의 의미처럼 신비롭게 영원과 맞닿아 있습니다.


예상컨대 광기의 세계로 들어가기 하루 이틀 전에 쓴 것 같습니다. “9월 30일은 위대한 승리의 날이다. 가치의 전도가 완성되었다. 포 강을 따라 나도 한 명의 신이 되어 무위를 즐겼다. 9월 내내 그 출판 원고를 교정하면서 휴식을 취했던 작품인 우상의 황혼의 서문도 같은 날 썼다. — 나는 한 번도 그런 가을을 체험해 보지 못했다. 또한 그런 것이 이 대지 위에서 가능하리라고 생각도 못했다. — 클로드 로랭 같은 사람이 무한을 생각하듯이 모든 날들이 똑같이 무한하게 완벽했다.” 이 사람을 보라 속에 남겨놓은 철학자의 철학적인 고백입니다. 신이 된 철학자는 자신의 아름다운 마무리를 이렇게 글 속에 담아낸 것입니다.


‘위대한 승리의 날이다.’ ‘모든 가치의 가치전도가 완성되었다.’ ‘나도 한 명의 신이 되었다.’ ‘모든 날들이 무한하게 완벽했다.’ 이런 말들은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그런 행위를 할 자격이 있으려면 우리 스스로 신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질문의 형식 속에 즐거운 마음으로 확신을 담아 놓았습니다. 철학자는 스스로 신이 되어 스스로 구원합니다.


아침놀즐거운 학문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는 모두 문학과 철학이 서로 어울리며 일종의 태극의 이념으로 신명神明 나는 철학을 연출해 냈습니다. 이 세 권을 니체 철학을 상징하는 세 개의 봉우리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새해에’ 새롭게 떠오르는 태양을 바라보며 철학자는 즐거운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습니다. “새해를 위하여 — 아직도 나는 살아 있고, 아직도 나는 생각한다. 아직도 나는 생각해야 하니까, 아직도 나는 살아야 한다. 나는 살아 있다, 고로 나는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생각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


돌고 돕니다. 뭐가 먼저인지 알 수가 없습니다. 그저 영원히 돌고 있을 뿐입니다. 이것이 ‘영원회귀’의 이념입니다. 삶과 생각은 공존합니다. 삶이 있어 생각이 가능하고, 생각이 있어 삶이 소중한 것입니다. 어느 하나는 제거하고, 다른 하나는 영원에 든다는 주장은 위로가 되지 못합니다. 그것은 진정한 임마누엘도 아닙니다. 모두 함께 즐겨야 임마누엘입니다.

작성 2023.01.09 09:20 수정 2023.01.09 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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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