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계봉의 산정천리] 계묘년 새해에는 토끼 찾아 산으로 가세

여계봉 선임기자

 

우리 민화 속에서 토끼는 생장과 번창, 풍요와 장수의 상징으로, 검은색은 지혜의 색으로 여겨진다. 용궁에 잡혀가서도, 호랑이에게 먹힐 위기에서도 지혜롭게 위기를 벗어나는 토끼는 부부애와 화목을 상징하는 동물이기도 하다. 

 

2023년은 계묘(癸卯)년, 검은 토끼의 해다. '토끼해'인데 그 많던 산토끼는 어디로 갔을까. 우리 모두 좋아하는 토끼를 찾아 가까운 산에 올라보자. 

 

화조영모도(花鳥翎毛圖), 토끼와 단풍, 국립민속박물관

 

토끼의 하얀 털처럼 눈이 보송보송 내린 설산(雪山)을 찾는다. 서울의 명산 도봉산 망월사(望月寺)에는 달과 토끼에 대한 전설이 내려온다. 대웅전 동쪽에 토끼 모양의 바위가 있고 남쪽에는 달 모양의 월봉(月峰)이 있는데, 마치 ‘토끼가 달을 바라보는 모습을 하고 있다’는 데서 망월사란 이름이 유래했다고 전해온다. 신라 시대 수도인 경주 월성(月城)을 바라보며(望) 나라의 안녕을 기원하는 의미에서 유래했다는 설도 있지만, 천년 사찰에 서린 옥토끼 이야기가 훨씬 정겹고 친숙하게 다가온다.

 

옥토끼 이야기가 깃든 도봉산 망월사

 

우리 옛 조상들은 휘영청 밝은 보름달에서 이런 모습을 보고 달에는 커다란 토끼, ‘옥토끼’가 산다고 상상했다. 이제는 달에 토끼가 없다는 건 어린아이들도 다 알지만.

 

망월사 대웅전에서 바라본 월봉

 

북한산성 입구에서 국녕사를 지나 의상봉에 오른 후 의상 능선을 따라 대서문 방향으로 길을 잡으면 시야가 탁 트이는 절벽 위에 뿔을 단 개구리 얼굴 같은 바위가 나타난다. 가까이 가면 쫑긋 선 두 개의 귀를 가진 토끼 두 마리가 입맞춤을 하고있다. 살짝 감은 둥그런 눈과 찢어진 입술, 토실토실한 엉덩이까지 영락없는 토끼다. 화조영모도에서 보듯이 우리 민화에서는 주로 토끼 두 마리가 등장한다. 달에서 계수나무 아래에서 방아를 찧는 토끼도 쌍토끼다.

 

북한산 의상봉의 쌍토끼 바위

 

너른 영암벌 가운데 홀로 우뚝하니 서 있는 영암 월출산은 ‘달이 나오는 산’이자 ‘달을 낳는 산’이다. 그리하여 영암을 비추는 달은 저편 하늘에서 솟아오르는 것이 아니라 이 산의 품에서 태어난다. 하물며 달이 나오는 산에 토끼가 없으랴. 정상인 천왕봉에서 도갑사 방향으로 내려가다가 돼지 바위를 지나서 오른쪽 구정봉 방향으로 고개를 돌리면 능선을 따라 힘차게 달려가는 토끼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영암 월출산의 산토끼

 

 

등산인들에게 가장 친숙한 건 아마도 지리산의 토끼봉(1,534m)일 것이다. 토끼봉은 지리산 주능선의 서쪽에 있는 봉우리다. 반야봉을 기점으로 24방위의 정동(正東)에 해당하는 묘방(卯方)에 있다 하여 토끼봉(묘봉, 卯峰)이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천왕봉에서 토끼봉으로 이어지는 지리의 주능선 

 

국토지리정보원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총 14개의 산이 토끼와 관련된 지명을 갖고 있다고 한다. 독자 여러분께서도 전국의 명산에 있는 토끼 바위에 올라 가족의 건강과 행복을 기원하면서 새해 소망을 빌어 보시길 바란다. 아울러 올 한해는 토끼처럼 슬기롭게 위기를 극복하고 힘차게 도약하는 한 해가 되기를 기원해 본다.

 

 

[여계봉 선임기자]

수필가

yeogb@naver.com

작성 2023.01.22 11:39 수정 2023.01.22 2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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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