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러시아 문학을 대표하는 대문호 레프 톨스토이 (1828~1910)는 도스토예프스키와 함께 19세기 러시아 사실주의 문학의 정점이자 위대한 사상가로 여겨지는 인물이다. 안톤 체호프는 "톨스토이는 모든 이를 대변한다. 그의 작품은 사람들이 문학에 거는 기대와 희망을 모두 충족시켜 준다."라고 말했으며, 막심 고리키는 "한 세기에 걸쳐 체험한 것의 결과를 놀랄 만한 진실성과 힘과 아름다움으로 표현했다."라고 말하며 톨스토이를 '세계 전체'라고 일컬었다.
톨스토이가 1886년 58세때 발간한 ‘바보이반’은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와 ‘요한복음서’ ‘참회’를 완성하고 ‘교회와 국가’를 발표하고, 작가로서 큰 사상적 변화와 생의 성장을 거친 이후의 작품이다.
어느 부유한 농부에게 세 아들과 벙어리 딸이 하나 있는데 큰 아들 세몬은 무관으로 군인이고 둘째 아들 타라스는 장사를 하는 상인이며 셋째 아들은 벙어리인 누이와 집에서 농사를 짓는 주인공이자 농부인 바보이반이다. 세몬은 높은 벼슬과 땅을 얻어 귀족의 딸과 결혼하였고 타라스도 돈을 벌어 장사치의 딸과 결혼을 한다.
두 형들은 욕심 많고 아버지와 동생들은 나몰라 한다. 동생 덕에 잘 살게 되었어도 고마워하기는커녕 냄새가 지독하다고 한 공간 있는 것조차 꺼린다. 씀씀이가 헤픈 덕에 결국 아버지에게 두 형은 재산분할을 요구하고 이반은 흔쾌히 나누어 준다.
재산분배에서도 동생의 착한 심성으로 별 마찰 없이 순조롭게 끝나자 이에 격분한 도깨비들이 형제들을 갈라놓기 위해 방해를 한다. 큰 도깨비가 작은 도깨비 셋을 불러 형제의 의를 끊어 놓으라고 지시하고 세몬과 티라스에게는 성공하지만 이반에게 만큼은 먹혀들지 않아 오히려 이반의 소원을 들어주게 된다.
두 형이 곤경에 처하고 다시 집으로 돌아왔을 때 이반은 도깨비들에게서 얻은 방법으로 형들에게 군사와 금화를 나누어준다. 형들은 각자 그것을 기반으로 각각 한 나라의 임금이 된다. 이반은 여전히 누이와 농사를 지으며 살았고 부모를 봉양했으며 늙어서 죽어가던 자신의 개와 늙은 거지를 살린다. 그 무렵 병들어 있던 공주까지 살려 자신도 왕이 된다.
큰 도깨비는 직접 세 형제를 파멸시킬 계획을 세우고, 큰 형 세몬에게 가서는 장수가 되어 군비를 증강하고 인도와 전쟁을 하게 만들어 결국 패한 세몬은 나라를 빼앗기고 떠도는 신세로 만들고, 둘째 형 타라스에게 가서는 돈으로 모든 물건을 사들여 결국 타라스가 먹을 것도 사지 못해 굶게 되는 지경까지 만든다.
마지막으로 이반의 나라에 간 도깨비는 전쟁의 방법을 사용했으나 실패하고, 금화로 수를 쓰지만 또, 실패한다. 결국 큰 도깨비는 자신의 손을 보고 게으름뱅이라며 밥도 주지 않은 이반의 누이 말라냐로부터 모멸감을 느끼고 결국 사라진다.
바보이반의 나라에는 꼭 하나의 관습이 있는데 손에 못이 박인 자는 식탁에 앉게 되지만 못이 박이지 않은 자는 먹다 남은 찌꺼기를 먹어야 하는 것이다. 이것은 말 못하는 장애를 가진 이반의 여동생도 철칙으로 삼는 생의 신조다. 밥값을 해야 한다는 것은 노동의 소중함을 알아야 하고 정당하게 벌어먹어야 하는 정직한 땀을 말하는 것이다.
이 작품은 일확천금을 노리는 무모함과 남의 것을 빼앗거나 속여 자신의 욕심을 채우려는 현대의 모든 이들을 비판하고 있다. 이 재밌는 이야기를 통해 부끄럽고 느끼는 바가 없다면 아마 당신은 도깨비의 유혹에 넘어가고 있는 중일지도 모른다.
[민병식]
시인, 에세이스트, 칼럼니스트
현)대한시문학협회 경기지회장
현)신정문학회 수필 등단 심사위원
2019 강건문화뉴스 올해의 작가상
2020 코스미안상 인문학칼럼 우수상
2021 남명문학상 수필 부문 우수상
2022 신정문학상 수필 부문 최우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