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수영 칼럼] 예술을 담는 기계, 기계를 담는 인간

박수영

현대 예술에 대한 많은 이야기 중 단연 직접적인 화두인 것은 예술적인 기술에 접근하는 기계들 속 예술가의 포지셔닝이다. 

 

인간은 이기적이고 노는 것을 좋아하는(여기서 노는 것이라 말하는 것은 무엇을 창조하거나 유희적인 부분을 말한다) 종족으로 볼 수 있다. 최근 한 교양 예능 프로그램에서 다양한 패널들이 나와 인간에 대한 이야기 중 인간은 어떠한 정보를 그냥 받아들일 때보다 서사 형식으로 받아들일 때 더 강력한 이해도가 생긴다는 의견이 나왔다. 

 

이처럼 인간은 어떠한 창의적인 서사 유희에 즐거움을 많이 얻는다고 볼 수 있다. 유희를 즐길 수 있는 수많은 정보가 기하급수적으로 많아지고 발달하는 정보의 홍수 속에서 정보를 처리하고 저장하는 1차원적인 기계의 동작에서 발전해 그 창조성에 다가가는 기계를 볼 때 약간의 경이로움과 두려움을 동시에 갖는다. 

 

최근 콜로라도 주립 박람회 미술대회 디지털 아트 부분에서 게임 기획자인 제이슨 M 앨런 (39)이 <미드 저니>라는 AI 프로그램으로 만든 작품 중 1개가 우승하여 큰 논란이 되었다. 이 프로그램은 설명을 입력하고 그림의 질감, 형태도 입력하면 그림이 나온다는 점이다.

 

그리고 중요한 사실은 어색하지 않게 요즘 현대인들이 봤을 때 좋아하는 시각적 요소, 색감, 질감을 정확히 알고 결과물로 만들어냈다는 점이다. 사실 오래전부터 AI는 이 창조적인 부분에 대해 끊임없는 시도를 하였고 어색하지만, 결과적인 결과물을 내왔으나 이제는 인간의 ‘감수성’도 넘보는 상황을 보여주는 것이다. 

 

공연예술에서도 이러한 기술과의 융합은 끊임없이 시도되어왔다. 특히 최근 진행되는 다원예술의 형태 중에는 신체와 미디어, 영상 등의 교차지점을 찾는 활발하고도 조심스러운 작업이 진행중이다. 

 

신체와 맵핑기술을 통한 낯설게 보기인 <LOOK>과 대량생산, 한국형 젠트리피케이션을 맵핑, 사운드, 움직임으로 풀어낸 <Void draw()>를 거쳐 개인의 환경에 의한 행동 습관과 장소의 연결성을 영상과 사운드, 무용으로 만들어내는 공원(박수영)은 적극적으로 정보와 축척, 그리고 영상으로 담아내는 자신만의 콜라주 지도를 만들고 있다. 

 

2020년부터 진행된 <MAP PROJECT>에서 그녀는 “개인의 역사가 모여 하나의 거대한 흐름을 이룬다”라는 주제로 작업을 진행한다. 이것은 개인이 겪었던 환경적 행동 습관에 대한 궁금증에서 온 것이라고 한다. 이 정보는 마치 맨 처음 인공지능 기계가 정보를 흡수할 때 수많은 데이터의 확률을 통해 확립되는 언어습득처럼 차곡차곡 쌓인 그것과 비슷하다. 다양한 외부적 요인으로 끊임없이 축적되는 신체적 데이터들, 공원은 그 데이터를 정리하여 폴더화를 하고 그것을 ‘인터뷰’로 저장한다. 

 

공원의 첫 번째 Processing은 기록과 폴더화. 작업은 매우 간단하면서도 방대하며 어쩌면 아날로그적일 수도 있다. 하지만 공원은 그것을 기계처럼 수행하고 그것을 저장한다. 인간은 노는 것, 유희, 그리고 말하기를 좋아한다. 그들의 입에서 시작되는 이야기는 단순한 개인의 역사 정보를 전달하는 것을 넘어 그들이 은연중에 사용하는 모든 신체적 감각 사용을 공원은 모두 놓치지 않는다고 한다. 

 

그녀의 작업의 2번째 Processing인 캡처(Screenshot)와 모방이다. 그녀의 <MAP PROJECT>는 관객이 이미 익숙하게 알고 있는 혹은 이미 그들도 사용하는 움직임들이 안무화 되는 과정을 보여준다. 처음 스페인에서 솔로로 할 때는 그 근처에 사는 일하는 사람들의 행동양식을, 불가리아 소피아에서는 불가리아 전통춤과 한국, 그리고 1999년대의 시대상을, 그리고 2022년 8월 부산에서 진행된 <MAP PROJECT>에서는 어린 시절 한국전쟁을 겪고 결혼과 이주를 통해 정착한 부산의 할머니들과 함께 지도를 만들어낸다. 

 

찰나의 영원성처럼 과정과 변형을 통해 만나는 지역의 사람들이 살아 숨 쉬는 현재 (변영미.2022) 를 만들어내는 공원의 <MAP PROJECT>는 그 지역의 장소를 비틀고 왜곡해 만든 영상을 만화경처럼 펼쳐 놓는다. 그것은 수많은 축척된 데이터를 통해 확률적 계산 후 안정적인 답을 내는 인공지능과 다른 새로운 틈새를 바라보며 안락을 버리고 진정한 위험과 불행해질 권리를 요구하는 올더스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의 야만인 존처럼 예술에 대한 자유와 새로움을 기계를 사용해 말하려고 한다. 

 

활동명 ‘공원’처럼 그녀는 모든 장르와 요소를 자신의 작업 영역에서 쉬고 움직이게 할 계획이다. 한국어 0(공, Zero) 에서 영어 1(One)을 섞어 무에서 유를 창조한다는 이야기처럼 그녀의 이야기 속 ‘01’이라는 이진법은 결국 수많은 이진법의 데이터들이 모인 또다른 장소인 공원(Park)를 만들지도 모르는 일이다 

 

예술과 기술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너무 빠르게 변화하는 전자 표현 방식의 기술은 인간적으로 만드는 일이라고 말씀하신 아티스트 백남준의 말처럼 개인의 축적된 ‘인간적인 데이터’를 예술의 어떠한 방식으로 풀어내는가. 그리고 기계가 가진 또 다른 감성을 현대 예술에서 어떻게 ‘스크린샷을 할 것인가’가 2022년 현대 예술에서 고민하고 함께 가지고 놀아야 할 또 다른 이야기가 아닐까.

 

[박수영]

미술, 영상, 무용의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드는 

독립 다원예술가로 활동하고 있다. 

2020년부터 진행된 다원예술 <Map Project>를 통해 

장소가 가지고 있는 고유성과 문화를 기반으로 한 

무용과 영상의 혼합적 작업을 진행하였고 

현재 영국과 한국에서 다양한 관객을 만나고 있다. 

https://www.hellosuyoung.com/

 

작성 2023.01.27 11:10 수정 2023.01.27 1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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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