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592년 음력 9월 1일(양력 10월 5일) 이순신 장군이 이끄는 조선 수군은 적의 소굴인 부산포를 공략하여 개전 이래 최대의 격전을 치르고 승리했다. 그러나 이날 애석하게도 선봉에서 싸우던 녹도 만호 정운 장군이 적탄을 맞고 전사했다.
제증참판정운문(祭贈參判鄭運文)은 이순신 장군이 아끼던 부하 장수 정운의 죽음을 슬퍼하며 제를 올릴 때 지은 제문이다. 부하 장수를 잃은 슬픔이 절절하게 묻어나는 명문장이다. 이충무공전서의 한문을 기초로 국역을 했다.
참판으로 추증된 정운에게 올리는 제문
제증참판정운문 祭贈參判鄭運文
아! 슬프다.
嗚呼 오호
인생에는 반드시 죽음이 있고
人生必有死 인생필유사
죽고 삶에는 반드시 명이 있나니,
死生必有命 사생필유명
사람이 한번 죽는 것은 본래 아까울 것 없건만
爲人一死固不足 위인일사고부족
오직 그대를 애석해 하며 마음 아파하노라.
惜君獨可傷者 석군독가상자
국운이 불행하여 섬 오랑캐들 재앙을 만드니
國運不幸 島夷作孼 국운불행 도이작얼
영남의 여러 성들 바람 앞에 줄줄이 무너지고
嶺南諸城 望風奔潰 영남제성 망풍분궤
길게 몰아쳐 석권하는데 향하는 곳마다 막아서는 자 하나 없어
長驅席卷 所向無前 장구석권 소향무전
서울은 하루 저녁에 흉측한 놈들이 소굴을 이루었도다.
都城一夕 兇醜成巢 도성일석 흉추성소
천리 관서로 임금의 수레는 파천하시니
千里關西 鑾輿播越 천리관서 난여파월
북녘을 바라보며 길게 통탄하니 노한 간담이 찢어지는 듯
北望長痛 怒膽如裂 북망장통 노담여열
나의 모자라고 졸렬함을 탄식하며 적을 토벌하고 섬멸할 방책 없을 때에
嗟我短拙 討殲無策 차아단졸 토섬무책
그대 더불어 의논하니 구름 헤치고 밝은 해 드러났네.
與君論難 披雲見曜 여군논란 피운견요
계책을 정하여 칼을 휘두르며 전선을 이어 나갈 때에
計定揮劒 戰艘相連 계정휘검 전소상련
죽음을 무릅쓰고 앞장서서 나아가니
決死掛席 冒刃先登 결사괘석 모인선등
왜적들 수백 명이 일시에 피 흘렸고
倭奴數百 一時流血 왜노수백 일시유혈
검은 연기 하늘을 뒤덮고 해는 동쪽에서 슬픈 구름 드리웠도다.
黑煙漲天 日東愁雲 흑연창천 일동수운
네 번이나 싸워 이겼으니 이 누구의 공이었던가
四度報捷 是誰之功 사도보첩 시수지공
종묘사직 회복할 날 기약할 만하였더니
恢腹宗社 指日可期 회복종사 지일가기
그 뜻을 어찌 알리오.
豈意 기의
신과 하늘이 돕지 않아 모진 적탄에 맞았으니
神天不佑 毒丸遽及 신천불우 독환거급
저 푸른 하늘의 뜻은 정말 알기 어렵구나.
彼蒼者天理宜難究 피창자천리의난구
배를 돌려 다시 쳐들어가 원수를 갚고자 맹세하였으나
回船更突 誓欲報怨 회선경돌 서욕보원
날은 또 문득 저물고 바람 또한 고르지 않아
日且奄暮 風亦不順 일차엄모 풍역불순
소원을 이루지 못해 평생의 원통함이로다.
未遂所願 平生之痛 미수소원 평생지통
어찌 여기까지 왔는지 말과 생각이 여기에 이르니
豈過於此也 言念及此 기과어차야 언념급차
원통함이 살을 에는 듯하구나.
痛若割肌 통약할기
믿을 사람은 오직 그대였는데 앞으로는 어이하리
所恃者君 更將何爲 소시자군 경장하위
진중의 모든 장수들 원통해하기 그지없다오.
一陣諸將 痛惜無已 일진제장 통석무이
집에 계신 백발의 부모님은 장차 누가 모실는지
鶴髮在堂 已矣誰將 학발재당 이의수장
품은 원한 황천까지 뻗쳐 언제 가서야 눈을 감을지
抱恨窮泉 曷時瞑目 포한궁천 갈시명목
아! 슬프다. 아! 슬프다.
嗚呼 痛哉 嗚呼 痛哉 오호 통재 오호 통재
그 재주 다 못 펴고 지위는 덕을 채우지 못했으니
才不展時 位不滿德 재불전시 위불만덕
나라와 가정의 불행이고 군사들과 백성들의 복 없음이로다.
邦家不幸 軍民無福 방가불행 군민무복
그대 같은 충의는 고금에 드물었으니
如君忠義 古今罕聞 여군충의 고금한문
나라 위해 던진 몸 죽어도 오히려 살았도다.
爲國忘身 有死猶生 위국망신 유사유생
한 많은 이 세상 그 누가 내 마음 알아주랴.
長恨世間 誰識我心 장한세간 수식아심
슬픔을 머금고 극진한 정성 담아 한잔 술 바치노라.
含哀致誠 遥奠一酌 함애치성 요전일작
아! 슬프다.
嗚呼 痛哉 오호 통재
註) 국역: 이순신전략연구소장 이봉수
이 제문을 일찍이 노산 이은상 선생이 미려한 문장으로 국역을 했다. 자세히 들여다보니 시조시인답게 문학적 운율과 절묘한 의역도 곁들여 수준 높은 번역을 하셨다. 후학으로 노산의 번역문을 참고하여 가급적 직역에 가까운 번역을 했다.
이순신전략연구소
소장 이봉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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