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랑스 보르도 출신의 장자끄 쌍뻬(1932~ )는 프랑스에서 데생의 일인자로 꼽히는 세계적 그림 작가이다. 1960년 '르네 고시니'와 함께 ‘꼬마 니콜라’를 만들며 삽화가로서의 명성을 얻었고, 1991년 파트리크 쥐스킨트의 ‘좀머 씨 이야기’의 삽화를 그렸고, 오늘 소개할 짧은 그림 소설 ‘자전거를 못 타는 아이’ 등은 영화나 희곡을 단 한 편의 데생으로 요약할 수 있는 그의 능력을 여실히 드러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라울 따뷔렝'은 따뷔렝 자전거포의 주인이다. 동네사람들은 자전거를 자전거라 부르지 않고 ‘따뷔렝’이라고 부른다. 그만큼 ‘따뷔렝’은 자전거 전문가다. 그러한 그가 치명적인 약점이 하나 있으나 아이러니하게 자전거를 타지 못한다는 거다. 그는 어떻게든 자전거를 타려고 자전거의 부품을 연구하고 계속 다치면서도 타려고 노력했지만 결국 실패하고 만다.
자전거에 능통한 따뷔랭은 자전거포 주인이 되고 뛰어난 자전거 수리 능력을 갖게 된다. 어느 날 사랑에 빠진 여자 '조시안’에게 따뷔렝은 그 자신의 비밀을 고백하기로 마음먹는다. 그러나 사랑 고백을 기다리던 그녀는 ‘따뷔렝’이 놀리는 것이라 생각하고 화를 내며 떠나 버린다. 이 경험 뒤에 그는 그 비밀을 끝까지 지키기로 마음먹는다.
어느 날 마을에 사진사 '르베 피구뉴'가 오게 되고 자전거를 타는 따뷔렝을 찍고 싶어하는데 계속 피하지만 결국 자전거를 타게 된 '따뷔렝'은 언덕을 내려오다가 굴러 떨어지고 그 순간을 포착해 찍은 '르베 피구뉴'는 결국 한순간에 유명 인사가 된다. 그런데 그 사진은 카메라를 땅에 떨어뜨리면서 찍힌 우연한 사진이었다. 따뷔렝은 그런 사진은 사기라고 생각해 르베 피구뉴에게 말하자 피구뉴는 자신은 항상 중요한 순간을 포착해 찍지 못하는 사진사였다고 고백하고 여행을 떠난다.
피구뉴가 여행에서 돌아오자 따뷔렝은 자전거를 못 타는 자신의 비밀을 고백한다. 자전거 박사인 따뷔렝은 자전거를 못 탄다는 트라우마 있었고 자신이 자전거를 타지 못한다는 사실을 아무도 믿지 않자 본의 아니게 진실을 숨기며 살아가던 중 제대로 된 사진을 찍어본 적 없는 사진사인 피구뉴가 먼저 자신의 컴플렉스를 드러내자 자신도 콤플렉스를 드러내게 된다.
어떤 분야에 대해 전문가라고 해도 책으로 학습한 것과 경험으로 취득한 것은 다르다. 이는 영문학을 전공했다고 해서 영어 회화 구사 능력이 뛰어난 것은 아니라는 것과 같다. 영어 회화는 학원을 다니거나 영미권 문화에서 살면서 많은 사람들을 만나며 습득하는 언어이지 문학이 아니기 때문이다. 즉, 영문과를 나와서 영어 회화를 잘 할 수 있다는 것은 고정관념이다. 반대로 경험이 없이 이론의 습득 및 다른 스킬을 가지고 뛰어난 역량을 발휘할 수도 있다. 우리나라 저 여자 국가대표 감독 '스테파노 라바리니'라는 이탈리아 출신의 배구 감독이 그 경우이다.
그는 배구 현역선수로 뛴 적이 없는 사람이면서도 16세부터 배구팀 코치로 활동했다고 한다. 현대 배구에 맞는 전술과 체계적인 훈련 프로그램으로 대표되는 그는 우리나라 여자배구팀을 2019년부터 맡아 2021년 도쿄 올림픽 4강까지 올려놓았다. 그에게 선수 생활이 없다는 경험은 그의 코치 경력에 아마도 불리한 점으로 작용했을 수도 있다. 그런 그가 세계적으로 유명한 감독으로 불리고 있는 것은 안 보이는 곳에서 피나는 노력이 있었을 것이다. 배구선수 출신이 아니라서 훌륭한 지도자가 되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이 경우도 고정관념이다.
같은 부모가 낳은 자식 중에서도 한 번에 면허시험에 합격하고 자동차를 능숙하게 잘하는 아이가 있는가 하면 몇 번을 떨어지고 겨우 붙은 후에도 되도록 운전을 기피 하는 아이도 있다. 작가는 타인에게 함부로 고정관념을 가져서는 안 된다는 것들 말하고 있다. 그냥 열린 마음으로 서로를 바라보자는 것이다. 서로 그냥 있는 그대로를 인정하고 그 사람이 가진 장점 점 자체를 좋아하자는 것이다.
[민병식]
시인, 에세이스트, 칼럼니스트
현)대한시문학협회 경기지회장
현)신정문학회 수필 등단 심사위원
2019 강건문화뉴스 올해의 작가상
2020 코스미안상 인문학칼럼 우수상
2021 남명문학상 수필 부문 우수상
2022 신정문학상 수필 부문 최우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