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석근 칼럼] 교육

고석근

나의 제자들이여 나는 홀로 가련다! 너희도 각각 홀로 길을 떠나라! 내가 바라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영원히 제자로만 머문다면 그것은 스승에 대한 도리가 아니다. 너희는 어찌하여 내가 쓰고 있는 월계관을 낚아채려 하지 않는가? 너희가 모두 나를 부인할 때에야 나는 너희에게 돌아오리라. 

 

 - 프리드리히 니체,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에서 

 

 

사이비 종교에 한번 빠지면 다시는 빠져나올 수 없다고 한다. 왜 그럴까? 끝까지 신도를 구원하고 싶은 교주의 마음 때문에?

 

보통 사람들은 이게 아니라 다른 세속적인 탐욕이 그 아래에 깔려 있다는 것을 다 알고 있다. 니체는 스승다운 스승을 차라투스트라의 입을 빌려 말하고 있다.

 

“제자들이여 나는 홀로 가련다! 너희도 각각 홀로 길을 떠나라! ... 내가 바라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영원히 제자로만 머문다면 그것은 스승에 대한 도리가 아니다.”

 

교육은 영어로 education이다. 어원을 살펴보면 ‘e(밖으로) + ducare(이끌어내다)’이다. 철저하게 이렇게 가르침을 편 사람이 바로 서양철학의 아버지 소크라테스다. 그래서 그는 인류의 사표(師表)로 추앙을 받고 있다.

 

그는 아고라 광장에서 수업을 했다. 대화를 통해 상대방이 스스로 지혜를 터득하게 했다. 그래서 그의 교육법을 산파술이라고 한다. 산파가 아기를 산모에게서 받아내듯이 그는 사람들 마음속에서 지혜를 받아내는 것이다.

 

나는 오랫동안 인문학 강의를 하며, 수강생들이 인문학에 대한 일반적인 지혜들을 이미 알고 있다는 무서운 사실을 깨달았다. 그들은 니체, 소크라테스, 프로이트, 플라톤, 비트겐슈타인. 들뢰즈... 등 뛰어난 철인들의 사상을 이미 알고 있는 것이다.

 

단지 그들은 무의식적으로 알고 있다. 언어로 명확히 말하지 못할 뿐이다. 스승이 할 일은 그들이 무의식적으로 알고 있는 것을 의식적으로 깨닫게 도와주는 일이다. 우리는 철학 등 인문학이 어렵다고 말하지 말아야 한다. 흔히 전문가들은 일반대중에게 지식을 가르치려고만 든다.

 

 “이건 전문 용어라 어렵습니다.”라고 하면서 자신이 배운 외국어로 말한다. 인문학적인 지혜를 배우는데, 반드시 원어를 알아야 하는가? 

 

물론 전문적인 공부를 하려면, 명확한 개념의 이해가 필요하다. 하지만 일반 대중이 살아가는 지혜를 배우는데 명징한 개념의 정의가 반드시 필요하지는 않을 것이다. 예수나 석가 공자 같은 성인들이 전문적인 용어를 쓰면서 가르침을 편 적이 있던가? 그래서 현대철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니체도 자신의 철학에 대해 개념 정의를 하지 않는다.

 

중요한 건, 그의 철학을 통해 삶의 지혜를 얻는 것이니까. 배움은 스승의 도움을 받으며 스스로 깨쳐나가야 하는 것이니까.

 

줄탁동시(啐啄同時)라는 말이 있다. ‘줄(啐)’은 병아리가 알을 깨고 나오기 위해 쪼는 것을 의미하고, ‘탁(啄)’은 어미 닭이 알 밖에서 쪼며 병아리가 태어나도록 돕는 동작을 의미한다.

 

이 둘이 동시에 이루어질 때, 병아리는 알에서 안전하게 깨어나는 것이다. 교육도 이와 같은 것이다. 스승은 지식 주입식 교육을 하지 말아야 한다. 제자가 자신의 틀 속에서 스스로 깨어 나오려 분발할 때, 스스로 깨고 나올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깨고 나오면 제자는 이제 스스로 길을 찾아가야 한다. 스승도 홀로 자신의 길을 갈 수 있어야 한다. 기형도 시인은 그의 시 ‘전문가’에서 이 시대의 벌거벗은 전문가의 모습을 보여준다. 

 

이사 온 그는 이상한 사람이었다

그의 집 담장들은 모두 빛나는 유리들로 세워졌다

 

골목에서 놀고 있는 부주의한 아이들이

잠깐의 실수 때문에

풍성한 햇빛을 복사해내

그 유리담장을 박살내곤 했다

 

하지만 전문가는 온유하다. ‘그러나 얘들아, 상관없다/유리는 또 갈아끼우면 되지/마음껏 이 골목에서 놀렴’ 이때 한 아이가 의견을 내놓는다. ‘견고한 송판으로 담을 쌓으면 어떨까’ 하지만 그는 즉시 골목에서 추방된다. 

 

이 시의 결말은 그로테스크하다. 지구의 종말 같다.  

 

어느 날 그가 유리 담장을 떼어냈을 때, 그 골목은

가장 햇빛이 안 드는 곳임이

판명되었다. 일렬로 선 아이들은

묵묵히 벽돌을 날랐다

 

우리는 전문가에게 의존하지 않으면 살 수 없게 되어버렸다. 번쩍이는 유리 담장은 애초부터 필요가 없었는데. 

 

우리는 벽돌의 성채에 갇혀버렸다. 쉼 없이 벽돌을 만들어야 하고, 쉼 없이 벽돌을 날라야 하고, 그 벽돌로 만든 집에서 한평생을 살아야 한다.

 

[고석근]

수필가

인문학 강사 

한국산문 신인상

제6회 민들레문학상 수상.

이메일: ksk21ccc-@daum.net

 

작성 2023.02.16 12:21 수정 2023.02.16 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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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