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관식의 한 자루의 촛불] 문인다운 문인들의 만남

김관식

최근 들어 지방자치제들을 위시해서 가문이나 제자들이 자기 스승 가운데 시인, 소설가 등 문학인들을 기념하기 위해 문학관을 건립하는 붐이 일어나고 있다. 

 

모두들 잘 알려진 문인 중에서 지역 연고가 있는 분을 지방자치제에서 내세우기도 하고 고대소설에 나오는 인물 캐릭터를 내세워 고장의 이미지를 쇄신시키려 노력하고 있다. 

 

남원의 춘향이, 장성의 홍길동, 곡성의 심청, 강서의 허준 박물관 등등 고장과 관련된 고전작품의 주인공을 캐릭터로 고장의 상품 브랜드로 활용하는가 하면 가공의 인물을 실제의 인물로 꾸미기도 한다. 자기 고장을 알릴 수 있다면 살아있는 문인들까지도 끌어와 문학관을 짓고 자기 고장을 알리는 사업에 치중하고 있다.

 

특색 있는 지자체의 브랜드나 축제문화를 만들어 고장을 알림으로써 자기 고장의 생산품의 판로를 개척하고 외지에서 오는 관광객들을 모아 지역민들의 소득을 올려 보겠다는 것이야 찬성할 일이나 신중한 검토 없이 우후죽순 인물 내세우기, 캐릭터 산업 등을 내세워 고장의 소득과는 무관한 일을 하기도 하고 어떤 고장에서는 자기 고장의 인물이 아니라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문인들의 시비를 건립하는 등 그야말로 시인 추앙의 문화국가가 되어 환영할 일이나 우리나라가 언제부터 문인을 추앙 했는가. 

 

꼭 문인만이 나라를 위해 훌륭한 일을 했는가? 아니다. 그것은 군사문화 일색에 대한 반발에서 비롯된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옛날에는 문인들보다 무인들을 내세웠다. 이순신, 김좌진, 유관순, 윤봉길 등등 독립투사는 물론 무장공비들에게 죽은 이승복 기념관 등등 국민들을 한 가지 정신으로 뭉치게 하기 위해 내세우기도 했던 반동 효과로 문인들을 내세우고 있는 것이 아닌지 모르겠다. 

 

그래서 이름을 남기려면 문인이 되어야겠다고 뒤늦게 공직이나 사업에서 은퇴하면 문단에 등단하여 끙끙거리며 작품을 쓰는 작가들이 많아졌다. 그러나 문제는 이름을 남기려는 의욕이 넘치나 거기에 비해 작품에 온 힘을 기울이는 문인들이 매우 드물다는 점이다. 문인이 되겠다는 사람들은 옛날부터 훌륭한 스승의 가르침을 받았다. 수년 동안 고생고생하며 문학인으로서 갖추어야 할 정신을 선배 문인들이 예비 문인들에게 먼저 가르치고 곁들여 작품지도를 해서 문단에 추천해서 문학 활동하게 했다. 그게 등단이었다. 

 

그러나 오늘날 그 제도가 인쇄업자들이 잡지를 창간하고 등단제도를 만들어 문인의 정신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작품 수준이 미달된 사람들까지도 선배 문인들의 이름을 팔아서 내세우고 무자격문인을 무수히 등단시키고 각종 문인단체를 조직하고 그들을 회원으로 가입시켜 회비를 받고 몇몇 사람들이 감투를 쓰고 문단 모리배들을 많이 거느리는 문인 대장 노릇에 맛을 들였다. 회원들의 회비로 회원들을 위하기보다는 자기 패거리끼리의 명리적 가치 추구 노름에 회원들을 끌어들여 문인인지 장사꾼인지 모를 감투싸움들만 일삼는 우스운 꼴을 어찌할 것인가. 

 

그렇게 패거리들을 많이 거느리면 유명해지고 자기 문학관이 세워지는 것이리라는 착각을 하는가 보다. 설혹 그러한 위인들이 패거리들을 많이 거느린 효과를 발휘하여 문학관이 건립되기도 하겠지만 정작 후손들에게 그 얼마나 부끄러운 짓이겠는가? 문인은 글을 써야 하고 선생님은 어린이들을 잘 가르쳐야 한다. 모두 스승 없이 장사꾼들의 손에 의해 등단한 문인들은 작품을 쓰겠다는 생각보다는 각 지방자치제 문인대표가 되어 지역유지 행세를 하겠다는 명리적인 가치를 좇아가기 일쑤일 것이고, 마치 자신이 작품을 잘 쓰는 문인인 것처럼 착각이 들어 우쭐거릴 수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 옛 문인들은 선비로서 존경을 받아왔다. 그러나 오늘날 문인들에게서는 선비정신을 찾아보기 어렵고 감투 정신에 투철한 문인들이 많아졌다. 이들을 누가 길러냈는가? 그들에게는 스승이 없다. 몇 푼의 거래로 문인 자격증을 사서 문인행세를 하려 드는 스승 없이 자란 사이비문인일 수밖에 없다. 그러니 행동도 그에 걸맞게 바르지 못한 자세에 대한 아무런 죄책감이 없다. 자신이 부끄러운 줄을 모르는 철면피가 된 思盲無智人인이 되어버렸기 때문이다. 

 

또한 문학상 상금을 노린 상금 사냥꾼으로 전락한 신춘문예 제도도 문제이지만 신춘문예 등단했다고 건방을 떠는 우스운 꼴도 선비정신이 없는 탓이다. 신춘문예 심사자들이 작품 속에서 그 사람의 됨됨이를 읽어내야 하는데 심사위원조차도 그것을 읽어낼 능력이 없으니 기능만 뛰어난 문인을 뽑아내는 것이다. 이래저래 신춘문예 등단자 300여 개의 문학잡지에서 무자격으로 등단시키는 문인 등을 합하여 우리나라 문인이 줄잡아 3.4만 명쯤은 되리라 본다. 

 

앞으로 몇 년만 지나면 동네 골목에서 시인님하고 호명하면 모두 뒤돌아보는 사람이 열 명 중 8.9명쯤은 되지 않을지 모르겠다. 그런데 출판계는 불황이다. 그 많은 문인들이 책을 사본다면 출판계는 호황을 누릴 것인데 책도 안 사보고 자기가 작품이 발표된 잡지를 몽땅 사서 등단 선물로 나누어주는 인심 좋은 문인 광고시대가 되어버렸다.

 

선비정신을 갖고 대중들이 깨우치지 못한 점에 대해 문학작품으로 자극을 주고 그들의 아픔을 작품 속에 반영하여 즐겁게 읽는 건전한 문학 풍토와 출판풍토가 자리 잡아야 우리 사회가 바로 선다. 문인은 우리나라의 정신을 이끌어가는 정신적인 지도자들이다. 그들의 정신이 명리적인 가치를 좇아 좋은 작품 쓰는 데는 신경을 쓰지 않고 스님이 염불에는 딴전을 피우고 잿밥에만 신경을 곤두세우듯 작품을 쓰지 않고 비민주적으로 오물딱쪼물딱 문학단체 감투 자리나 차지하고 회원들 회비나 축내는 비도덕적인 문인이 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문인은 국민의 스승이 되어야 한다. 스승이 바르지 않고서야 이 사회는 바로 서지 않는다. 문인이나 스승이 먼저 민주주의 질서의 모델링이 되어야 한다. 문인들이 모이면 작품을 어떻게 쓰는 것이 좋겠냐는 정보교환과 자신이 현재 쓰고 있는 작품 이야기를 나누며 풍류를 즐겼던 옛 선비들을 보라. 비록 떠돌이 김삿갓도 풍류를 즐기는 선비들 틈에 끼어 시 한수로 술 한 잔, 밥 한 끼, 하룻밤의 잠자리를 구걸했다. 

 

오늘날 나는 무엇을 하려고 문인 되었는가? 어떤 문인이 참다운 문인인가 요즈음 영화화되어 개봉이 된다는 동주 영화를 감상하시고 자신을 뒤돌아보시길 바란다. 최근에는 출판계의 불황이어서 원고료를 주는 출판사도 없지만 원고료 수입을 노린다거나 자기 책을 공짜로 출판할 수 없는가 살피기, 문인 감투 노름으로 심사로 명목으로 몇 푼의 이익 챙기기 등 명리적인 가치를 좇아본들 오래가지 못하고 허망하다. 

 

허균은 몰라도 작품 속에서 위대한 영웅을 만들어낸 홍길동은 누구나 기억한다. 문인은 자기 이름을 억지로 남기려면 추악한 이름으로 남는다. 오직 좋은 작품을 남겨 작품 속의 인물을 창조해내면 자기 이름도 남게 되는 것이다.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는 속담을 이에 적용하면 호랑이는 죽어서 쓸모도 없는 가죽을 남기고(난방장치가 잘 되어 굳이 호랑이 가죽이 필요 없음) 문인은 죽어 냄새나는 감투를 남긴다. 

 

문인은 죽어서 작품을 남겨야 한다. 돈키호테를 남긴 세르반테스는 살아있을 때 매우 참혹한 삶을 살아오며 혼신의 힘을 다해 돈키호테라는 명작을 남겼으나 사람들의 관심을 끌지도 못하고 인정을 받지도 못했다. 죽은 뒤에서야 작품의 가치를 인정받아 오늘날 성경 다음으로 많이 읽기는 명작이 되었다. 살아있을 때 이름을 남기려고 되지도 않는 작품을 과대 포장하는 무리를 하면 냄새나는 작품을 남기게 된다. 

 

그리고 문인들이 모이면 다른 단체나 잘나가는 문인을 헐뜯고 비난이나 일삼는 문인 모임은 장사꾼들의 모임이나 진배없다. 거기에는 술 얻어먹으려고 찾아오는 김삿갓 같은 문인은 볼 수가 없다. 잡상인들만 들끓는다. 김삿갓 같은 작품을 말하는 시인묵객들이 만나 문학을 이야기하는 아름다움 문인의 만남이 되어야 할 것이다. 

 

이 글을 발표한 뒤부터 필자의 귀가 가려 울 것만 같다. 너무 신랄하게 문학계의 각성을 촉구하는 필자를 예의 없는 사람이라고 씹고 싶은 마음이 든다면 나는 정말 선비정신을 갖은 참다운 문인의 길을 걷고 있는 문인일까? 한 번쯤 냉철하게 자신을 뒤돌아보기 바란다. 

 

문인들끼리의 만남이 서로의 인격을 나누는 선비다운 만남이 이루어져야 하고, 서로에게 정신적인 도움이 되는 만남이 되어야 할 것이다. 부질없는 헛된 욕심으로 고귀한 문인으로서의 품위를 잃지 않기를 바란다. 그 지혜는 성경의 전도서 1장 1절부터 18절에 담겨 있다.

 

[김관식]

시인

노산문학상 수상

백교문학상 대상 수상

김우종문학상 수상

황조근정 훈장

이메일 : ​kks41900@naver.com

 

작성 2023.02.20 10:51 수정 2023.02.20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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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