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동규 기자의 눈] 신화 다시보기

신화를 보는 올바른 관점

후삼국시대 신화의 변천을 통해 본 신화의 현실 반영성 여부

 



성공신화’, ‘불패신화와 같이 신화는 오늘날에도 자주 쓰이는 단어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우리나라의 신화라고 하면 고대국가인 고조선, 부여, 고구려, 백제, 신라, 가야 등 건국신화를 먼저 떠올린다. 현대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와는 동떨어진 문화를 지닌 소재로 생각한다.

 

보통 사람들은 신화를 정통성형성의 도구로 생각해 고대국가의 건국신화에만 신화가 존재한다고 인식한다. 그러나 중세의 후삼국시대에도 후백제의 견훤, 후고구려의 궁예, 고려의 왕건은 각각 건국신화를 만들어 활용했다. 다만, 후삼국의 신화 중 고려의 신화만 널리 인정받았는데, 그 이유는 중세시기의 이념을 적절히 적용했기 때문이다.

 

고대시대에는 지도자는 하늘에서 내려온 신이(神異)존재이고 피지배자는 미천한 존재라는 인식이 있었다. 이러한 인식은 중세에 들어와서 변모한다. 신분의 차이는 있지만 혈통적으로 다 같은 사람이라는 인식이 대중들에게 확산되는데, 이를 흔히 중세적 보편주의라고 부른다.

 

후백제와 후고구려의 신화는 건국의 주체인 견훤과 궁예가 신이한 존재의 후손이거나 특별한 능력을 지닌 존재로 묘사된다. 견훤은 혈통적으로 민간에서 태어난 신라 왕실의 후손이며 탄생 또한 백제 무왕의 탄생설화와 유사하다. 궁예 역시 신라 왕실의 후예이나 비극적 어린 시절을 지냈고 스스로가 관심법을 쓰는 미륵이라는 미륵사상을 강조했다. 둘 다 신성성과 현실성의 조화를 이루지 못했고 결국 도태되었다.

 

견훤과 궁예와 비교해 보면 왕건의 혈통은 평범하다. 물론 왕건의 건국신화 또한 신성성을 지닌 존재가 나오기는 하지만, 그 주체는 왕건이 아닌 6대조들이다. 신이한 조상들과 왕건은 평범한 존재로 역사적 업적만 있는 존재라는 고려 건국신화의 설정은, 고대 신화를 탈피하지 못한 견훤이나 궁예와 달리 역사시대에 적합한 방식으로 신화를 변모시킨 것이라고 볼 수 있다. 후삼국 시대의 신화들을 도식으로 표현하면 다음과 같다.

 

 

후백제

후고구려

고려

대상

견훤

궁예

왕건의 6대조 내력

정통성

백제 무왕탄생설화 차용, 신라세력도 포용

신라의 후손

(신이한 시조 강조)

혈통의 신성성

건국의 주체묘사

양면성

(미천하면서도 비범)

고귀한 혈통,

비정상적 출생

상대적으로 평범

신화 의존 여부

(통치이념)

신화에 의존

(통치이념 )

신화에 의존

(미륵사상)

신화 의존

 실제 업적 강조

(불교, 풍수지리 포용)

전승결과

실패

실패

성공

의의 및 한계

정통성을 강조한 전반부와 달리 후반부가 신화, 전설, 역사가 혼합되어 산만

중세의 혼란을 민중적 기대(미륵신앙)가 적용된 고대 건국신화를 통해 해결하려함 -시대착오적-

혈통의 신성성과 함께 왕건의 업적을 기술하며, 역사시대에 적합한 방식으로 신화를 승화

[후삼국시대 신화의 모습 비교표]

 

후삼국시대의 백성들은 사회적 혼란의 해결을 위해 신화에 의존했다. 후삼국시대의 국가인 후백제, 후고구려, 고려는 민중의 기대에 부흥하며 패권을 잡기 위해 다른 신화의 양식를 차용했다. 견훤과 궁예와 달리 왕건은 시대상(중세적 보편주의)에 기반한 신화를 만들었고 백성의 지지를 등에 입어 후삼국시대의 최종 승자가 되었다. 당대 사회의 요구가 신화의 내용을 한층 더 발전시켰다.

 

고대 건국신화가 중세적 보편주의를 적용해서 발전된 점은 오늘날의 우리들에게도 시사점을 준다. 중세와 현대 모두 각 시대마다 원했던 바람과 이념이 있다. 이러한 바람과 이념이 흔들릴 때 사람들은 신화를 추구한다. 오늘날의 경제발전신화’, ‘민주화신화역시 사실을 기반으로 한 신화의 현대적 연착륙이다. “개천에서 용 난다.”의 사례 또한 대중들이 바라는 소망이 현실화 된 신화의 적용이라 볼 수 있다.

 

이를 종합하면, 신화는 각 시대가 추구하는 이념과 가치관이 녹아 들어있는 장르이다. 고조선 건국신화부터 오늘날의 신화, 또 앞으로 우리가 바라는 이념과 가치관 등이 신화화 될 수 있다. 신화를 단순 과거의 신성한 이야기가 아닌 시대 변화와 요구에 맞춰 연속성을 지니는 생물이라는 사실을 강조한다면 신화를 올바르게 파악할 수 있다. 신화에 대한 통찰력은 시대상을 올바르게 볼 수 있는 통찰력과도 연결된다.

 

 

양동규 기자 dkei8282@naver.com



편집부 기자
작성 2019.03.26 10:54 수정 2019.03.26 1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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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