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유스 / 김민지 기자] 통제할 수 없는 상황에 구속되어 일상이 파괴된 삶을 상상해보자. 엘살바도르 출신 작가 스튜디오 렌카(Studio Lenca)는 불법 체류자로 성장기를 보냈다. 《플록(Flock)》에서 그는 추방과 이주, 귀속이라는 인생 경험을 담아 자신이 꿈꾸는 유토피아를 캔버스 위에 그려낸다.
한진그룹 산하 일우재단에서 스튜디오 렌카(Studio Lenca) 개인전 《플록(Flock)》을 2023년 2월 10일부터 3월 28일까지 개최하여 신작 20여 점의 작품을 선보인다.
이번 기획초대전은 아시아에서 두 번째로 개최되는 그의 개인전이다. ‘플록(Flock)’이라는 제목은 이주와 귀속에 관한 그의 인생 경험과 시의적 주제를 담고 있다.
작가 스튜디오 렌카는 엘살바도르 내전으로 인해 미국과 캘리포니아 등으로 어머니와 불법 이민을 계속 해야 했다. 그는 성장기 내내 불안정하고 위태로운 상황 속에 살았다.
불법 체류자의 신분으로 국적 없이 자랐던 작가는 단지 생존하기 위해 절박하게 생활했던 과거를 작품으로 풀어낸다. 낯선 언어와 경제적 결핍은 그와 그의 어머니를 늘 따라다녔다. 각인된 이때의 기억으로 인해, 작가는 ‘공동체’와 ‘유대감’ 등의 키워드에 집요하게 집중한다.
새, 화려한 모자, 태양과 뿌리의 형상은 작품 전반에 걸쳐 반복적으로 나타난다.
새들은 자신을 포식자로부터 지키기 위해 무리를 짓는다. 하나의 공동체를 만들면서 더 강해지는 것이다. 스튜디오 렌카는 속할 공동체를 찾기 위한 투쟁을 새로 빗대어 표현한다. 작가 개인뿐만 아니라 미국 내 난민들이 공통으로 겪는 소속감과 공동체 문제를 다뤘다.
화려한 모자와 과감한 색채는 작가의 라틴계 정체성을 보여주는 단서이다. 자신의 정체성을 명확히 보여주는 형상을 통해, 상상 속 풍요로움과 끈끈한 공동체를 위한 행복한 세상을 창조하고자 한다. 박탈당했다고 느낀 어린 시절을 다른 관점과 화려한 감성으로 접근한다.
작품 속에서 주로 인물의 어깨 아래로 내린 뿌리는 그가 갈망해왔던 소속감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어깨 위로는 뿌리로부터 가지가 자라나 하늘과 태양에 닿아있다. 뿌리를 내림으로, 삶에 대한 희망과 앞으로 나아갈 힘을 얻는 듯 보인다.
현장에서 본 가장 인상적인 작품은 ‘Raíces’이다. 작품 속 두 인물은 어깨를 맞대고 있다. 각자의 어깨에 나무가 뿌리를 내려 연결되고, 어깨 위로 돋아난다. 결합과 연대를 통한 성장으로 보인다.
지금도 미국 국경에는 라틴계 난민들이 기약 없는 기다림의 시간을 텐트촌에서 보내고 있다. 폭력과 빈곤으로 난민이 된 사람들의 박탈당한 일상과 시간을 누가, 어떻게 보상해줄 수 있을까? 그들이 입은 피해와 아픔은 누가 책임져야 할까.
《플록(Flock)》은 관객들이 아무도 쉽게 대답해 줄 수 없는 의문을 품게 한다. 작가의 눈으로 난민의 삶을 보며 인간적인 연민과 그들이 포기하지 않는 희망을 느끼게 한다.
스튜디오 렌카의 개인전 《플록(Flock)》은 서울 중구 대한항공 서소문 빌딩 1층 로비에 위치한 일우스페이스에서 전시 중이다. 전시 기간은 2023년 2월 10일(금)부터 3월 28일(화)까지이다. 관람 시간은 평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 30분, 토요일 오후 1시부터 오후 6시 30분, 일요일 오후 1시부터 오후 6시 30분이며 입장 마감은 오후 6시이다. 월요일 및 공휴일은 휴관일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