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유스/정재이 기자] “기술이 발전할수록 인간적인 따뜻한 감성이 유행한다” 미국의 미래학자 존 나이스비트(Jhon Naisbitt, 1929)가 그의 저서 [하이테크 하이터치]에서 인용한 문장이다. 산업화와 자본주의의 가속화가 인간 소외(인간을 사회시스템의 부품으로 취급함)를 야기하는 만큼, 인간 스스로가 자신의 ‘인간적인’ 면모를 회복하기 위해서 노력한다는 반증이다. 기술이 발달한다고 해서 인간의 감정이 메마르지 않는다는 사실은 어쩌면 지극히 당연하다. 4차 산업혁명 시대라고 불리는 오늘날에도 우리는 영화를, 드라마를, 책을 보며 심지어는 노래를 부르면서도 노래를 부른다.
이는 단순히 따뜻한 정서와 감성을 자극하는 것이 유행한다는 이야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인간이 곧 사회가 가기 위해 사용되는 부품으로 취급되는 시스템 안에서, 객체화된 인간은 오히려 부품이 아닌 '온전한 자신'의 자아를 확립하기 위해 노력한다. 그 사회현상으로 ‘따뜻한 감성’이 유행하게 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다른 말로 하면 ‘따뜻한 감성’뿐만 아니라 인간으로서의 자아를 확립할 수 있는 것들은 모두 유행할 수 있다는 이야기가 된다. 이것은 바로 엠비티아이 등의 성격유형검사가 유행하는 이유이자 소셜 미디어가 크게 흥행할 수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인스타 감성, 새벽 감성, 겨울 감성 등 오늘날 여러 분위기가 “감성”이라는 단어를 통해 설명되고 있다. 가령 “이거 인스타 감성이네!” 라고 하는 것은 인스타(이하 인스타그램)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분위기의 사진들을 말한다. 하이테크놀로지의 시대에서도 감성이 여전히 중요한 이유는 인간이 말 그대로 인간이기 때문이다. “감성”은 나 자신을 표현하는 수단으로 쓰이는 동시에 위로와 휴식을 얻게 해주는 매개체로 사용되기도 한다.
>> ‘상품을 통해’ 나 자신을 표현해요.
‘나 자신’을 표현하는 것을 돕는 것, 즉 자아확립이 마케팅의 한 트렌드가 된 지금, 인터넷 곳곳에서 ‘내 유형 검사하기’ 링크가 만연한다. 문답에 대한 답을 고르고 나에 대한 해석이 나오는 식이다. 예를 들자면 <나랑 닮은 동물>링크를 들어가서 질문에 대한 답변을 고르면 고양이, 강아지 등 동물 중 닮은꼴을 제시한다. 이렇게 ‘자기표현’을 실현해주는 상품들의 판매 또한 활발하다.
-엠비티아이 맥주: 자기표현 수단으로 가장 흥행한 것은 역시 엠비티아이(이하 성격유형검사)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엠비티아이를 이용한 맥주의 출시는 많은 엠비티아이 ‘과몰입러’-엠비티아이를 맹신하는 사람-의 흥미를 자극했다.
-탄생석 목걸이: 예로부터 꾸준히 유행해 온 탄생화, 탄생석 찾기 등을 상업화에 적용한 대표적 예시라고 볼 수 있다. 연관성은 떨어진다 한들 ‘나 자신의 정보’를 담을 수 있는 상품으로서 꾸준한 인기를 얻고 있다.
이러한 자기표현의 수단으로서 사용되는 상품들은, 언뜻 보면 감성이나 감동을 자극하는 '하이터치' 마케팅에 포함되지 않는 듯하나, 자기표현의 정서를 관통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들도 또 다른 하이터치 마케팅의 하나인 셈이다.
>> 따뜻한 감정을 전하는 ‘하이터치’ 광고
꾸준한 ‘국민과자’로 인기를 얻고 있는 초코파이의 광고 중 가장 유명한 것을 꼽자면, 역시 ‘정(한자)’일 것이다. 이는 초코파이 정(政)의 제조사인 오리온이 롯데제과가 똑같은 초코파이를 만들자, 이에 대한 차별화를 위해 구현한 마케팅 방식이다.
‘초코파이 정’의 광고에는 “말하지 않아도 알아요”라는 가사의 노래가 반복적으로 나오면서 동기, 가족, 친구, 선배 등의 다양한 친밀한 관계의 인물들이 초코파이를 나누어먹으며 우정과 사랑을 나누는 모습이 나온다. ‘상대방을 생각하는 애정’을 표현하는 수단으로 초코파이가 나오는 모습을 광고에 이용한 것이다. 이로써 초코파이는 한국인의 따뜻함, ‘정’의 대명사로 자리매김하게 되었다.
>> 감정을 전하는 ‘하이터치’, 그 미래와 전망
1980년대는 오리온(구 동양제과)에게 암흑의 시기였다. 크라운 제과의 빅파이와 해태제과의 오예스 등 다양한 경쟁상품들의 출현해서 매출이 반토막이 났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 하이터치 마케팅을 반영한, 즉 구매자들의 ‘인간적인 감성’을 건드린 ‘정’ 광고는 몰락의 위기에 처한 초코파이의 매출을 다시 부흥시켰다. 경쟁사에 대한 차별화 전략과 타겟 소비자의 확산도 이루어 낸 성공적인 마케팅이었다. 동시에, 하이터치 마케팅을 사용함으로써 소비자들에게 ‘따뜻한’ 브랜드 이미지를 심어줄 수 있었다는 것 또한 큰 이점이 되었다.
상품의 품질, 디자인, 사용방법을 좋게 만드는 것 또한 중요하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바야흐로 마케팅의 시대에서, 나의 상품이 “이만큼 좋다”라는 것만큼 상품의 이미지를 적절하게 브랜딩하는 것 또한 중요하다. 하이터치 마케팅은 개인화되고 산업화되는 인간 사회에서, 앞으로도 성공을 불러올 수 있는 마케팅 전략이다. 또다른 하이터치 마케팅의 장점은 ‘따뜻한 브랜드 이미지를 유지하기 위한 기업들의 노력’을 구현할 수 있다는 점이다. 사회적으로는 기업들이 활발한 사회 공헌 활동을 촉구할 수 있으며, 기업들 입장에서는 사회친화적인 기업의 이미지를 보일 수 있는 기회가 된다.
20대 10명 중 6명이 고독감을 느끼고 있고, 우울증 환자는 점점 증가하고 있는 사회 분위기 속에서 하이터치 마케팅의 미래는 유망하다. 소비자들의 ‘감성’과 ‘감정’을 어루만져 줄 수 있는 마케팅을 기획하고, 그것을 이미지의 브랜드로 만들고자 하는 기업들의 노력 또한 활발할 것이다. 마케팅의 본질은 소비자의 '욕구'를 불러일으키는 데에 있다.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중 하나인 인정욕구와 교감욕구를 관통하는 오늘날의 하이터치 마케팅은 본질에 충실한 만큼 앞으로의 행보에 대한 귀추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