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봄으로 읽히는 봄’을 노래하는 봄의 서정 이종근

중앙대학교(행정학석사).『미네르바』및『예술세계(한국예총)』신인상

《서귀포문학상》,《박종철문학상》,《부마민주문학상》등 수상

『서울시(詩)-모두의시집(한국시인협회)』,『문예바다공모시당선작품(제1집)』,『수원시민창작시공모(수원문화재단)』등 문집 참여.

‘또, 봄으로 읽히는 봄’을 노래하는 봄의 서정 이종근

[엔터스타뉴스=로이정 기자]
시집『광대, 청바지를 입다』에는 혹독한 겨울을 이겨낸 봄이 느껴지듯 따스한 봄이 머물고 있습니다. 시집 속에 정갈하게 수록한 ‘봄을 노래한 시’ 여럿 가운데「또, 봄으로 읽히는 봄」,「그렇긴 한데」,「봄이라 청춘이라」,「美학과 여 조교와 복학생의 염문설에 대한 소고」,「커피, 봄, 사색, 나」 등 다섯 편의 시를 추려 시적 자아의 차분한 어조와 감성을 완연한 봄으로 읽어봅니다.

 


내 두터운 내복 사타구니에 냉정하게 묻은 건 북쪽 겨울이 내걸린 안녕이 아닙니다

내 빨개진 볼에 스치는 건 이별의 키스처럼 마지막으로 몰아치는 시린 바람이 아닙니다

내 심장에 온통 꽃무늬로 솟구치는 따스한 햇볕 한 줌으로 불끈불끈 불거지는 사랑입니다

내 생각에 봄 내를 한가득히 담고 또, 봄으로 읽히는 봄 아지랑이 한 뼘의 푸릇푸릇한 축복입니다

사계가 뚜렷한 동네 한 바퀴를 무사히 돌아, 봄으로 왔습니다

완주의 메달을 받아 쥐는 이 봄의 영광은

하늘이 주신 푸른 명령입니다

내 주름진 목숨에 마땅히 걸어보는 나이 한 살 더 참 고맙습니다

-「또, 봄으로 읽히는 봄」 全文

 


잘 뽑혔습니다. 쫄깃쫄깃한 국수 가닥이 봄기운으로 “사계가 뚜렷한 동네 한 바퀴를 무사히 돌아, 봄으로” 찾아온다고 하니, 더더욱 감질나게 봄의 맛을 돋웁니다. 남쪽에서 온 멸치로 다시 낸 국물에 국수 잔치를 열어야겠습니다. “나이 한 살 더” 주신 고마운 것, 봄 덕분에 봄이 약진합니다. 그 속에 내가 살아서 봄을 느끼고 있습니다. 당분간 주체하지 못하고 “완주의 메달을 받아 쥐는 이 봄의 영광은 / 하늘이 주신 푸른 명령”처럼 호들갑을 떨어야겠습니다. 지금보다 더 열심히 살아가는 이유가 이 시에서 봄으로 읽힙니다.

 
 소한(1,6) 대한(1,20) 입춘(2.4) 우수(2,19) 경칩(3,6)

 우수가 방을 내놓고
 기약 없이 떠난 지 열흘이 됐는데
 함박만 한 눈이
 변덕만큼
 빵빵하게 부풀어 올랐어요

 닷새 후면 경칩이
 전세로 두고
 개구리마냥 폴짝폴짝 뛸 작정인데

 그렇긴 한데
 층간 소음은 어쩌려고

 꽃샘 시위가
 눈 쌓인 광화문 거리를 배회하듯 좌상의
 왕이
 장군의 뒤통수를 바라봐서야 쓰겠나
 장군이 왕을 360도, 외면하고
 청동의
 칼자루를 쥐어서야 되겠나

 달포 전인가
 대한이
 소한의 집에 가서 꽁꽁
 얼어 죽었다는 풍문이 무성했는데

 그렇긴 한데

 그 소한, 경칩이랑 내통하였나 보다
 이삿짐을 족히 합친 듯

 -「그렇긴 한데」 全文


완연한 봄을 앞두고 참 재밌게 엮어낸 시입니다. 시인 특유의 풍자적 요소가 다분히 돌출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전체적으로 서정성이 군데군데 담겨 있습니다. 아울러 형태적 실험을 동반함으로써 저잣거리에 내놓을 제법 주목할 시입니다. 여하튼 이 시를 주절주절 읽다 보면, 자양 강장제 같은 종합적 안목의 입체성이 단연 돋보입니다.

 
 그래 너를 쭉 따라왔어 옳거니
 그르거니 하지 않고
 사뿐히 내려앉으며 살짝궁
 도닥거리며 얌전빼는
 이른 봄이라
 바람에 먼지 날리고
 겨우내 쌓였던 눈이 녹는 질퍽한
 길이어도
 스물한 살, 곱상한 청춘이
 끄덕 끄덕이며
 숨 고르는 고갯길 같은
 생기발랄한 봄이라
 놀랍게도 소셜커머스*는 너를 두고
 꽃이라 분양한다기에 앞질러
 달콤한 첨부파일 하나 딸려 보냈는데
 두 페이지 분량만큼의
 아찔하고 살벌한
 첫 키스의, 작년 다시 봄이라
 풋풋한 초록에 감당 못 할
 야릇한 청춘이라
 
 -「봄이라 청춘이라」 全文


젊은 시절 첫사랑 혹은 첫 키스의 기억은 대충 대충이고 너무 성급했던 것은 아닐까 싶습니다. 순수함에 꽃집을 들러서 장미 꽃다발로 사랑 고백하던 일은 곧장 이별 통보로 이어진 생채기 같은 아픔과 통증 따위를 경험하면서 성장하는 것은 아닌지……. 작년처럼 겨울이 가고 언 땅이 녹고 새 학기가 되고 봄이 오는 것은 청춘만이 지닐 수 있는 특권일지도 모를 일입니다.

 
대학 강의동 복도에 놓인 정수기 물이 늘 뜨거울 리 없다 서넛이 줄 서서 컵라면이라도 끓여 먹을라치면 핫(hot)한 〈美와 취미론〉이 한 번에 날아가 버린다.

 

봉다리 커피에도 막상막하의 기다림이다 활화산 같은 美의 뜨거움에 줄 서며 아래 학번 녀석들의 새치기를 소심하게 감시하고 있다.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美학과 학회실의 여 조교가 긴 생머리의 끝자락을 커피포트에 얹고 지나가는 걸 보고

 정수기 앞에 꿋꿋이 줄 설 일이 아닌 듯 말이라도 건네고픈 그의 눈은 여 조교의 꽁무니 따라 美를 쫓고 있다

 정말 〈美와 취미론〉이 특이하십니다 펄펄 끓인 물 좀 나눠 마실 수 있을까요

 저는 ‘복학생임’ 美다

 -「美학과 여 조교와 복학생의 염문설에 대한 소고」 全文


칸트의 미학이랄까. 어렵게 시리 그 어려운 말까지 갈 필요도 없을 듯합니다. 그냥 컵라면이나 커피 타 먹을 정도의 물 온도와 양으로 미(美)의 정의를 규정하는 보편적 만족감을 표현하는 나름 높은 센스를 추구했습니다. 그리고 종행에서 “임美다”의 위트와 재치로 정반합을 이루려고 했을 뿐입니다. 이처럼 새로운 봄 학기가 되면 늘 그렇듯이 대학교 교정과 강의동 등 곳곳에는 새콤달콤하고 풋풋한 청춘들의 향연이 핫〔hot〕하게 펼쳐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미학과 여 조교와 복학생을 통해서 기존의 서정시나 현대시를 탈피하여 행 중심에서 연 중심으로의 구조적 변형의 하이퍼 시(hyper poetry) 즉, 한 편의 콩트처럼 스토리를 꾸며 선보였습니다. 벌써 도전과 열정이 현장감 있게 느껴지듯 기대심리가 커져만 갑니다.

 
 -봄맞이 기념 아주 특별한 프러포즈-

 커피 한 잔 두고 생각을 마시는
 길 언저리의 체온계는 벌써 봄이에요
 봄 내음 속절없이 아린 사랑이 왔어요
 내 생각 한 뼘이 진작 봄을 알아봤다면
 내 젊은 나이 다섯 배 사랑만큼이나
 뜨겁고 진한 새봄을 미리 따라 둘게요
 아, 달콤한 봄이 푸릇푸릇 피어오르니까
 찡한 첫사랑 때문에 가슴 쿵쾅거리니까
 수줍은 봄에 각얼음 한두 개 떨어뜨려요
 옛날에는 바가지에 버들잎 띄웠을 봄

 -「커피, 봄, 사색, 나」 全文


봄을 요즘의 대세인 커피에 비유했습니다. 커피를 마시면서 찬찬히 맛을 음미하듯 사색을 즐깁니다. 달콤하거나 푸릇푸릇하고 가슴 쿵쾅거리고 찡한 첫사랑에 소스라치듯 환장하기도 합니다. 이 봄이 지나간 겨울보다 너무 뜨거울 것 같아서 “각얼음 한두 개 떨어뜨려” 식혀 마심으로써 봄의 이미지에 첫사랑의 프러포즈 절차를 꽤 맞추어 갑니다. 특히, 시적 흐름의 종반부에 반전을 끼여 넣었습니다. 개국 설화마다 나올 만큼 흔한 이야기를 통하여 수사를 활용하였습니다. “바가지에 버들잎 띄웠을 봄(물은 즉, 커피)”을 유추하도록 도와서 봄과 첫사랑은 그만큼 소중하다는 것을 다시금 화사하고 싱그러운 봄날을 떠올리게 하거나 기대하게 합니다.

 

이종근 시인
중앙대학교(행정학석사).『미네르바』및『예술세계(한국예총)』신인상.
《서귀포문학상》,《박종철문학상》,《부마민주문학상》등 수상.
『서울시(詩)-모두의시집(한국시인협회)』,『문예바다공모시당선작품(제1집)』,『수원시민창작시공모(수원문화재단)』등 문집 참여.
<한밭문학회>, <예술시대작가회>, <충남작가회의> 회원.
<천안문화재단창작지원금> 수혜. 시집『광대, 청바지를 입다』


 소한(1,6) 대한(1,20) 입춘(2.4) 우수(2,19) 경칩(3,6)

 우수가 방을 내놓고
 기약 없이 떠난 지 열흘이 됐는데
 함박만 한 눈이
 변덕만큼
 빵빵하게 부풀어 올랐어요

 닷새 후면 경칩이
 전세로 두고
 개구리마냥 폴짝폴짝 뛸 작정인데

 그렇긴 한데
 층간 소음은 어쩌려고

 꽃샘 시위가
 눈 쌓인 광화문 거리를 배회하듯 좌상의
 왕이
 장군의 뒤통수를 바라봐서야 쓰겠나
 장군이 왕을 360도, 외면하고
 청동의
 칼자루를 쥐어서야 되겠나

 달포 전인가
 대한이
 소한의 집에 가서 꽁꽁
 얼어 죽었다는 풍문이 무성했는데

 그렇긴 한데

 그 소한, 경칩이랑 내통하였나 보다
 이삿짐을 족히 합친 듯

 -「그렇긴 한데」 全文


 그래 너를 쭉 따라왔어 옳거니
 그르거니 하지 않고
 사뿐히 내려앉으며 살짝궁
 도닥거리며 얌전빼는
 이른 봄이라
 바람에 먼지 날리고
 겨우내 쌓였던 눈이 녹는 질퍽한
 길이어도
 스물한 살, 곱상한 청춘이
 끄덕 끄덕이며
 숨 고르는 고갯길 같은
 생기발랄한 봄이라
 놀랍게도 소셜커머스*는 너를 두고
 꽃이라 분양한다기에 앞질러
 달콤한 첨부파일 하나 딸려 보냈는데
 두 페이지 분량만큼의
 아찔하고 살벌한
 첫 키스의, 작년 다시 봄이라
 풋풋한 초록에 감당 못 할
 야릇한 청춘이라
 
 -「봄이라 청춘이라」 全文


 대학 강의동 복도에 놓인 정수기 물이 늘 뜨거울 리 없다 서넛이 줄 서서 컵라면이라도 끓여 먹을라치면 핫(hot)한 〈美와 취미론〉이 한 번에 날아가 버린다.

 

봉다리 커피에도 막상막하의 기다림이다 활화산 같은 美의 뜨거움에 줄 서며 아래 학번 녀석들의 새치기를 소심하게 감시하고 있다.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美학과 학회실의 여 조교가 긴 생머리의 끝자락을 커피포트에 얹고 지나가는 걸 보고

 정수기 앞에 꿋꿋이 줄 설 일이 아닌 듯 말이라도 건네고픈 그의 눈은 여 조교의 꽁무니 따라 美를 쫓고 있다

 정말 〈美와 취미론〉이 특이하십니다 펄펄 끓인 물 좀 나눠 마실 수 있을까요

 저는 ‘복학생임’ 美다

 -「美학과 여 조교와 복학생의 염문설에 대한 소고」 全文

 
 -봄맞이 기념 아주 특별한 프러포즈-

 커피 한 잔 두고 생각을 마시는
 길 언저리의 체온계는 벌써 봄이에요
 봄 내음 속절없이 아린 사랑이 왔어요
 내 생각 한 뼘이 진작 봄을 알아봤다면
 내 젊은 나이 다섯 배 사랑만큼이나
 뜨겁고 진한 새봄을 미리 따라 둘게요
 아, 달콤한 봄이 푸릇푸릇 피어오르니까
 찡한 첫사랑 때문에 가슴 쿵쾅거리니까
 수줍은 봄에 각얼음 한두 개 떨어뜨려요
 옛날에는 바가지에 버들잎 띄웠을 봄

 -「커피, 봄, 사색, 나」 全文


 내 두터운 내복 사타구니에 냉정하게 묻은 건 북쪽 겨울이 내걸린 안녕이 아닙니다

 내 빨개진 볼에 스치는 건 이별의 키스처럼 마지막으로 몰아치는 시린 바람이 아닙니다

 내 심장에 온통 꽃무늬로 솟구치는 따스한 햇볕 한 줌으로 불끈불끈 불거지는 사랑입니다

 내 생각에 봄 내를 한가득히 담고 또, 봄으로 읽히는 봄 아지랑이 한 뼘의 푸릇푸릇한 축복입니다

 사계가 뚜렷한 동네 한 바퀴를 무사히 돌아, 봄으로 왔습니다

 완주의 메달을 받아 쥐는 이 봄의 영광은

 하늘이 주신 푸른 명령입니다

 내 주름진 목숨에 마땅히 걸어보는 나이 한 살 더 참 고맙습니다

 -「또, 봄으로 읽히는 봄」 全文

작성 2023.03.04 16:21 수정 2023.03.04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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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