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흥렬 칼럼] 인문학적 글쓰기, 그 방법론을 모색하다

곽흥렬

2000년, 새 밀레니엄 시대가 열린 뒤 초․중반으로 넘어가면서 전에 없던 하나의 경향이 나타났다. 그때까지 줄곧 외면만 당해 왔던 인문학이 갑작스럽게 유행을 타면서 각광을 받기 시작한 것이다. 

 

인문학 관련 서적이 봇물 터지듯 쏟아져 나오고, 이런저런 기관단체에서 주관하는 인문학 강좌가 앞다투어 생겨나는가 하면, 어디를 가든 ‘인문학’이라는 말이 사람들의 입에 자주 오르내린다. 여기에 편승하여 인문학적 글쓰기도 덩달아 인기를 끌고 있다. 

 

이 같은 경향은 어느 모로 보든 지극히 바람직스러운 현상이 아닐 수 없다. 다양한 가치체계들이 얽히고설켜 돌아가는 오늘날의 각다분하고 혼돈스러운 세상에서, 인문학이 중심축에 설 때 우리 사회의 정서는 훨씬 풍요로워지고 사람들의 자존감도 한층 높아질 수 있을 터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무엇이 인문학적 글쓰기일까. 이 질문에 대하여 제대로 된 답을 얻기 위해서는, 그보다 앞서 인문학이 무엇인지부터 살펴보는 일이 순서일 것 같다. 

 

백과사전의 풀이에 기댄다면, 인문학人文學이란 “인간과 인간 존재의 근원적인 문제, 곧 인간 그 자체와 인간의 문화에 관심을 갖거나 인간의 가치며 인간만이 지닌 자기표현 능력을 바르게 이해하기 위한 체계적인 연구 방법을 찾는 분야로서, 인간의 사상과 문화에 관해 탐구하는 학문”이라고 규정해 두었다. 인간에 대한 제대로 된 이해와 탐구를 위해 객관적이고 경험적인 접근법을 주로 사용하는 자연과학이나 사회과학과는 달리, 인문학은 분석적이고 비판적이며 사변적인 방법을 폭넓게 활용한다.

 

인문학의 범주는 인간의 언어, 문학, 예술, 역사, 철학, 법률, 종교, 윤리 등 다방면에 걸쳐 있다. 말하자면 우리 삶의 모든 분야가 죄다 인문학의 대상이 된다고 해도 그리 지나친 표현은 아닐 성싶다. 이처럼 다양한 영역들에 대한 깊은 고뇌와 사유 그리고 통찰을 통해 사람살이를 보다 의미 있고 가치롭게 해주는 것이 인문학이 추구하는 지향점이다.

 

왜냐하면 인문학이야말로 인간에 대한 학문이자, ‘나’라는 존재 인식에서부터 출발하는 삶의 한 영역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인문학의 바탕 위에서, 그러한 지향점에 다가가려는 노력을 기울여 인간 존재를 더욱 인간답게 만드는 길을 제시하는 일이 인문학적 글쓰기의 목표이다. 인문학적 글쓰기의 목표가 이러하다면, 그것을 잘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법론은 어떻게 찾아야 할까. 

 

평소 우리 삶이 영위되는 나날들의, 얼핏 사소해 보일지 모르는 현상이나 문제에 대해 무심코 지나치지 않는 매의 눈을 지니는 태도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러면서 그 배후의 사회적, 심리적 연관성을 포착하여 그것을 분석하고 비판하고 종합하며, 나아가 새롭게 해석하는 통합적인 사고능력을 기르는 훈련이 절대적으로 요청된다. 

 

여기에다 지적知的인 함량을 높이기 위해 앞에서 언급한 여러 분야에 걸친 풍부하고 심도 있는 독서가 뒷받침되어야 함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이러한 자세야말로 바람직하면서도 성공적인 인문학적 글쓰기의 지름길이라고 하겠다.

 

[곽흥렬]

1991년 《수필문학》, 1999년《대구문학》으로 등단

수필집 『우시장의 오후』를 비롯하여 총 12권 펴냄

교원문학상, 중봉 조헌문학상, 성호문학상, 

흑구문학상, 한국동서문학 작품상 등을 수상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창작기금 받음

제4회 코스미안상 대상 수상

이메일 kwak-pogok@hanmail.net

 

작성 2023.03.24 10:48 수정 2023.03.24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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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