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나라에서 발간되는 문학잡지가 무려 300여 개나 된다고 한다. 공식적인 집계이고 비공식적으로 발행되는 잡지 형태를 띤 문학지까지 합치면 이보다 훨씬 많은 문학지가 발행되고 있으며, 폐간되기도 하고 창간되기도 한다, 월간, 계간, 반년간, 연간 집 형태로 각 지역의 문학단체 그룹마다 자기 회원들의 발표 지면을 위해 책을 발간하고 있다. 대한민국은 문학공화국이 되었다.
대부분 이런 잡지들이 영세성을 면치 못해 팔리는 잡지가 아니라 회원들끼리 나누어보는 잡지 성격이다. 잡지 운영이 안 되니 이들 잡지마다 신인등단제도를 신설하여 무작위로 신인들을 배출해내고 있다. 유능한 신인들을 배출하면 문학 인구 저변확대를 위해 훌륭한 일을 한 셈이겠으나 잡지 운영을 위해 잡지 몇 권을 의무적으로 강매하여 수준 미달의 신인들을 무작위로 양산하고 있는데 심각성이 있다.
왜 잡지를 창간했는가? 인쇄업자가 일감을 스스로 마련하기 위해 잡지를 창간하는 일도 있고, 허명주의나 문단의 영향력을 행사할 목적으로 잡지를 창간하여 무작위로 신인들을 배출하고 떼거리를 많이 모으면 그들이 모두 고객이 되는 셈이다. 잡지는 고객을 모으고 고객들에게 발표 지면이라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홍보용 매체이고, 그 매체에서 등단한 신인들이 작품집을 낼 때 바로 단골 고객이 되는 셈이다. 고객이 많을수록 불황기에 영업이 잘되어 기업형 출판 형태로 성공한 사례들도 있다.
문제는 배출된 시인이나 작가를 차마 시인, 작가라 칭하기도 민망스러운 아마추어 취미활동 작품집을 자비 출판하여 친지들에게 나누어주는 것을 무어라 하겠는가? 옛날 어렵던 출판이 쉽게 출판할 수 있어서 문단 등단 절차 없이 자기가 쓴 작품을 모아서 문집을 만들어내는 것은 언론출판의 자유가 있는 민주주의 국가에서 흔히 있을 수 있는 일이다. 그러나 국회의원이나 사회지도층 인사들이 글쓰기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아 그럴싸한 책을 발간하고 거창한 출판기념회를 열고 그 출판기념회 축하객들로부터 부당한 정치헌금 명목의 책값보다 터무니없이 비싼 축하금을 받아 책 출판비를 훨씬 상회한 헌금을 받아 챙기는 비도덕적인 관행이 있기도 했었다. 자서전을 발간하여 자기 홍보도 하고 축하금까지 받아 챙기는 꿩 먹고 알 먹고 하는 출판행태도 있지만 문학잡지의 경우는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퇴직하여 어렵사리 살아가는 사람이 인생이 허망하고 인생의 마지막 길에 문학작품이나 남기겠다고 등단이라는 절차를 밟아 문학잡지의 고객이 되고, 그 잡지사에서 자비출판으로 문집을 발간하는 사례들이 많고, 그것을 영업으로 성장한 문학잡지는 성공한 케이스다. 재력이 튼튼한 사람이 사회봉사 차원에서 좋은 일을 하기 위해 발간하는 잡지들은 정당하게 원고료를 지불하고 손해를 감수하고라도 좋은 책을 만들어 공익기업으로서의 이미지를 부상하기 위한 사회봉사 활동은 환영할 일이다.
이런 공익형 문화 사업에 투자하는 대기업은 고객들과 함께하는 공익사업으로 한국문학과 문화발전의 기반을 다지는데 공헌한 기업일 것이다. 그러나 불행하게 우리나라에는 공익형 문화 사업에 투자하는 기업은 거의 없다는 점이다. 있다면 소규모 사업체를 운영하는 사람이 사회봉사 차원에서 발간하는 문학잡지가 극히 드물지만 종종 있다. 그게 『열린 아동문학』이라는 문예지가 그 모델이다.
거의 무료에 가까운 발송우편료 수준의 구독료를 받고 좋은 잡지를 보내주고 우수한 작품을 싣고 그 작품을 뽑아 매년 고성에서 푸짐한 상금과 상품을 주어 아동문학가들을 격려하는 정말 온정의 이상촌을 꾸며 운영하고 있는 홍종관 발행인과 배익천 동화 작가의 아름다운 선행은 이 시대 대한민국 아동문학발전의 모델을 제시한 장본인들이다.
아낌없이 베풀고 지역사회와 더불어 고성지역의 문화행사로 지역의 이미지 쇄신까지 하는 문학잡지 운영의 모델링을 제시하고 있다. 이제 잡지 운영자들은 검은 속셈을 버리고 회원들에게 베풀어 주는 아름다운 일말의 양심을 되찾아야 할 때이다. 경제학자 이전에 윤리철학자였던 애덤 스미스가 그의 저서 『도덕 감성론』에서 주장한 공감을 얻는 행위, 부의 축적을 위한 행위가 죽음을 앞두고 얼마나 허망한 짓인 줄 깨닫게 된다는 자연의 속임수, 신의 속임수임을 깨달아야 한다.
문학잡지로 부를 축적하겠다는 일천만 명 정도의 서울 시민들이 모두 자신에게 100원짜리 동전을 떨구어주면 10억의 돈을 거머쥔 갑부가 될 것이라는 망상에 사로잡혀 스스로 수금원이 되어 길거리에 빈깡통 앞세우고 구걸하는 사람이나 확률이 거의 없는 로또복권에 기대를 걸고 거금을 탕진하는 삶과 흡사할 것이다.
문학잡지도 잡지마다 독특한 색깔로 독자들에게 정신적인 도움을 주겠다는 사회문화 봉사 자세로 아름다운 향기를 남기는 잡지로 거듭나야 할 것이다. 최근 국민의 성금으로 만들어진 영화 『귀향』제작처럼 사회문화적인 공익사업으로 문학잡지들이 거듭나는 『열린 아동문학』 발행의 아름다운 모델을 본받아야 할 것이다. 그게 문학잡지 발행인으로서의 도리이고 이상일 것이다.
좋은 문학잡지를 만들고 있는데 잡지경영이 어렵다면 정당한 잡지였다면 영화 『귀향』 제작과 같이 국민들은 성금을 아끼지 않을 것이다. 아름다운 사회, 출판은 기록물이다. 영원히 남을 기록을 한때의 명리적 가치로 역사에 부끄러운 이름으로 남아서 쓰겠는가? 얼마나 고생하고 만든 잡지인가 자신의 고생을 늘어놓기에 앞서 얼마나 대한민국의 문학발전에 이바지한 문학잡지를 만들었는지 한번 자성해볼 때이다.
이름만 거창한 문학상을 만들어 고객 모으기로 사기성 선심을 쓰거나 무더기 잡초 같은 문인을 배출하여 문학 인구의 저변확대에 기여했는지는 몰라도 얼마나 고귀한 문학과 문단의 이미지를 실추시켰는지 다 함께 고민할 때이다. 명리적인 감투 정신이 투철한 문학인 필요한 때가 아니라 좋은 작품을 쓰기 위해 훌륭한 스승의 가르침을 찾아 명산명수를 찾아 불철주야 혼신의 힘을 기울이는 선비정신을 갖은 존경받는 문인으로 거듭나야 할 것이다. 독자 없는 문학잡지를 만들어 넋두리하는 꼴이 그 얼마나 우스꽝스러운 일이 아니겠는가. 필자도 그 한 사람으로 이상적인 문학 넋두리로 글을 마무리한다.
[김관식]
시인
노산문학상 수상
백교문학상 대상 수상
김우종문학상 수상
황조근정 훈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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