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연강의 인문으로 바라보는 세상] 오리는 어디로 갔을까요

신연강

특이한 작가가 있습니다. 소설 몇 권 안 썼는데, 그중 한 권이 흔히 말하는 ‘대박’을 내서 세간의 주목을 받았습니다. 보통의 경우라면 잡지와 언론 인터뷰에, 여러 원고 청탁이 줄을 잇겠지요. 이 작가는 대박을 터뜨린 후에 소식도 없고, 심지어 생사조차 알 길도 없이 세간에서 사라졌다고 합니다. 

 

독자들은 그의 얼굴을 본 사람이 없다 하고, 매스컴에는 당연히 얼굴을 드러낸 적도 없다고 하니, 이상하기도 하고 신비하기도 합니다. 이 특이한 작가가 바로 『호밀밭의 파수꾼』을 쓴 샐린저(Jerome David Salinger, 1919~2010)입니다. 이 소설은 1950년대에 선풍적 인기를 얻으며 미국 대학생들의 경전으로 숭앙받고, 전 세계에 ‘샐린저 현상’을 일으켰다고 합니다.

 

샐린저는 토마스 핀천(Thomas Pynchon)과 더불어 신비하게 베일에 가려진 미국 현대 작가입니다. 그는 1965년 은둔한 이후로 한 번도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낸 적이 없으며, 극소수의 사람 외에는 그의 행방을 아는 이가 없다고 합니다. 40년 동안 절필한 채 글을 쓰지 않고 있어서, 인세를 지급할 때 외에는 출판사조차도 그에게 연락하는 것이 어렵다고 합니다.

 

한 에피소드가 있습니다. 『샐린저를 찾아서』(In Search of J.D. Salinger, 1988)라는 책을 쓴 이언 해밀턴(Ian Hamilton)이라는 전기작가가, 랜덤하우스 출판사의 부탁으로 전기를 쓰기 위해 도움을 부탁하는 편지를 보냈으나 아무런 답이 없었다고 합니다. 답장이 없자, 해밀턴은 맨해튼 전화번호부에서 샐린저 라는 이름을 찾아 편지를 보냈는데, 그중 두 통이 샐린저의 누이와 아들에게 배달되었고 그때에서야 샐린저로부터 “더는 가족을 괴롭히지 말아 달라”는 정중한 편지를 받았다고 합니다. 이에 해밀턴은 “공산주의 국가에서는 작가들이 침묵을 강요당하는데, 샐린저는 스스로를 침묵시켰다”라고 말했답니다.

 

샐린저가 원래 침묵과 은둔의 작가는 아니었던 듯싶습니다. 초기에는 그도 여타 작가 지망생들처럼 투고하고 결과를 기다렸는데, 『호밀밭의 파수꾼』의 파격적인 내용으로 출판 섭외에도 어려움을 겪은 듯싶습니다. 샐린저가 소설가로서 처음 이름이 알려질 무렵엔 순순히 인터뷰에 응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출판사가 날짜도 어기고 내용도 멋대로 편집, 기획하는 것을 경험하면서 이후 어떤 인터뷰에도 응하지 않게 되었으며, 『호밀밭의 파수꾼』이 출간될 때 뒤표지를 가득 채운 자신의 사진을 상당히 부담스러워하며 사진을 빼달라 했다고 합니다. 또 그가 썼던 희곡이 영화화되면서 내용이 크게 왜곡되자 이후로는 영화를 경원시하게 되었다는군요. 그 이후 그는 상업주의와 가짜가 횡행하는 현실에 환멸을 느끼고 사회로부터 멀어져 간 듯싶습니다.

 

그의 작품은 ‘정치적 보수주의, 경제호황, 사회적 순응’으로 정의되는 미국의 1950년대 시대상에 정면으로 도전했던 신선하고 도발적인 작품으로서, 물질이 풍요한 시대에 정신적 빈곤을 고발한 반문화의 원조가 되었습니다. 기성세대의 점잖음을 가짜와 위선으로 본 『호밀밭의 파수꾼』은 안정과 순응의 사회에 도전한 기념비적 명저라 할 수 있습니다.

 

요즈음 우리 사회에서 가장 잘 팔리는 책 중의 하나가 공무원 수험서라고 합니다. 젊은이들의 꿈이 ‘어떻게든 공무원이 되어 안락하게 사는 로망’을 갖게 된 것이지요. 이런 우리 사회가 홀든의 ‘오리에 관한 질문을 가차 없이 질책하던 그 시대’와 다른 무엇이 있을까요. 샐린저가 홀든 콜필드(Holden Caulfield)의 입을 통해 던지는, “오리는 어디로 갔을까요?”라는 질문은 우리에게 “창조적 인간을 만드는 것은 무엇일까?”라는 질문을 재차 던지게 합니다.

 

결국, 창의적 청소년을 육성하고, 창의적 사고를 고양하기 위해서는 사회가 중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택시운전사로 대변되는 우리 사회가 “오리는 어디로 갔을까요?”라며 묻는 콜필드에게 “쓸데없는 생각 말고, 학생이면 학생답게 공부나 하시지”라고 하지는 않는지요. 남녀노소를 떠나 창의적 아이디어가 있고, 다양한 견해가 있는 곳, 그곳이 진정 ‘성숙한 사회’가 아닐는지요.

 

만일, 한 학생이 묻는다면 말입니다,

“아저씨, 연못의 오리는 어디로 갔을까요?”

당신이 답할 때입니다. 음, 오리는 말이야. 오리는   .

 

 

[신연강]

인문학 작가

문학 박사

이메일 :imilton@naver.com

 

작성 2023.03.27 10:40 수정 2023.03.27 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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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