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식 칼럼] 씨태

김태식

통영지방에서 사용하는 지방 특유의 사투리가 많이 있지만 그 가운데 ‘씨태’라는 말이 있는데 재밌다. 여러 가지 뜻을 가지고 있고 광범위하며 함축성 있는 말이기도 하다.

 

‘니 참 씨태다’, ‘그 사람 씨태니라’, ‘그 사람은 우찌 그리 씨태일꼬’ 등으로 쓰인다. 씨태의 사전적인 의미는 ‘실없쟁이의 경남지역 방언’이라고 되어 있다. 이를테면 실實없는 짓이나 쓸데없는 말을 잘하는 사람을 일컫는다. 

 

상대방에게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 조언을 한다거나 안 해도 될 행동을 하는 것을 아우르는 말이기도 하다. 따라서 씨태는 남녀노소 구분 없이 쓰이는 일반 명사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꼭 정해진 틀에서만 생활할 수는 없다. 때로는 벗어남이 오히려 넉넉함을 주기도 한다. 우리는 지금 씨태가 많은 세상에 살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마시지 않겠다는 사람에게 술을 권하고 그만 먹겠다고 하는 사람에게 음식을 억지로 권하는 사람도 씨태에 포함될 수밖에 없다.

 

지인들이 어울리는 노래방에서 노래 부를 실력이 못 되어 늘 주눅 들어 있는 사람에게 얌전을 빼느라 노래를 부르지 않는다고 타박하는 사람이나 강제로 마이크를 갖다 대는 사람도 씨태라는 호칭에서 벗어날 수 없다.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남의 탓으로 돌리려는 사람도 마찬가지다.

 

시대의 흐름에 따라 세상의 일도 많이 바뀌고 있다. 버스 안이나 전철 안에서 남이 보는 스마트 폰을 슬쩍 훔쳐보는 것은 신종 씨태다. 의도적이지는 않더라도 곁눈질 자체만으로도 상대방에게 불쾌감을 주기에 충분한 일이기 때문이다.

 

해야 할 말을 구분하지 못하는 씨태도 간혹 있다. 살이 많이 쪄서 스트레스를 받으며 고민인 사람에게 ‘살을 좀 빼라’든지 혹은 ‘그렇게 많이 먹으니 살이 찌지’라는 말 등이다.

 

씨태가 꼭 나쁜 의미로만 쓰이는 것은 아니다. 할아버지나 할머니가 손주를 필요 이상으로 챙기는 것. 시아버지가 며느리를 아껴 주는 일. 장모가 사위에게 맛있는 음식을 권하는 일 등은 아름다운 씨태일 수도 있다. 따라서 씨태는 사족蛇足이기도 하지만 화룡점정畵龍點睛이기도 하다.

 

 

[김태식]

한국해양대학교 대학원

선박기관시스템 공학과 졸업(공학석사)

미국해운회사 일본지사장(전)

울산신문 신춘문예(등대문학상) 단편소설 당선 등단

사실문학 시 당선 등단

제4회 코스미안상 수상

이메일 :wavekts@hanmail.net

 

작성 2023.04.11 11:37 수정 2023.04.11 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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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