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계봉의 산정천리] 전철 타고 떠나는 봄날의 여행지 6

 

인천 앞바다에 떠 있는 보석 같은 산, 영종도 백운산

 

산은 섬이 되어

안개의 바다에 가라앉는다

 

수도권에서 전철을 이용하여 가장 접근하기 쉬운 섬이 영종도다. 이 섬에는 서해의 섬들과 바다를 내려다보며 여유를 만끽할 수 있는 산이 있다. 인천시 중구 영종도에 자리 잡은 백운산이다. 백운산은 영종도에서 가장 높은 산이다. 산 정상에 아침저녁 가리지 않고 흰 구름과 안개가 자욱하게 서려 있어 ‘백운(白雲)’이라는 이름을 갖게 됐다고 전해진다. 산세가 유순하여 해발 256m의 정상까지 부담 없이 오를 수 있어 마치 산책하는 기분으로 등산을 즐길 수 있고, 일몰과 일출을 즐기려는 백팩커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는 곳이다.

 

백운산 정상에서 바라보는 인천대교 

 

주로 공항철도 운서역에서 출발해서 백운산에 오른 후 용궁사로 하산하여 영종 둘레길을 따라 영종역까지 걷거나, 용궁사로 하산한 후 영종하늘도시에서 버스를 타고 운서역으로 이동하기 때문에 접근성이 좋은 편이다. 

 

백운산 둘레길 안내판

 

매주 산행을 함께 하는 친구들과 운서역 2번 출구를 나와 하늘공원 계간을 오르면서 산행은 시작된다. 백운산 가는 길은 등산로 전 구간에 야자매트가 깔려있고 완만한 평지의 소나무 숲길이라 산행길이라기보다 산책길이다. 등산로 좌우로 진달래가 활짝 피기 시작하여 온산을 화려하게 물들이고 있고, 소나무숲이 끝나면 하늘이 안 보일 정도로 울창한 숲 터널을 이루고 있는 참나무숲 오솔길이 계속 이어지는데 걷기 너무 편안한 흙길이다. 

 

백운산 오르는 길은 누구나 갈 수 있는 만만한 산길이다.

 

만만한 산길 끝에 나오는 제법 가파른 오르막 계단을 오르면 작은 전망대가 기다리고 그 위가 정상(256m)이다. 백운산 봉수대와 정자가 있는 정상의 전망대에 서면 가슴이 확 트이는 360°의 파노라마 전망을 마음껏 즐길 수 있다. 동쪽, 북쪽으로 월미도와 강화도가 보이고, 남쪽, 서쪽으로 인천대교, 인천공항, 장봉도, 신도, 시도, 무의도 등 인천 앞바다 섬들의 경치를 감상할 수 있다. 청명한 하늘과 은빛의 서해, 그리고 인천국제공항이 일망무제로 펼쳐져 영종도의 아름다운 풍경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다. 

 

백운산 정상에서 바라본 서해 삼형제섬(신도, 시도, 모도)
백운산 전망대에서 선 산행 친구들

 

전망대에서 풍광을 감상한 후 용궁사 방향으로 이어지는 유순한 능선 길을 따라간다. 능선 곳곳에는 진달래 군락지가 있어 이 길은 꽃길이 된다. 소나무 숲 사이를 비집고 한 줄 따사로운 햇살이 마음의 창문을 열고 들어온다. 

 

하산길에 만난 진달래 군락지 

 

하산길에 들리는 약사암과 용궁사는 원효대사가 670년에 건립했다고 전해지는 태고종의 천년고찰이다. 용궁사 말사인 약사암은 춘삼월 양지바른 댓돌 위에서 서당개가 턱을 앞발에 묻고 한가로이 낮잠 자는 듯한 평화스러운 분위기다. 암자가 마치 여염집같이 친근하고 암자 입구에 있는 울창한 대밭의 연둣빛 새순이 인상적이다. 

 

여염집 분위기가 물씬 나는 약사암

 

용궁사는 신라 문무왕 10년(670)에 원효대사가 창건했다고 알려진 유서 깊은 절이지만 대웅전을 비롯한 사찰 전체가 소박한 모습을 하고 있어 오히려 정겨워지는 그런 절이다. 사찰로 걸어 들어가는 작은 오솔길부터 규모나 화려함과는 거리가 먼 도량의 모습까지, 마음을 맑게 또 차분히 해주는 진정한 힐링 공간이다.

 

백운산 천년 사찰 용궁사

 

용궁사에는 전해오는 설화가 하나 있다. 옛날 영종도에 고기잡이로 근근이 살아가던 한 어부가 있었다. 어느 날 바다에 쳐놓은 그물을 걷어 올렸는데, 고기 대신 조그만 옥 부처 하나가 그물에 걸려 올라왔다. 투덜대며 바다에 던져버렸고 또다시 그물을 건져 올렸지만 이번에도 옥 부처가 나왔다. 이런 일이 수차례 반복되자, 필시 무슨 곡절이 있을 것 같아 백운사(용궁사의 옛 이름) 관음전에 옥 부처를 모셨다. 조선 철종 때 흥선대원군이 이 절에 들렀다가 이런 이야기를 듣고 불상이 용궁에서 나왔으니 사찰 이름은 ‘용궁사’가 어울린다 하여 용궁사로 개칭하고, 요사채 처마 밑에 붙어있는 ‘龍宮寺’ 편액을 직접 써주었다고 한다. 이 옥 부처는 일제 강점기에 약탈당하는 바람에 사찰에서 찾아볼 수 없어 아쉬움이 크다. 

 

용궁사 요사채에 걸린 흥선대원군의 ‘龍宮寺’ 친필 현액

 

용궁사 경내에는 용궁사 경내에는 1,300년의 나이로 추정되는 두 그루의 느티나무가 서 있어 고즈넉한 분위기에서 경건함마저 들게 하는데 왼쪽은 할머니 나무, 오른쪽은 할아버지 나무로 불린다.​ 두 거목의 아래가 다 파여서 마치 죽은 나무처럼 보이지만 직접 나무 앞에 서보면 나무의 강한 생명력과 영험한 기운이 스멀스멀 올라옴을 느낀다. 

 

천년이 넘는 세월을 안고 사는 용궁사 할아버지 느티나무

 

용궁사 전각 바로 뒤편에는 백운산의 또 다른 명소인 소원바위가 자리하고 있다. 이 바위 위의 작은 돌을 집어 생년월일과 소원을 말한 뒤 시계방향으로 돌렸을 때 돌이 바위에 자석처럼 끌리는 느낌이 들면 소원이 이뤄진다는 흥미로운 전설을 간직한 바위다. 

 

수능 시즌이 되면 수험생 부모님들이 많이 찾는 용궁사 소원바위

 

암자 뜰에 작디작은 들꽃들이 함초롬하다. 소나무 그늘에서 화사한 분홍을 발하는 진달래꽃, 돌 틈에 소담스럽게 자라 다소곳이 고개 숙인 춘란의 고운 얼굴. 산사에 찾아온 봄을 오롯이 느끼게 하며 말없이 큰 가르침을 들려주는 자연은 또 하나의 크나큰 스승이다. 어디를 향해 가는지도 모른 채 앞만 보고 숨 가쁘게 달려가는 우리에게 봄의 산사는 호젓하고도 편안한 여유로움을 안겨준다. 

 

이번 주말에는 걸망 둘러메고 숲길을 산책하듯 그렇게 백운산 자락을 걸어보자.

 

 

[여계봉 선임기자]

수필가

이메일 :yeogb@naver.com

 

작성 2023.04.12 10:49 수정 2023.04.12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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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