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석근 칼럼] 잉여인간 유감

고석근

인간은 놀이를 하는 곳에서만 인간이다. 

 

- 프리드리히 실러 Friedrich Schiller (1759-1805, 독일의 극작가) 

 

 

미래학자 제레미 러프킨은 “인류역사는 0.1%의 창의적 사람과 그를 알아보는 0.9%의 통찰력을 가진 사람이 이끌어 왔으며, 나머지 99%는 잉여인간이다.”라고 했단다. 졸지에 잉여인간이 되어버린 99%, 기분이 어떨까? 이 말을 많은 사람들이 과학의 이름으로 뒷받침하고 있다.

 

 “미래에는 몇몇 뛰어난 사람들이 나머지 사람들을 먹여 살리는 인공지능 시대가 온다.”  

 

0.1%의 창의적인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이었을까? 아마 그들 대다수는 자신이 그런 큰 업적을 이루리라고 생각조차 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들은 신나게 자신들이 하는 일에 열중했을 것이다. ‘신나게 놀았을 뿐인데, 이런 일이 일어났네!’

 

그런데 ‘99.9%에 속하는 사람들’이 그를 인류 역사를 이끌어가는 선구자로 칭송하면 그들의 기분은 어떨까? 사람은 각자 다양한 재능과 성격을 타고 태어난다. 다 이 세상에 나름대로 쓸모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모바일 시대를 연 0.1%에 속하는 스티브 잡스가 수십 년 전에 태어났다면, 그가 0.1%에 속했을까? 지금 ‘99%에 속하는 사람들’ 중에 수십 년 전에 태어났다면, 0.1%에 속하게 되었을 사람들이 꽤 많을 것이다. 미래에는 또 어떤 유형의 인간이 0.1%에 속하게 될까? 아무도 예측할 수 없을 것이다. 

 

인간은 ‘유적존재(類的存在)’다. ‘개인이면서 인류의 일원으로 살아가는 존재’다. 이 시대의 기준으로 사람을 잉여인간으로 만들지 말아야 한다. 지금 0.1%에 속하는 사람이 교통사고가 나 장애인이 되면 그는 99%에 속하는 잉여인간이 되는 건가? 그럼 우리는 그동안 그렇게도 칭송한 사람을 “너는 이제 이 세상에 쓸모가 없는 잉여인간이야!”하고 무시해야 하는 건가? 인간은 동물에서 진화하며 ‘공감력’이 생겨났다. 사람을 0.1%, 0.9%, 99%로 나누지 말자. 그렇게 나누는 사람들에게 묻고 싶다. 

 

“당신은 다른 사람들과 공감하는 능력, 공감지수가 얼마나 됩니까?” 

 

나는 굳이 인간을 나누려면, 공감력이 있는 사람과 공감력이 없는 사람으로 나눠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야 공감력이 부족한 사람들이 공감력을 배워 우리 모두 행복하게 잘 살아갈 수 있을 테니까. 인간에게 가장 중요한 건, 이 세상에서 서로 사랑하며 행복하게 사는 것이 아니겠는가? 독일의 대문호 실러는 말했다. 

 

“인간은 놀이를 하는 곳에서만 인간이다.” 

 

그렇다. 인간은 타고나기를 노는 존재다. 일을 하는 동물은 인간밖에 없다. 이제 인공지능시대가 온다고 한다. 많은 사람들이 잉여인간이 되는 게 아니라 일하지 않아도 되는 시대가 오는 것이다.  

 

우리 모두 놀이를 하자! 공부도 놀이가 되어야 한다. 자신의 능력과 성격에 맞는 공부는 놀이가 된다. 일도 놀이가 되어야 한다. 다들 신나게 놀아야 한다. 신나게 놀다 보면, 어떤 사람들은 0.1%에, 어떤 사람들은 0.9%, 어떤 사람들은 99%에 속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신나게 노는 인간에게 그런 것들은 전혀 중요하지 않을 것이다. 신나게 놀았으니까! 어디에 속하면 어떠랴?

 

 오늘은 용돈이 든든하다

 낡은 신발이나마 닦아신자

 헌 옷이나 다려입자 털어입자

 산책을 하자

 북한산성행 버스를 타보자

 안양행도 타보자

 나는 행복해도

 혼자가 더 행복하다

 이 세상이 고맙다 예쁘다

 

 - 김종삼, <행복> 부분  

 

‘오늘은 용돈이 든든하다’고 아이처럼 즐거워하는 시인. 이 시인은 어디에 속하는가? 돈을 별로 벌지 못하니 99%에 속하는가?  그의 시를 읽고 많은 사람들의 영혼이 깨어나도, 그는 여전히 99%에 속하는 잉여인간인가? 

 

그의 시를 읽고 영감을 얻어 0.1%에 속하는 사람들이 생겨나면, 그도 0.1%에 속하게 되는 건가? 그래도 돈을 별로 벌지 못하니 그는 여전히 99%에 속하는 잉여인간인가?

 

[고석근]

수필가

인문학 강사 

한국산문 신인상

제6회 민들레문학상 수상.

이메일: ksk21ccc-@daum.net

 

작성 2023.04.13 11:27 수정 2023.04.13 11:31
Copyrights ⓒ 코스미안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금지 한별기자 뉴스보기
댓글 0개 (1/1 페이지)
댓글등록- 개인정보를 유출하는 글의 게시를 삼가주세요.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Shorts 동영상 더보기
2025년 4월 25일
2025년 4월 25일
전염이 잘 되는 눈병! 유행성 각결막염!! #shorts #쇼츠
2025년 4월 24일
2025년 4월 23일
2025년 4월 22일
나는 지금 '행복하다'
2025년 4월 21일
2025년 4월 20일
2025년 4월 19일
2025년 4월 18일
2025년 4월 17일
2025년 4월 17일
2025년 4월 16일
2025년 4월 15일
2025년 4월 14일
2025년 4월 13일
2025년 4월 13일
2025년 4월 13일
2025년 4월 13일
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