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독일 예술가 요셉 보이스(Joseph Beuys)의 7,000그루의 떡갈나무’
1982년 카셀 도큐멘타7에서 시작된 이 프로젝트는 1982년에서 1987년까지 5년간 진행하였다. 사회적 조각(Social Sculpture)이라는 중요한 전제였고, 이것을 통해 그는 “모든 사람은 예술가이며, 예술은 사회를 변화시킬 잠재력을 가진다”라고 말했다.
나의 관심사 중의 하나는 예술의 다양한 사회 참여 방식이다. 예술은 심오하고 어렵다는 생각에서 벗어나 누구나 예술을 곁에 두고 향유하며 사는 시민들이 많아지기를 소망하면서 다양한 형식의 예술 참여 방법론을 고민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2020년부터 현재까지 진행하고 있는 다원예술 <MAP PROJECT> 또한 지역민들의 적극적인 협조가 없다면 발전시키기 힘든 부분이다. 관객과의 참여 협업을 통한 예술 작품이나 행위가 참여예술 (Participatory art), 협업예술(Collaborative art), 인터랙티브예술(Interactive art) 커뮤니티 기반예술 (Community-based art) 등 다양한 명칭으로 불리던 이 형태는 이제는 현대 예술의 하나의 고유한 영역으로 자리를 잡았다고 볼 수 있다.
이는 관객이 수동적으로 습득을 하는 것이 아닌 능동적으로 예술적 행위의 주체자가 되어 움직이고 받아들이는 용기를 얻게 되며 더 나아가 예술에 대한 진입 장벽을 낮게 하여 작품을 즐기는 층이 넓어지는 예술가와 관객 사이의 친밀도 형성에 좋은 가교역할을 하는 부분이다.
20세기 초반 실험 예술 정신으로 시작된 미래파 예술가와 다다이즘의 행위예술에서 보이던 이 흐름은 1960년대 창작자의 계층이 다양화된 영국의 경우 사회적 가치를 예술 행위에 중점에 두는 앰버(Amber), 프리 폼(Free Form), 그리니치 뮤럴 워크숍(Greenwich Mural Workshop) 등의 급진적인 커뮤니티 예술가 그룹들이 탄생하였고 70년대의 지역 캠페인 사회운동으로 영역이 넓어지다가 90년대에 들어서 기존예술계와 사회 공동체간의 다양한 교두보를 마련하게 되었다 (주-1)
한국의 경우 2005년 한국 문화 예술 교육 진흥원 (아르떼) 을 설립 후 지역주민과 예술가의 협업 프로젝트 형식으로 경제력, 지역, 나이 상관없이 각자의 상황에 맞는 문화 예술 교육 통해 누구나 삶 속에서 문화 예술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교육 기반을 확대하고 있다. 특히 핀란드 아난딸로를 벤치마킹한 ‘꿈꾸는 예술터’의 경우 버려진 공간을 재활용하여 지역의 문화예술교육 전용 공간으로 탈바꿈시켰고 예술가가 상주하면서 지역민에게 직접 예술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기도 한다. (주-2)

나 또한 충청남도 태안에 거주 중인 지역 여성 주민, 부산 북구 덕천동에 거주 중인 한국전쟁을 겪은 여성 주민들과의 참여를 통해 <MAP PROJECT>시리즈의 중요한 리서치 작업과 공연을 진행하였다. 참여자들은 그들의 이야기를 직접 말하고 서로 공유하며 개인적 역사에 대해 다양한 감각으로 표현하였고, 자의적 창조성을 경험했으며 이야기 공유를 통해 공동체의 결속을 경험하였다.
2023년 3월, 국제 공연 예술 프로젝트 제주 (대표 장광열) 가 이끄는 생태 즉흥을 내세우는 제주 국제 즉흥 춤 축제 (Jimpro/Jeju International Improvisation Dance Festival)와 협력하여 진행한 <기억의 지도를 그리다 - MAP PROJECT> 워크샵 또한 제주에 거주하는 다양한 여성 이주 주민들의 삶에 대한 이야기를 그림과 몸짓 등으로 표현하는 시간을 가졌다. 그들은 ‘아우라’라는 그룹명을 지닌 즉흥 무용팀으로 다양한 이야기를 가진 일반인들이 모여 즉흥 무용의 아름다움을 함께 느끼는 팀이다.
‘함께’ 모여 ‘창조’를 하는 행위. 이것이야말로 능동적인 학습활동의 행위이다. 그들은 매주 모여 함께 움직이고 소통하며 지역에 필요한 무언가를 고민하며 실천한다. 마침 함께 듣게 된 그들의 회의 내용에서는 바닷가에 버려진 플라스틱 등의 쓰레기를 줍고 재가공을 하여 그 공예품을 제주도 플리마켓에 팔고 함께 움직이자는 ‘업사이클링(Upcycling)’ 에 대한 주제로 토론 중이었다. 그들의 직업군은 다양하며 예술과 관련이 없는 사람들이었으나 그들이 스스로 예술에 대한 재교육을 받아 창조적인 군단을 만들어 낸 상황이다.
점점 단순노동 이상의 것들을 AI에게 빼앗길 미래의 상황과 인간 수명 100세 이상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시점에서 기존 인력이 스스로 재교육을 통한 잠재 능력을 발견하여 기존 노동의 방식이 아닌 새로운 노동 형식을 찾아가는 방법. 이것이 우리가 무용적 계급(Useless Class)을 벗어나는 실천이지 않을까?
‘내가 이것을 배우지 않아서 해낼 수 있을지 몰랐는데 하고 나더니 되었어요!’
참여예술 참가자들의 공통적인 반응이다. 이것을 배우지 않았다의 뜻은 ‘도제식’의 배움을 의미한다. 하지만 우리는 이미 경험자이다. 우리는 어렸을 적 ‘역할극 놀이’를 소꿉장난을 통해 경험했고, 집안 곳곳 마구 색을 칠하는 ‘추상적 색칠감각’을 뽐냈으며, 부모님이나 친구에게 선의의 혹은 나쁜 거짓말을 하며 ‘스토리 텔링’을 해봤다.
우리는 모두 예술가로 태어났지만 자라오면서 내면에 깊이 감춘 채 조용하게 살아간 것이다. 우리 마음속의 예술가가 죽은 걸까. 아니다 예술을 한다는 것은 다른 세계의 일이라고 생각하는 그 두려움이 우리를 검열하게 만든다. 일단 해보는 것. 그 잠재력을 깨워보자.
올해 나는 영국에서 <MAP PROJECT>를 10대 버전으로 발전시키는 작업 중이다. 10대 와 20대의 젊은 층의 개인적인 지도의 형식은 또 다르다 그들이 가지고 있는 고유한 좌표는 자칫 한때 질풍노도일 것이라고 치부할 수도 있다. 해외에서 사는 아시아 이민계 그들의 관점은 어떨까? 수많은 정보의 홍수와 코로나 시대를 겪은 그들의 보는 어른들은 어떨까? 그들이 여러 사회적 시선으로 감춘 <MAP>을 펼쳐 함께 방향을 보고자 한다.
해낼 수 있다는 용기 VS 새로운 것을 또 배워서 해야 한다는 두려움
프랑스의 구조주의 철학자이자 비평가인 롤랑 바르트 는 <마담 보바리>로 유명한 프랑스 작가 구스타프 플로베르의 언어학적 구조를 보고 한 문장과 한 문장 사이의 관계성이 결국 소설이라고 말한다. 전혀 ‘연결 지어지지 않는 문장들’이 인간 현재의 위치적인 상황과 개인의 새로운 실천이라면 그 ‘소설’ 같은 관계성은 결국 용기가 아닐까. 이 글을 읽는 당신에게 용기 내어 말하고자 한다.
얼지 마, 죽지 마, 우리는 예술가이니까.
(주-1) BRITISH COUNCIL 한영참여 예술 자료집 발췌
(주-2) 널 위한 문화 예술 발췌
[박수영]
미술, 영상, 무용의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드는
독립 다원예술가로 활동하고 있다.
2020년부터 진행된 다원예술 <Map Project>를 통해
장소가 가지고 있는 고유성과 문화를 기반으로 한
무용과 영상의 혼합적 작업을 진행하였고
현재 영국과 한국에서 다양한 관객을 만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