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병식 칼럼] 이디스 워튼의 '이선 프롬'이 말하는 신중한 판단의 중요성

민병식

이디스 워튼(1862-1937)은 미국 뉴욕의 상류층 가정 출신이며 본명은 이디스 뉴볼트 존스로 1878년 시집 ‘시 Verses’를 내며 문학계에 등단하였다. 23세의 나이에 에드워드 워튼과 결혼하였고 이때부터 ‘이디스 워튼’이라는 이름을 사용하였는데 결혼 후 남편과의 불화로 심한 신경쇠약을 앓았으며, 이를 극복하기 위해 여러 나라를 옮겨 다니며 생활하던 중 1905년 발표한 장편소설 ‘환락의 집’이 큰 인기를 얻으면서 유명작가가 되었고, 1920년 뉴욕 상류 사회의 위선과 허위를 풍자한 소설 ‘순수의 시대’를 발표하고 대중적인 인기까지 얻으며 1921년 여성 최초로 퓰리처상을 수상하였다. 이 작품은 저자인 이디스 워튼이 자신보다 열세 살 연상인 에드워드 워튼과 결혼 후 불행할 삶을 살았던 사랑 없는 결혼이 모티브가 되었다고 한다.

 

소설의 화자는 미국 매사추세츠주의 서부 산간 지방에 있는 발전소로 파견된 직원으로 그는 마을에서 만난 ‘이선 프롬’의 폐인 같은 모습에 큰 충격을 받는다. 눈이 많이 오던 날 이선이 태워주는 썰매로 길을 나섰다가 그의 집에서 하루를 묵게 되면서 화자는 이선과 함께 살고 있는 두 여자를 만난다. 젊은 시절 이선은 과학도가 꿈이었다. 그러나 아버지의 죽음으로 학업을 포기하고 집으로 돌아와 아버지의 빚을 갚기 위해 아버지가 하던 목재소를 물려받는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어머니가 중병에 걸리고 어머니를 돌보는 것이 힘에 부쳤던 이선은 그의 사촌 누이 ‘지나’의 도움을 받게 되는데 어머니가 죽으면 혼자가 된다는 공포심에 자신보다 7살이나 많은 지나와 충동적으로 결혼을 한다. 그러나 결혼한 지 1년 만에 지나도 병에 걸리고, 그러던 중 부모를 잃고 가난 때문에 힘든 지나의 먼 조카뻘인 매티가 집안일을 도울 명목으로 이선의 집에서 머물게 된다. 지나는 거의 침대나 의자에만 있었고 식사, 청소 등은 매티가 하는 식이었다.

 

이선은 한창 피어오르는 나이의 매티에게 반하고 이선과 매티, 서로가 선뜻 나서지 못하는 상황에서 이를 눈치 챈 지나가 이 둘 사이를 질투하여 매티가 집안일을 못한다는 구실로 다른 아가씨를 구하고 매티를 쫓아내 버린다. 매티는 이선의 집을 떠나면 의식주가 모두 불분명한 상태다. 결국 지나의 결정대로 매티는 짐을 정리하고 떠나는 매티를 기차역까지 데려다주기 위해 둘이 함께 길을 나선다. 

 

기차 시간이 다가올수록 둘은 떨어지고 싶지 않았고 이선과 매티는 마을 사람들이 썰매를 타는 장소에서 내리막길 앞에 커다란 나무에 부딪혀 사망하는 사고가 가끔 있었는데 일부러 거기에 부딪혀 둘이 자살할 결심을 하고 실행에 옮긴다. 이선이 조종을 하고 매티가 뒤에 앉는다. 썰매는 무서운 속도로 내려가고 그러나 나무에 이르러 이선이 본능적으로 살짝 방향을 틀고 이선을 한쪽 다리를 절게 되고 매티는 하반신 마비가 된다. 결과는 이선과 지나가 매티를 돌보는 방향으로 바뀐다.

 

다시 화자가 이선의 집에서 두 여자를 만나는 장면이다. 그녀가 이선의 집에 들어갔을 때 요리를 하는 여성 한 명과 의자 위에 앉아 목만 움직이는 여성 한 명을 만나는데 요리를 하는 여성이 지나. 의자에 앉아 있는 여성이 매티였다. 결국 이선은 자신의 꿈도 이루지 못하고 행복한 결혼 생활을 하지도 못했으며 다친 다리도 치료하지도 못하고 결국 병든 아내, 지나와 하반신 마비의 매티와 함께 그냥 묵묵히 살아간다.

 

이선이 맞은 불행의 원인은 무엇일까. 바로 잘못된 선택이었다. 사랑하지도 않는 사촌 누이 지나와 외로움과 홀로 남겨질 두려움 때문에 덜컥 결혼해버린 과오. 또 매티와의 어설픈 자살 시도, 이 모든 것은 신중한 판단 없이 충동적으로 행해진 것이었다. 주인공 이선은 정신착란에 걸린 부모의 죽음으로 학업을 포기하고 목재소라는 행복하지 않은 진로를 택해야 했고, 사랑 없는 결혼으로 행복한 가정을 꾸리지 못했으며, 결국 자신의 유일한 행복이자 희망이었던 매티와의 사랑도 함께 도망갈 차비조차 없는 가난으로 인해 꿈꾸지 못했다. 이선은 이제 불행을 모두 안고 폐인처럼 살아가야 한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판단에 신중해야 할 시점이 있다. 그것은 주로 진학, 결혼, 취업 등을 앞 둔 인생의 전환기에서 선택에 집중해야 할 중요시기에 나타난다. 잘못된 판단의 오류는 예나 지금이나 그리 멀지 않은 곳에서 찾아볼 수 있는데 자신의 적성에 맞지 않는 학과에 진학하여 방황하다가 중도에 학업을 포기한다든지 사랑 없는 결혼을 택하여 평생 후회하며 산다든지, 맞지 않는 직업을 선택하여 생계 때문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갈등한다든지 하는 문제들이다. 

 

작품은 우리들에게 신중한 판단이 행복한 삶의 방향을 결정할 것이며 올바른 선택에 있어서의 신중함은 조금 지나쳐도 모자라지 않다고 말이다.

 

 

[민병식]

시인, 에세이스트, 칼럼니스트

현)대한시문학협회 경기지회장

현)신정문학회 수필 등단 심사위원

2019 강건문화뉴스 올해의 작가상

2020 코스미안상 인문학칼럼 우수상

2021 남명문학상 수필 부문 우수상

2022 신정문학상 수필 부문 최우수상

이메일 : sunguy2007@hanmail.net 

 

작성 2023.04.19 11:14 수정 2023.04.19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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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