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치합리성이란 맹자가 주창하는 도학 사상에서 비롯된 말이지만 어떤 행동을 함에 있어서 나타나게 될 결과를 감안하여 적합하게 행동하는 행동양식으로 실질적인 합리성을 의미한다. 가치합리성은 순자를 주축으로 하는 실학사상에서 비롯된 가치합리성의 상대적인 개념으로 목적 달성을 위해 합리적으로 행동하는 실용주의적 행동양식으로 이를 형식적 합리성이고 한다.
이와 맥을 같이하는 목표합리성란 말은 재산 증식, 승진, 출세, 집짓기 등의 목적을 실현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가 하는 행위를 분명히 자각하고 조직하는 합리성을 말한다.
이들 두 개념의 중요한 차이는 가치합리성이 자기의 가치 합리적 행위의 결과에 따라 가시적인 결과를 얻으려는 것보다 동기적 가치의 순수성을 지키기 위하여 모든 것을 희생하는 행위이다, 즉 자기의 신념을 집행하기 위해 갖은 어려움을 인내하는 행동양식으로 수많은 애국지사, 효자, 열녀 열부들이 가치합리성에 의해 자신의 생명을 바쳤다. 우리나라가 오천 년 동안 수많은 외침을 받아오면서 나라를 지켜 온 것은 수많은 선인들이 가치합리성에 의해 자신을 희생했기 때문에 그분들의 후덕으로 우리들이 행복하게 생활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가치합리적인 행동이 목표 합리적인 관점에서 보면 비합리적인 행동으로 보일 것이다. 예를 길거리 가다가 사람이 쓰러져 있는데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자기의 일을 제쳐두고 병원응급실로 동행하는 사람은 생명을 귀하게 여기는 도덕인 가치합리성의 행동양식이지만, 못 본채 그냥 지나치는 사람은 자기의 목표합리성에 충실한 행동양식으로 타인과의 공감을 실현하지 못한 사람들이다.
오늘날 물질주의적 가치관이 팽배한 사회현실에서는 가치합리성을 쫓아서 살아가는 사람들을 이상하게 볼 수 있겠으나 우리 사회가 존속되는 것은 그래도 많은 사람들이 숨어서 가치합리성을 실천해나가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에 사회시스템이 정상적으로 운영되고 있고 할 수 있다.
교육자나 성직자 등 사회지도층 인사들이 모두 목표합리성을 쫓아가면 그 사회는 건전한 사회라고 볼 수 없다. 그래도 교육자들은 목표합리성보다는 가치합리성을 쫓아서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교육자가 자신만을 위해 목표합리성만을 추구해 나간다면 국민의 신뢰를 얻지 못할 것이다. 오늘날 학교 교육을 불신하고 정치인들을 믿지 않는 까닭은 그들이 자신의 목적 달성을 위한 목표합리성을 쫓을 줄 알지 가치합리성을 국민들에게 보여주지 못한 결과일 것이다.
요즈음 선거철이다. 국민의 혈세로 지어진 높은 국회의사당의 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목표합리성을 추구하기 위해 가장 낮은 자세로 지역구 국민들에게 한 표를 구걸하는 때이다. 갖은 이미지 띄우기 방법을 동원하여 국회로 진출이라는 목표합리성을 쫓아 정치인들이 동분서주하고 있다.
그런데 일단 당선이 되고 나면 자기를 뽑아준 사람들의 기대를 저버리고 자기 안위와 목표가치실현을 위해 돌변하여 국민들의 위에 군림 자세로 싸움질해대며 온갖 추태들을 보이며 실망을 안겨주는 일을 반복한다. 국회에 가서도 가치 실현이 아니라 목표 실현을 위해 모두 난리법석 요란을 떨어대는 생활방식이 이어진다.
만약 정치인들이 가치합리성으로 진실로 국민들을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이면 국민들은 그들을 존경하지 않겠는가? 마찬가지로 자기 아이를 바른 길로 안내하기 위해 애쓰는 가치합리성을 지향하며 살아간다면 학부모들이 존경하지 않겠는가? 너무 이상적인 이야기일지도 모르겠다. 가치합리성을 쫓아 교육자로서 사명감을 다하는 교사가 우대받아야 하겠지만 교육 현장을 그렇지 못하다. 목표합리성을 쫓아서 살아가는 사람이 능력 있는 교사로 인정받는 탓은 물질주의 가치관이 뿌리 깊게 자리 잡은 세태를 어찌하겠는가?
이제 모든 국민들이 가치합리성으로 패러다임을 바꾸어나가야 선진국 국민으로서의 바람직한 행동양식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다. 남을 배려하고 다 같이 즐겁게 살아가는 가치합리성과 목표합리성의 조화와 균형이 이루어지는 건전한 사회를 이룩하는 데는 바로 교육의 힘에 의존하는 길밖에 없지 않겠는가? 가치합리성을 지향하는 교육풍토가 자리잡아가는 교육 현장이 되길 소망할 뿐이다.
[김관식]
시인
노산문학상 수상
백교문학상 대상 수상
김우종문학상 수상
황조근정 훈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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