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식 칼럼] 이, 얼, 니

김태식

지인들이 저녁식사를 하면서 같은 한자漢字를 두고 한자문화권의 각 나라가 읽는 방법이 다른 이유를 아느냐고. 한자는 본래 중국의 문자이니 중국식으로만 읽으면 아무런 문제가 없을 것을 아시아에서 비슷한 한자문화권에 속하는 한국, 중국, 일본의 한자 읽기가 다르다는 것이 이상하다. 나는 학생을 가르치는 교사도 아니고 언어학자도 아니지만 내가 아는 범위에서 나름대로 대답을 해 주어야겠기에 아래의 내용을 설명해 주었다.

 

예를 들어 ‘二’라는 글자를 우리는‘이’라고 읽는데 중국은‘얼’이라 하고, 일본은‘니’라고 읽기에 그러하다. 이 점에 대해서는 중국 사람들도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이 있다. 그러나 이것은 오래전 문자가 있기 전에 말이 먼저 있어 그랬다고 보는 것이 정설이다. 말言만 오가다가 중국에서 한자라는 문자가 들어오니 거기에 맞는 발음과 문자를 조합하게 됐고 단어를 만들다 보니 맞춰진 것이다. 

 

만약에 우리 한글이 외국에서 우리가 읽는 방법이 아닌 다른 발음으로 읽힌다면 이상할 것이다. 따라서 중국어는 표기문자라는 특수성이 있어 외래어도 한자로만 표기한다. 또한 한국이나 일본에서 사용하는 한자에 대해서는 철저하게 자기네들 방식으로만 읽는다. 

 

어떤 나라에서 발달한 문화가 다른 나라로 전달되는 과정에서 변화하기 쉽다. 물리학 공식이나 수학은 바르게 전달된다. 구구단을 다르게 하고 곱셈과 나눗셈 그리고 덧셈과 뺄셈을 다르게 답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언어는 그렇지 못하고 변하고 만다.

 

이를테면 그 나라 사람들이 발음하기 좋도록 정착되는 것이다. 한자가 중국에서 한국을 거쳐 일본으로 전달된 것이라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다. 역으로 그 한자가 일본식으로 정착되었다가 다시 우리나라로 들어 온 경우도 있다. 한자 사용에는 세 나라가 서로 얽혀 있다. 

 

몇 가지 예를 들어보자.

 

‘Europe' 우리 식으로 발음하자면 영어에 가깝게‘유럽’이라고 된다. 하지만 일본 사람들은 쉽게 발음되지 않는다. 일본어에는 받침이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요로파’라고 읽는다. 이것을 다시 문자로 옮기려고 하니 일본어‘요’의 발음에 가까운 한자는 구歐, ‘로’는 라羅로, ‘파’는 파巴가 된 것이다. 이렇게 조합해서‘구라파歐羅巴’가 된 것을 우리는 일본으로부터 아무런 여과 없이 받아들여 오늘날까지 지식층에서 써야 하는 용어인 양 쓰고 있다. 우리는 유럽이라고 정확하게 읽을 수 있는 발음구조를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요즈음에는 잘 쓰지 않는 단어이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구미각국’이라는 말도 많이 사용했다. 일본에서는 구미歐米를 ‘오우베이’라고 읽는다. 즉 앞에서 설명했듯이‘구’는 유럽을 의미하는 것이고, ‘미’는 미국 쪽 서방세계를 말하는 것이다. 이것은 곧 유럽과 서방세계를 의미하는 말인데 특히 일제 강점기와 해방 후에 주로 받아들여진 것이다. 

 

하지만 지금도 우리는 쉽게‘구미열강歐美列强’혹은‘구미제국歐美諸國’등 아무런 검증도 없이 받아들이고 만다. 남의 나라의 말에 맞춘 한자 쓰기를 그대로 사용하니 부끄럽고 한심한 일이다.‘구歐’라는 한자의 뜻과 유럽은 전혀 관계가 없다.  

 

나라 이름의 경우에서 대표적인 몇 가지를 짚어보자. 독일이다. 원어는 ‘도이칠란트’인데 이것을 일본인들은 줄여서 ‘도이츠’ 라고 읽는다. 이것 또한 소리에 문자를 맞추다 보니 ‘도’의 발음은 독獨으로, ‘이츠’는 일逸로 표기하니 독일獨逸이 된 것인데, 우리는 그대로 받아쓰고 있다. 정작 한자를 쓰는 중국에서는 독일을 ‘덕국德國’ 이라고 하는데 말이다. 

 

프랑스라는 나라의 한자 이름 또한 알고 보면 거부감이 간다. 가까운 소리의 한자표기가 불란서佛蘭西이다. 그래서 한 ․ 불 정상회담이고, 한 ․ 불 수교 몇 주년이다. 많이 잘못 된 것이다. 차라리 ‘한 ․ 프랑스’라는 표현이 좋을 듯하다. 한자 종주국인 중국의 프랑스 표기는‘법국法國’이다. 

 

우리나라와 중국 그리고 일본이 같이 쓰는 나라의 이름도 있다. 미국이다. 하지만 한자는 다르다. 우리나라와 중국은 같이 미국美國으로 표기하지만 일본은 미국米國이다. 혹자는 미국으로 표현하는 한자가 다른 것을 두고 자신의 나라를 도와 준 고마운 나라이기에 아름다울 ‘美’를 쓴다. 쌀이 많이 생산되는 나라이기에 쌀 ‘米’를 쓴다고 하지만 그 나라가 고맙기 이전에 쌀 생산량하고는 관계없이 이들 모두 소리에 맞춰서 정해져 있던 나라 이름이다. 

 

[김태식]

한국해양대학교 대학원

선박기관시스템 공학과 졸업(공학석사)

미국해운회사 일본지사장(전)

울산신문 신춘문예(등대문학상) 단편소설 당선 등단

사실문학 시 당선 등단

제4회 코스미안상 수상

이메일 :wavekts@hanmail.net

 

작성 2023.04.25 11:33 수정 2023.04.25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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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