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이 보약'은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 '잠이 독약'도 생각보다 많다.
대한민국의 건강보험은 곧 망할 것이다. 급격한 고령화는 시작되었고 심각한 저출산을 막을 길이 없어 보인다. 당연히 재정은 바닥을 보이게 될 것이다. 시기의 문제일 뿐이다.
우리나라만큼 건강보험이 편리하게 잘 되어 있는 나라도 없다고 한다. 병원이나 환자나 건강보험 시스템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 의료 수가만 통제할 뿐, 사용자(환자)의 행동도 공급자(병원)의 행동도 지켜보고만 있다. 자기 돈이 아니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대부분의 사람들은 병원에 가는 것을 마치 쇼핑하듯 한다. 의료쇼핑이다. 대형 병원에만 몰리고 있다. 마치 큰 백화점에 사람들이 몰리는 것과 같다.
백화점과 병원은 달라도 많이 다르다. 굳이 병원을 안 가도 될 사람이 아니면 동네 병원에서도 해결 가능한 사람이 큰 병원에만 몰리다 보면 정작 심각한 환자들은 치료의 기회를 놓치게 된다. 유명한 교수 보려면 6개월은 기본이라는 말이 농담이 아니다.
도심에 가면 유난히 병원 간판이 눈에 많이 들어온다. 병원은 엄청나게 늘었다. 의사도 늘었다. 병원이 늘어나고 치료가 잘 되면 환자가 줄어야 할텐데 환자는 더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다. 환자 생산 시스템이다.
우리나라 건강보험 구조는 병원에서 뭘 많이 해야 돈을 준다. 많이 할수록 돈을 많이 준다. 그렇다 보니 검사도 과잉, 치료도 과잉, 과잉 진료가 만연되어 있다. 의사도 환자도 그러려니 한다. 언제부터인가 환자들이 병원을 못 믿고 의사를 믿지 못하게 되었다.
의사 정원을 늘리자는 주장도 있다. 소아과, 흉부외과, 응급의학과 등 인기 없는 과들의 의사를 충원하고 지역 간의 의료 격차를 줄이려면 의사가 더 많아야 한다고 한다. 과연 현재 시스템에서 가능할까? 잉여로 배출되는 의사들은 소아과 흉부외과 일반외과 등 비인기 분야로 가고 지방 병원으로 갈까? 절대 그럴 리가 없다. 지방에 있는 환자들이 서울 큰 병원 가기만 하면 다 다을 것 같은 환상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의사 얼굴 5분 보려 그 먼 길을 마다하지 않고 하루 종일 고생을 감수한다. 지방에서 "암입니다"라고 진단명을 말하면 환자들은 믿지 않고 그날로 서울 종합병원에 예약한다. 이런 판국에 어떤 의사가 지방에 남아 있고 싶을까?
의료 역시 비즈니스다. 고객이 있는 곳으로 사업은 몰리게 되어 있다. 강남으로 대표되는 의료 밀집 지역이 수도권으로 번지고 있다. 밀집할수록 과당 경쟁을 하게 되고 과잉 진료로 이어지면 필연적으로 건강보험 재정을 더 쓰게 된다. 한 명이라도 환자를 더 봐야 어떻게든 병의원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리하자면, 지금 의료 시스템에서 의사 수를 늘리면 건보 재정의 고갈은 가속도가 붙어서 더 빨라진다는 것이다. 실손 보험도 마찬가지, 보험사들이 적자 경영이 극심해지게 돼 실손 체계의 유지가 불가능하게 된다. 건강보험 재정을 생각한다면 이런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
우리는 병원에서 주는 약을 너무 쉽게 생각한다. 수술을 가볍게 여긴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여기저기 칼을 대고 그에 더해 더 많은 약을 처방 받는다. 나이가 들면 약을 먹는 것이 자연스러운 문화처럼 되어 버렸다.
하지만 인간은 약을 먹지 않고도 이겨낼 수 있는 면역력이 있고 항상성이 있다. 셀프 치료 시스템을 갖추고 있는 대단한 존재다. 그 시스템이 작동하는 시간은 잠을 자는 시간이다. 잠만 잘 자도 웬만한 병은 낫는다.
잠이 보약이라는 말은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 오히려 위험한 잠도 많다. 숨이 곤란한 상태로 자는 경우에는 자고 나면 몸이 더 안 좋다. 머리가 묵직하고 몸이 찌뿌둥하고 낮에도 계속 졸린다. 혈압은 오르고 장기간 지속되면 당뇨가 생기기도 한다. 수면 중 저산소 상태는 뇌세포가 파괴되어 이른 나이에 치매가 오기도 한다.
수면 시간이 짧은 것도 문제지만 수면의 질이 떨어지는 것은 더 큰 문제다. 시간은 조절해 볼 수 있지만 질은 저절로 좋아지지 않는다.
건강보험 재정을 근본적으로 해결하려면 병원 가기 전에 잠을 잘 자고 있는지 수면에 문제는 없는지 문제가 있다면 약이나 수술 같은 해결 방법이 아닌 셀프 치료가 가능한 문제인지 등을 스스로 알아야 한다. 병원에 의존하지 않고 의사에 기대지 않고 건강하게 살아가려면 잠을 먼저 챙겨야 한다. 이는 곧 건강보험 시스템을 건강하게 유지할 수 있는 길이기도 하다.
정부에서도 의료 체계가 아닌 건강관리 시스템으로써 수면에 대한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고 적극적으로 투자를 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