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면도 단계가 있다. 단계마다 하는 기능이 다르다. 1단계는 수면으로 들어가는 초입이다. 외부 소리가 들리는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는 흔히 비몽사몽이라고 단계이다. 1단계 수면이 많으면 잠을 자도 잔 것 같지 않다. 본격적인 수면 즉 2단계 수면에 들어가면 외부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잠은 외부 자극을 차단하고 몸의 내부에 집중하는 시간이다.
3단계 수면은 깊은 잠이다. 뇌파 움직임이 느려진다. 성장 호르몬을 비롯한 치유 호르몬들이 분비 되며 세포와 장기들을 재활한다. 이때 뇌도 쉰다. 뇌가 쉬는 동안에는 뇌를 청소하는 시간이다. 뇌가 왕성한 활동을 하는 동안 배출된 찌꺼기들이 대뇌피질 사이에 끼어 있는데 이 찌꺼기들을 뇌척수액이 빠르게 순환하며 씻어낸다. 글림프 시스템이라 하는데 깊은 수면에서만 작동한다. 깊은 수면을 하지 못하면 뇌 청소가 잘 안되고 찌꺼기가 낀 뇌는 기능이 떨어진다. 치매 환자의 뇌에는 찌꺼기가 잔뜩 끼어 있다. 수면과 치매의 연관성이 자주 언급되는 이유다. 깊은 수면은 전체 수면 시간 중 약20~25% 정도면 충분하다.
REM 수면은 꿈 수면이라고도 불린다. REM은 Rapid Eye Movement(빠른 눈 움직임)의 약자다. 뇌파가 매우 활발하다. 뇌의 활동이 눈동자의 움직임으로 보이는 것이다. 낮 동안의 정보를 기억 시스템으로 정리하고 처리한다. 우리 뇌는 그 많은 정보 신호들을 한정된 뇌세포에 넣기 위해서 매우 효율적인 시스템으로 움직인다.
REM 수면일 때는 호흡도 거칠어지고 심장 박동도 빨라진다. 그만큼 에너지가 많이 필요하여 산소 소모가 많다.
여기서 모순적인 상황이 발생한다. 산소는 더 많이 필요한데 산소 공급이 부족해지는 상태가 되는 사람들이 있다. 기도가 좁아지는 경우다. 깨어 있을 때는 기도가 막힐 일은 삼키는 순간에만 발생한다. 지금 침을 삼켜보면 바로 알 수 있다. 삼킬 때 어떻게 기도를 막았는지 한 번 더 해보자. 혀가 뒤로 가서 연구개(목젖이 붙어 있는 목구멍 앞쪽 말랑말랑한 부분)를 눌러줘야 비로소 삼켜진다. 삼킬 때를 제외하고 기도는 항상 열려 있어야 한다. 그래야 들숨 날숨이 저항 없이 들고 난다.
문제는 잠을 잘 때다. 깊은 수면과 렘수면 중에는 근육이 더 이완된다. 아래턱과 혀와 연구개 근육도 마찬가지다. 중력 방향으로 떨어지며 기도를 누른다. 숨이 불편하다. 더 심해지면 호흡 곤란 상태가 된다. 뇌가 위험을 감지하고 하던 일을 멈추고 각성한다. 잠이 깬다. 수면 분절이다. 잠에 연속성이 방해 받으면 수면의 기능을 다하지 못한다.
옆으로 자면 덜하다는 이유로 옆으로 자는 게 좋다는 사람도 많다. 하나는 알고 둘은 모르는 처방이다. 우리 바이오슬립센터에 방문하는 사람들은 주로 수면의 문제, 특히 기도가 막히는 호흡의 문제로 온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코골이 때문에 옆으로 잔다고 한다. 목뼈가 틀어지고 어깨가 아파서 힘들어한다. 허리와 골반도 틀어져 있다. 숨길이 막히는 원인을 해결하는 방법이 잘 못 되었다. 하루 이틀이야 별문제 없겠지만 장기간 옆으로 자는 자세는 척추와 골반을 변형시킨다.
이런 문제를 해결해 볼 수 있는 방법이 있다. 심하지 않다면 코호흡 개선과 베개를 잘 맞추는 정도로도 좋아질 수 있다. 구조적으로 얼굴이 작고 구강이 좁은 사람이나 턱이 작은 사람 목이 길고 가는 경우라면 기도가 좁다. 구강에 비해 혀가 큰 사람은 훨씬 더 호흡 상태가 심각하다. 이런 경우라면 아래턱과 혀를 통제할 수 있는 기구를 사용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심각한 비만인 경우에는 양압기가 더 적합하다.
요즘 아이들은 얼굴이 작다. 식생활의 변화로 덩치는 커졌는데 구강도 턱도 작다. 숨길이 좁을 수 밖에 없다. 비염도 많다. 코로 숨 쉬기 힘들면 입을 벌리게 되는데 입을 벌릴수록 기도를 더 막는다. 부정교합이 많다 보니 치열 교정도 많이 한다. 특히 발치 교정은 혀를 뒤로 밀어 기도를 더욱 좁게 만든다.
코골이 소리가 큰 아이라면 호흡이 곤란하다는 경보음으로 인식하고 하루라도 빨리 해결해야 한다. 코골이 소리는 나지 않는데 호흡 곤란인 경우도 많다. 아침이 개운할 수 없다.
깊은 잠을 못 잤기 때문이다. 특히 REM 수면이 방해 받아 기억과 학습력에 문제가 된다. 하루하루 쌓이다 보면 그 격차는 점점 벌어진다.
나의 센터에는 20대 초반의 젊은 아이들도 많이 온다. 군 입대를 앞두고 있거나 휴가 나온 군인, 기숙사에 들어갈 대학생들이다. 옆 사람에게 피해를 줄까 봐 코골이를 해결하러 오는데 결과적으로는 수면의 질이 좋아져 삶이 바뀌었다는 인사를 많이 받는다. 지방 의대 다니는 학생은 “고등학교 다닐 때 이런 기구를 했었다면 서울대도 갔을 것”이라며 수면과 성적의 상관성을 알게 되었다며 열렬한 홍보 대사가 되었다. 당연하다. 숨을 잘 쉬게 해주면 몸은 알아서 회복한다. 알아서 기능한다. 우리는 단지 환경을 만들어 줄 뿐이다.
공부는 억지로 되지 않는다. 좋은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 부모의 역할이다. 그런데 가장 중요한 몸의 환경, 수면과 호흡 환경에 대해 모른다면 경쟁에서 뒤처질 수 밖에 없다. 수면도 경쟁력이다. 수면 시간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수면의 질이다.
우리 아이가 노력에 비해 성적이 잘 나오지 않는다면 잠을 점검하고 문제를 해결해 주는 것이 어쩌면 비싼 과외 10번 하는 것 보다 효과가 더 좋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