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석근 칼럼] 황홀경을 찾아서

고석근

영혼은 늘 문을 열어둔 채, 황홀한 경험을 환영할 준비가 되어있어야 한다.

 

 - 에밀리 디킨슨 Emily Dickinson (1830-1886, 미국의 시인) 

 

 

인터넷 뉴스에서 ‘마약 환각 파티 60명 검거, 모두 에이즈 감염 남성!’이라는 기사를 보았다. 이들은 호텔과 클럽 등에서 필로폰을 투약하고 집단 환각 파티를 벌이기도 했다고 한다. 

 

 동성 간의 성 접촉이 전파의 원인으로 의심받고 있는 엠폭스(원숭이두창)의 확진자가 계속 늘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이러한 사건이 벌어지다니! 그들은 죽음도 두렵지 않은 건가? 그럴 것이다. 그들은 마약을 투약하며, ‘황홀경(ecstasy)’을 맛보았을 것이다.

 

엑스터시(ecstasy)는 그리스어 엑스타시스(Ekstasis)에 어원을 두고 있다. 엑스(eks=ex)는 ‘밖으로’라는 의미다. 스터시스(stasis)의 의미는 ‘현재 상태로부터’이다. ‘하나로 된다’는 엑스터시스(ekstasis), 그 신비적 합일의 어원은 바로 ‘자기로부터 밖으로 나가는 것’이다.

 

인간은 다른 동물과 달리 자아(自我)가 있다. ‘나’라는 의식이 있으니, 나라는 게 독자적으로 존재한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하지만 그건 착각이다. 자아는 나라는 자의식일 뿐이다. 이 자의식을 한순간에 날려버리는 게, 마약이다. 

 

내가 사라져, 나라는 존재 밖으로 나가게 된다. 무아(無我), 천지자연 그 자체가 된다. 열반의 경지다. 오랜 용맹정진 끝에 깨달음을 얻어야 도달하는 경지를, 마약의 힘으로 누구나 단숨에 오르는 것이다. 이 경지를 맛본 사람이 무엇을 두려워하겠는가? 언제나 ‘젖과 꿀이 흐르는 천국’에 갈 수 있는데.

 

그들은 마약의 환각에서 깨어나면 너무나 허탈했을 것이다. 이 누추한 세계를 어떻게 견딜 수 있겠는가? 그들은 모든 번뇌의 불길이 꺼진 니르바나(열반)의 세계를 목숨을 걸고 다시 찾게 되는 것이다. 

 

우리는 그들을 비난하기 전에, 인간의 행복에 대해 생각해 보아야 한다. 고대 그리스의 철인 아리스토텔레스는 “인생의 목적은 행복”이라고 했다. 그럼 그들은 인생의 목적을 성취한 것인가? 그렇지 않다. 환각에서 깨고 나면 다시 삶의 나락으로 떨어져 버리는데, 어찌 성공한 인생일 수 있겠는가?

 

그럼 마약을 전혀 하지 않는 사람들은 성공한 인생인가? 그들은 행복의 극치인 황홀경을 맛보았는가? 현대인들의 대다수는 우울증과 권태에 시달리고 있다. 그들의 삶에 황홀경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우리는 다시 황홀경을 되찾아야 한다. 원시인들은 집단적으로 마약을 함께 하며 황홀경 속으로 들어갔었다. 하지만 그들의 정신은 지극히 건전했다. 그들은 경건한 삶을 살았기에, 마약을 하면서도 스스로를 제어할 수 있었다.

 

우리 사회에서 마약이 크게 문제가 되는 것은, 우리가 물질을 숭배하며 정신세계가 피폐해졌기 때문이다. 우리는 지식 위주의 입시교육에서 벗어나 풍부한 인문학적 소양과 미적 감수성을 지닌 전인(全人)을 길러내야 한다.

 

유럽의 선진국들은 마약을 허용하지만 우리 사회처럼 심각하지 않다. 우리는 마약을 희생양으로 삼지 말아야 한다. 모든 것이 마약 때문이라는 식으로 우리 사회문제의 본질을 호도하지 말아야 한다. 말초적 쾌락에 빠져 버린 우리의 척박한 마음을 직시해야 한다.  

 

 햇볕 따가운 가을의 문턱에서

 암수 두 마리의 사마귀가 뒤엉켜

 성교를 나눈다

 황홀한 합궁, 무아의 시간 속에서

 숫 사마귀를 씹어 먹는 암사마귀

 얼마나 사랑하면

 먹고 먹혀도 좋단 말인가

 

 - 문상재, <사마귀의 사랑> 부분

 

성과 사랑은 자신을 다 버리는 것이다. 범아합일(梵我合一), 죽음을 넘어서는 황홀경이다. 인간은 동물이면서 동물을 넘어서야 하는 존재다. 성과 사랑의 에너지를 고도의 정신세계로 승화할 수 있어야 한다.

 

발정기가 없어진 인간이 성에 탐닉할 때, 그의 몸과 마음은 황폐해질 수밖에 없다.

 

[고석근]

수필가

인문학 강사 

한국산문 신인상

제6회 민들레문학상 수상.

이메일: ksk21ccc-@daum.net

작성 2023.05.04 10:10 수정 2023.05.04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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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