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일의책] 나에게는 신비한 비밀 하나가 있다

전승선 지음

 

희망이 없을 때 희망을 품는 것만이 유일한 희망이다

 

위험한 시대에 태어나 위험을 감수하며 국가의 폭력에 시달린 불운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있다. 파괴하면 파괴할수록 매혹적인 그 봄, 꽃은 피었지만 꽃은 없고 희망을 품었지만 희망은 없었다. 꽃도 희망도 사람도 모든 것이 멈추었다. 견딜 수 없이 아름다운 그 봄은 상처받았고 모욕당했으며 무시당한 봄이었다. 전승선 작가의 ‘나에게는 신비한 비밀 하나가 있다’는 불온한 시대를 온몸으로 부딪힌 제주의 젊은이들을 통해 제주의 아픈 역사를 재조명하고 있다. 1948년, 끔찍하게 아름다운 봄으로 인해 엇갈리는 운명의 길에 놓이게 된 네 명의 젊은이들, 천방지축 해녀 해영, 비폭력주의자 한제, 고독한 혁명가 안희, 빨갱이 사냥꾼 태주, 이들의 이념과 애증으로 얼룩진 피의 제전을 날카롭고 담담하게 풀어내고 있다. 오늘을 사랑하기 위해서는 침묵하지 말아야 한다. 침묵은 불온한 역사를 만들고 그 역사는 인간을 바보로 만들기 때문이라고 작가는 말한다. 

 

 

불온한 역사의 팜므파탈

문화는 역사다. 그 문화가 치명적이고 불온한 역사일수록 문화로써의 아이콘은 매혹적이다. 한국 근대사에서 씻을 수 없는 역사의 팜므파탈 제주 4·3 사건은 우리 모두의 아픔이자 고통이다. 미군정 하에서 일어난 제주도민 학살 사건은 한국전쟁 다음으로 많은 사상자를 낸 전대미문의 사건이다. 그러나 슬그머니 역사의 카테고리에서 사라져 가고 있다. ‘나에게는 신비한 비밀 하나가 있다’는 역사가 외면한 제주도 젊은이들의 운명을 작품을 통해 부활시키고 있다. 영화보다 더 영화 같았던 그들의 짧은 생은 우리 역사가 갚아야 할 빚이다. 1948년 봄, 이념과 혼돈으로 뒤덮였던 이름다운 섬 제주도의 신지식인이자 새로운 세대를 이끌어갈 네 명의 젊은이들, 그들이 겪은 치명적인 역사의 참혹한 운명을 그 시절의 눈으로 그려내고 있다. 이유도 모르고 죽어간 제주의 수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는 혼돈과 분열의 세기를 넘어 역사의 교훈으로 길이 남게 될 것이다.

 

자연과인문 刊 / 전승선 지음

 

작성 2023.05.18 10:06 수정 2023.05.18 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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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