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상 칼럼] 사시사철코스모스 피우리

이태상

우주의 시원始原 ‘빅뱅 Big Bang’ 이 그랬듯이 사계四季의 첫 계절  봄에 피는 꽃 중에서 대표적인 꽃  수선화 水仙花가 우주 만물의 찬란한 생성生成의 상징이라면 가을에피는 꽃 중에서 대표적인 꽃 코스모스는 완성의 소멸消滅을 상징하는 것이리라.
 
이 세상에 태어난 인간을 포함한 자연만물이 하나같이 다 선택된 존재라면 우리 각자 이 특전을 제대로 누리기 위해서는 수선화의 꽃말대로 자중자애 自重自愛부터 해야하리라. 그러노라면 소우주小宇宙microcosmos로서 자아완성自我完成을 이루어 대우주大宇宙macrocosmos로 귀화歸化하게되는 것이리라.
 
만나면 언젠가는 헤어지게 되어있다는 회자정리會者定離가 세상의이치라면 우리는 어찌 살아야 할까. 생生과 사死, 좋은 일과 궂은 일이, 영속되지 않고 다 지나가는 찰나라면 우리가 그 무엇 또는 누구 
에게 연연할 수 있겠는가.

우리는 미신迷信을 보존한다. 믿어서라기보다 미신이 주는 이상 야릇한 스릴 때문이라고 필립 개리슨Philip Garrison은 그의 에세이 집 '점복占卜Augury(1991)에서  말한다. 우리는 민속신앙을 존중한다. 그대로 믿어서가 아니다. 그것은 우리의 집단적 반의식적인 염원이다. 우리의 단조로운 일상생활에생기를 불어넣기 위한 것이다.
 
우리 삶을 계획하기 위해 어떤 법칙과 규칙을 적용하든 말든 미신은예측불허의 긴장 상태에서 발생하는 흥분, 짜릿짜릿, 조마조마, 우리가슴을 두근거리게 해준다. 우리의가슴을 뛰게 해준다.  믿음과 사실은 서로 상반되는 것, 적어도 정반대로 어긋나게 맞서는 것이 아니고, 에둘러 상호 보완한다. 예측 가능성에 싫증 난 우리는 예측 불가능의 세계를 동경한다. 우리 믿음의 일면 조각들로부터 미루어 점쳐볼 수 있는 미지의 세계를....
 
한때 저 명왕성이 해왕성과 연관 관계를 맺듯 한 별의 궤도 또는 그  궤도의 어떤 불규칙성이 천문학자들로 하여금 그들이 보지 못하는  다른 별들의 존재와 위치를 추측,  추리할 수 있게 하듯이. 나이를 먹을수록 온갖 민속신앙이 내 머릿골 속에 박히는 것 같다. 내 사고의주위로 온전히 자리 잡으면서, 이  괴상망측한 고풍古風의 유령들이  인생과 예술 사이로 너울너울 춤추며 떠도는 것을 바라보노라면 나는혼미한 황홀지경에 빠진다.
 
우리가 사실의 풍경화風景畵 속에  살고 있으나 그 상대화相對畵인 믿음의 세계로 끌리는 유혹을 피할  길이 없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밥도 먹지만  꿈도 먹고 사는 게 사람이기에 예술인과 더불어 요술인妖術人인 목사, 무당, 신부, 중, 점쟁이 종교인들도 밥 벌어 먹고살 수 있나 보다.
 
1980년대 나도 이런 점쟁이의 밥이 되어 본 일이 있다. 뉴욕의 그리니치 빌리지 거리를 지나다 호기심에서 타로tarot카드 점을 본 일이  있다. 어려서부터 별나게 호기심이많은 데다 어떤 일이고 미리 판단하고 단정해버리지 않고, 어떤 편견이나 선입견 또는 고정관념도 갖지 않으려고 애써온 까닭에서였으리라.
 
“당신이 원해 추구했더라면 그 어떤 명예나 권력도 얻고 재산도 크게 모았을 사람인데 당신은 그따위것엔 전혀 상관없이 참사랑 true love 만을 찾아온 낭만주의자요 이상주의자야. 멀지 않은 장래에  당신이 평생토록 찾아온 당신 영혼의 짝soul-mate를 만나게, 아니  당신 자신을 찾게 될 거야. 당신은돈이 많지도 않고 없지도 않지만  언제나 당신 쓰고 싶은 만큼 쓰고  살 운명을 타고 났어. 그리고 당신은 여행을 좋아하며 음악을 즐겨  늘 듣지. 게다가 당신은 당신이 보스가 되어야지 다른 사람 밑에서는 일 못 하는 사람 이야.”
 
그 말도 그럴듯했다. 하기야 그 누군들 안 그러랴. 선택의 자유와 여유가 있다면야. 하지만 미신이든  신앙이든 믿음은 믿음이고, 환상  이든 몽상이든 꿈은 꿈이다. 스스로의 과대평가가 어리석다면 그 반대로 과소평가는 그 더욱 어리석고안 좋은 일일는지 모르겠다. 미국의 정치가이며 과학자이고 문필가인 벤저민 프랭클린 Benjamin Franklin (1706-1790)이 그의  자서전에서 말한 것 같이 자만심을극복하겠다고 겸손하다는 교만을  부리게 되어서는 안 될 테니까.
 
사람마다 다 제 잘난 멋과 맛에 산다고 하는데 그도 그럴 만한 것 같다. 누구나 이 세상에 태어나기 열  달 전부터 수많은 경쟁자들을 제치고 치열한 생존경쟁 끝에 엄마 뱃속에 수태된 것 아닌가.
 
누구나 자기 자신부터 존중하고 사랑할 수 있어야 남도 존중하고 사랑할 수 있으며 나 자신이 대우주의 축소판인 소우주요, 내가 숨 쉬는 순간순간이 영원의 축소판인데  그 어찌 나 자신과 순간순간의 내  삶을 사랑하지 않을 수 있으랴.
 
그렇다 해도 나는 어려서부터 유달리 수선화 피우는 낙으로 살아온 것 같다. 연못 속에 비친 제 모습에  반한 나머지 그 연못에 빠져 죽은  미소년美少年이 그 연못가에 수선화로 피어났다는 전설 말이다. 봄에 제일 먼저 피는 꽃이 수선화라  하지 않나. 내가 제일 좋아하는 꽃,코스모스가 가을 길가에 많이많이  피도록 부지런히 수선화부터 연못가에 많이많이 피워야겠다. 그러노라면 사시사철 코스모스 피게 되리라.
 
자, 이제 우리 코스모스에 대한 몇  사람의 말을 음미해 볼거나.
 
우리 몸 DNA에 있는 질소, 치아에 있는 칼시움, 혈액에 있는 철분, 우리가 먹는 애플파이에 있는  탄소, 이런 것들은 붕괴되는 별들  내부에서 생성된 것들로 우린 별의 물질 원소로 만들어졌다. The nitrogen in our DNA, the calcium in our teeth, the iron in our blood, the carbon in our apple pies were made in the interiors of collapsing stars. We are made of starstuff.
―Carl Sagan, Cosmos
 
남편이 죽자, 그가 유명했고 신자가 아닌 것으로 세상에 알려졌었기 때문인지 많은 사람들이, 더러는 아직까지도, 내게 묻곤 한다. (남편) 칼이 임종하기 전에 내세에 대한 어떤 종교적인 신앙을 갖게 되었었는지, 그리고 그를 다시  만나게 될 거라고 내가 생각하는지.  칼은 불요불굴의 의지와 용기로 그의 죽음을 맞았다. 그는 그 어떤 환상적 피난처도 찾지 않았다.  비극이라면 우리가 다시는 서로 만나 보지 못할 것을 알고 있었다는  거다. 난 칼과 다시 만나게 될 것을  기대하지 않는다. 그렇지만 우리가거의 20년 동안 같이 지내는 동안,우리 인생 삶이 얼마나 덧없이 짧고 귀중한가를 절실하게 감사히 느끼면서 살았다는 사실이야말로 너무도 다행스러운 축복 이었다. 마지막 이별이 아닌 것처럼 우리는  죽음의 의미를 결코 하찮게 여기지 않았다. 우리가 살아 숨 쉬며 같이 보낸 순간순간이 기적이었다.  설명할 수 없는 그 어떤 초자연적인 그런 기적이 아니고. 이 (기적의) 찬스 수혜자들임을 우린 알고  있었다. 칼이 그의 저서 '코스모스' 에 적었듯이, 무궁무진 무한한 공간과 시간 속에서 우리가 만날 수 있었고 20년 동안 같이할 수 있었던 이 불가사의한 찬스 (인연), 이는 우리에게 너무너무 엄청난 일로서 이 사실이 날 지탱해주는 뜻깊은 일이다. 그가 살아있는 동안  그는 나를 나는 그를 그리고 우리  가족을 서로 지극정성으로 보살핀  일 말이다. 이 사실이 내가 언젠가  그를 다시 본다는 것보다 훨씬 더  중요한 일이 다. (솔직히 말해) 칼을 다시는 볼 수 없을 거라고 나는  생각한다. 그러나 난 (이미) 이 코스모스 우주 안에서 우리가 서로를 만나 보았 다는 것이 너무너무  경이로울 뿐이다. 
―Ann Druyan
 
우리는 코스모스가 스스로를 (찾아) 아는 하나의 길이자 방법이다.  We are a way for the cosmos to know itself.
―Carl Sagan, Cosmos
 
자기성찰에는 그 끝이 없다는 게  문제다. The problem with introspection is that it has no end.
―Philip K. Dick

당신의 질문은 그렇다 아니다 가可타부否타 내가 단순히 대답할 수  없다. 나는 무신론자는 아니다. 그렇다고 나 자신을 범신론자라고 정의할 수 있을는지 모르겠다. 우리  인간의 한정된 생각으로는 너무 가늠할 수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우화 寓話나 비유比喩로 내가 대답하자면 아무리 고도로 교육받고 연구한다 해도 우리가 우주를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는 마치 벽마다 마룻바닥부터 천정까지 수많은  다른 언어로 된 책들로 꽉 차 있는  거대한 도서관에 들어서 는 어린아이 같으니까. 이 어린아이는 그 누군가가 이 책들을 썼을 거라는 건  안다 해도 누가 어떻게 어떤 언어로 썼는지는 알 수 없는 까닭에서다. 그 어떤 정해진 플랜과 신비스러운 순서에 따라 이 모 든 책들이  정리 배열되어 있을 것 같다는 낌새를 이 어린이는 어렴 풋이 채지만 그로서는 도저히 상상조차 할  수 없는 것과 같다. 이것이 내가 보건대 가장 개발되고 위대한 인간의 신에 대한 자세이며 태도이다.  우린 우주가 신기하게 짜여져 그  어떤 법칙대로 움직이는 걸 보지만, 이 우주법칙에 관해서는 우린  오리무중五里霧中에 빠질 수밖에  없다. 우리 인간의 극히 제한된 생각으로는 무한대無限大의 우주宇宙 천체天體를 운행運行하는 그 에너지 힘을 파악할 수 없다. 나는  (바뤼흐) 스피노자(1632-1677)의 범신론汎神論에 매혹된다. 근대와 현대 사상에 공헌한 그의 지대한 공적을 나는 높이 치하致賀한다. 왜냐하면 그는 처음으로 영혼과 육체를 별개의 둘이 아닌 같은  하나로 본 사람이기 때문이다.
―Albert Einstein
 
모든 생물生物의 신비로운 아름다움은 그 생물을 구성하는 원자들이 아니고 이 원자들의 조합 합성의 조화에 있다. The beauty of a living thing is not the atoms that go into it, but the way those atoms are put together.
―Carl Sagan, Cosmos
 
사람에게는 그 누구에게나 약간의  해와 달, 어두운 그림자와 밝은 빛도 있다. 누구나 다 일말一抹의 남성성男性性과 여성성女性性, 그리고 수성성獸性性도 지니고 있다.  누구나 다 서로 연관된 우주의 일부분이다. 땅과 바다, 바람과 불, 자신 속에 염분과 티끌 분진粉塵이  유영游泳하고 있다. 우리 각자 안에 밖의 우주를 모방模倣 반영反影/反映하는 우주가 있다. 그 아무도 양극兩極 없이 그냥 검기만 하거나 희기만 하지도, 언제나 그르기만 하거나 항상 옳기만 하지는  않다. 모든 사람에게는 양면兩面이 있어 좋고 나쁜 것이 공존共存  한다. Everybody has a little bit of the sun and moon in them. Everybody has a little bit of man, woman, and animal in them. Darks and lights in them. Everyone is part of a connected cosmic system. Part earth and sea, wind and fire, with some salt and dust swimming in them. We have a universe within ourselves that mimics the universe outside. None of us are just black or white, or never wrong and always right. No one. No one exists without polarities. Everybody has good and bad forces working with them, against them, and within them. PART SUN AND MOON by Suzy Kassem
―Suzy Kassem, Rise Up and Salute the Sun: The Writings of Suzy Kassem
 
코스모스는 현재 있는 것 전부, 과거에 있었던 것 전부, 미래에 있을  것 전부이다. 코스모스에 대해 갖는 생각이 우리를 흥분시킨다. 척추가 저려오고, 목이 메어 목소리가 잠기고, 마치 높은 데서 추락 하든 아득한 기억이 떠올라 미약한  현기증을 느끼게 된다. 우리가 접근할 수 있는 가장 신비로운 경지境地이다. The Cosmos is all that is or was or ever will be. Our feeblest contemplations of the Cosmos stir us -- there is a tingling in the spine, a catch in the voice, a faint sensation, as if a distant memory, of falling from a height. We know we are approaching the greatest of mysteries.
―Carl Sagan, Cosmos
 
수학은 질서와 균형과 조화와 논리와 추상미抽象美를 내포內包한 코스모스를 반영한다.  Mathematics expresses values that reflect the cosmos, including orderliness, balance, harmony, logic, and abstract beauty.
―Deepak Chopra
 
우리는 의식意識 있는 코스모스이고 삶을 통해 우주는 스스로를 이해하고 알게 된다. We are the cosmos made conscious and life is the means by which the universe understands itself.
―Brian Cox
 
힌두교는 생사生死가 무한히 반복되는 유일한 종교이다. 힌두교의  시간 척도와 규모는 현대 과학 우주론의 것과 상응 相應한다. 그 사이클은 우리의 일상 낮과 밤으로부터 브라흐마의 낮과 밤인 86.4억의 길이다. 지구와 태양 그리고 빅뱅 이후의 시간 반가량보다 오래인시간이다. The Hindu religion is the only one of the world’s great faiths dedicated to the idea that the Cosmos itself undergoes an immense, indeed an infinite, number of deaths and rebirths. It is the only religion in which the time scales correspond to those of modern scientific cosmology. Its cycles run from our ordinary day and night to a day and night of Brahma, 8.64 billion years long. Longer than the age of the Earth or the Sun and about half the time since the Big Bang.
―Carl Sagan, Cosmos
 
내가 비록 무한한 코스모스 우주  가운데 아주 작은 점點이고 영원한 시간선時間線에 비친 하나의 발광휘점發光輝點이라 해도 내 존재가 아무런 의미가 없지 않았다는  것을 나는 깨달았다. I realized then that even though I was a tiny speck in an infinite cosmos, a blip on the timeline of eternity, I was not without purpose.
―R.J. Anderson, Ultraviolet
 
우리의 생체 리듬은 코스모스의 교향곡 심포니이다. 우리 속에 깊이  내재한 이 음악에 맞춰 우리는 춤춘다. 그 곡의 이름을 우리가 모를  때에도. Our biological rhythms are the symphony of the cosmos, music embedded deep within us to which we dance, even when we can't name the tune.
―Deepak Chopra
 
네 안에 신성神性이 있다. 의식意識 말이다. 이 순수한 진아眞我의  목소리에 경청敬聽하도록 하라.  There is a God part in you. The consciousness. The pure Self. Learn to listen the voice of that Power.
―Amit Ray, Nonviolence: The Transforming Power
 
이상의 여러 마디를 단 한마디로 줄인다면 우린 모두 우주 만물이 하나같이 코스모스라는 것이리라.
 
[이태상]
서울대학교 졸업
코리아타임즈 기자
합동통신사 해외부 기자
미국출판사 Prentice-Hall 한국/영국 대표
오랫동안 철학에 몰두하면서
신인류 ‘코스미안’사상 창시
1230ts@gmail.com

 

작성 2023.05.20 09:36 수정 2023.05.20 09:43
Copyrights ⓒ 코스미안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금지 한별기자 뉴스보기
댓글 0개 (/ 페이지)
댓글등록- 개인정보를 유출하는 글의 게시를 삼가주세요.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