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는 늘 좋을 수도 없고 언제나 나쁠 수도 없는 것이다. 아주 가까웠던 친구도 뜻하지 않은 계기로 멀어지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생각지도 않았던 사람과 좋은 관계가 맺어지는 일도 있다. 인간관계는 무던해야 한다는 얘기를 많이 한다. 이 말은 내 자신의 주장을 피하고 양보를 해야 한다는 뜻이고 이득만을 챙겨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다.”는 말이 있다. 사람을 평가하는 표현 가운데 이처럼 적절한 말을 찾기도 쉽지 않다. 내 자신에게 이익이 되면 받아들이고, 손해를 볼 것 같으면 뿌리치는 아주 극단적인 인간관계다. 자신에게 물질적인 손해만 없다면 어떠한 말이라도 해서 상대방을 추켜세워준다.
이것은 돈이 필요한 일이 아니니 마음껏 해 준다. 하지만 금전적인 손익이 개입된다면 인정사정 볼 것 없이 자신의 이익을 챙긴다. 정말 무서운 사람이다. 이익은 삼키는 정도가 아니라 들이키는 것이고 뱉을 때는 가볍게 내 뱉는 정도가 아니고 아예 남의 동냥 그릇까지 부수어 버린다.
국가와 국가의 경우도 이러한 일은 비일비재하다. 30여 년 전 중국에 투자한 우리나라 기업들은 중국에서 고전을 면치 못했다. 세계적인 경기 불황은 그들의 이익을 챙겨 주기에 더없이 좋은 조건이 되었다. 자기네들 나라에 투자만 하면 그 어떠한 조건이라도 들어 주겠다고 하며 한국기업들을 유치했다. 그들은 상대를 달콤한 먹잇감으로 만들어 집어삼켰다.
하지만 세월이 지나고 어느 정도 투자가 무르익어 갈 때 쯤 그들에게 인가 및 허가를 얘기하면 서서히 발뺌을 한다. 애초에 달콤하게 말했던 약속들이 그들에게는 어느새 귀찮은 요구사항이 된 것이다. 처음에 잘해 주리라던 약속은 허공 속의 메아리로 날아가 버리고 자신들의 판단에 의한 고통을 내뱉어 버린다.
몇 년 전, 뉴스 속보는 북한의 개성공단에서 일하는 우리나라 근로자들이 철수해야 한다는 소식을 전하고 있었다. 수년 전에 남북한이 서로 화해를 하고 전쟁으로부터의 긴장 완화를 목표로 합의를 하면서 여러 가지 혜택을 북측에 제의했다.
그 가운데 하나가 개성에 남측이 경비를 부담하여 공단을 조성하고 북측은 값싼 노동력을 제시한다는 절묘한 방식을 찾아냈다. 북측은 맛있게 삼켰다. 그들은 손해 볼 것이 하나도 없었다. 어차피 갖고 있는 땅이고 개발에 소요되는 모든 경비는 남쪽에서 부담하고 인력은 남아도니 이보다 좋은 조건은 없었다. 더군다나 남측에서는 조건 없는 지원을 약속하니 그들의 자존심도 상하지 않아 여러모로 보아 나쁠 것이 하나도 없었다.
그러던 것이 어느 날 갑자기 돌변했다. 남측의 근로자 한 명이 그들의 체제를 비판했다는 이유로 남북관계가 경색되었다고 트집을 잡기도 했다. 명백하게 무슨 이유인지는 모르겠지만 이전에 맺었던 계약은 무효이니 남측의 근로자들은 모두 북한을 떠나라고 했다. 한두 번이 아니지만 그때마다 언제나 타당하지 않은 일을 제기하여 남북관계를 편하지 않게 해 왔다. 이번에도 예외는 아니었다. 달짝지근한 음식이 이제 시간이 지나니 단물이 다 빠지고 쓴맛으로 변한 모양이다. 그래서 뱉고 싶은 마음인데 확실한 명분이 없어 이 핑계 저 핑계를 대고 있는 형국이었다.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 방식을 택한 중국과 북한의 공통점은 국가체제가 사회주의라는 것이다. 현존하는 국가 중에 실패한 체제임에도 불구하고 사회주의를 고집하고 있는 두 나라다. 중국이 조금씩 자본주의 체제로 전환하고 있다 해도 기본 골격은 변하지 않고 있다. 동유럽의 공산주의 체제가 붕괴된 역사는 제법 오랜 세월이 흘렀고 쿠바도 서서히 자본주의 성향으로 바뀌어 가고 있지만 앞서 언급한 두 나라는 요지부동이다.
달면 삼키고 쓰면 내뱉는 일을 중국이 반복하면 우리나라의 경제적인 손실은 자꾸만 커져 가고 북한이 할 때마다 경제적인 피해는 말할 것 없고 남북 간의 긴장도 피할 수 없다. 개인적인 욕심만 부리는 일이 벌어지는 것은 그야말로 개인의 일로 축소되지만 국가 간의 문제는 심각성이 다르다.
[김태식]
한국해양대학교 대학원
선박기관시스템 공학과 졸업(공학석사)
미국해운회사 일본지사장(전)
울산신문 신춘문예(등대문학상) 단편소설 당선 등단
사실문학 시 당선 등단
제4회 코스미안상 수상
이메일 :wavekts@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