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일도 인생이니까>의 김신지 작가는 회사는 버티기 위해 다니는 곳이 아니고, 미래의 '나'를 위해 현재의 '나'에게 희생을 강요하는 건 미친 짓이라고 말했다. 과거에는 불확실한 미래의 나의 경제적 안정을 확보하기 위해 현재의 나를 희생시키는 게 당연하게 여겨졌다. 그런데 ‘현재의 내가 더 중요하다.’라는 인식의 변화는 불과 몇 년 전부터 시작됐다. 2008년 이후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에서는 매년 키워드 10가지를 제시하면서 소비 트렌드를 예측하는데 2017년에 ‘욜로 라이프’, 2018년에 ‘소확행, 작지만 확실한 행복’, ‘워라밸 세대’를 꼽았다.*
내 경우 입사 후 야근은 일상이었다. 그러던 2018년 여름 토요일 혼자 출근한 사무실에서 체력적 한계를 느끼는 한편 가족과 시간을 보내지 못하는 주말에 억울해 일에 집중할 수 없었다, 나는 되도록 시간 외 근무를 안 하기로 했다. 시간 외 근무를 아예 하지 않을 수는 없었지만, 결심하기 이전보다 ‘저녁이 있는 삶’을 살고 있다.
어느 날 같은 팀내 막내 직원이 회사를 그만둔다고 했다. 그는 1년 계약 종료 기간이 다가오자 계약 기간까지만 일하고 더 계약을 연장하지 않고 퇴사하겠다고 했다. 회사의 계약직 최대 근무 기간은 2년이다. 그 보직을 거쳐 간 직원들은 2년을 일했기에 나와 직원 모두는 막내 직원이 당연히 2년을 일하는 걸로 알다가 퇴사 소식에 아쉬워했고, 우리 부서 팀장은 적잖게 당황하는 게 역력했다. 4월까지 팀원 4명 중 2명이 입사와 인사발령으로 바뀌었는데, 5월에 직원이 또 그만둔다는 건 팀장으로서 당연히 기운 빠지는 노릇이었다.
신입 1년 차 직원은 조직과 선배가 가르치고 백업하느라 신입 직원 혼자 1인분 몫을 오롯이 해낸다고 할 수 없다. 한 바퀴를 돌아본 만 1년이 되어야 비로소 1인분 몫을 할 수 있는 시기이니 직원이 그만둔다고 하면 말리는 게 조직으로써 인지상정이다.
또 퇴사를 만류하는 이유는 우리 회사가 동종 업계 회사와 비교할 때 급여나 직원복지가 좋고 조직 문화가 좋은 편에 속하기 때문이다. 계속 직장생활을 할 생각이라면 계약직이라고 해도 우리 회사에 다니는 게 낫다고 동종 업계는 평을 하기도 한다. 대부분의 계약직 직원 역시 정규직이 되기를 바라는 분위기이다.
최고 관리자는 그 직원이 왜 그만두는지 잘 모르지만, 하고 싶은 명확한 꿈이 있으면 잡을 이유가 없다며 20대 자녀를 둔 아버지의 입장으로서 말했다. 팀장은 잡고 싶은 마음이 굴뚝인데 최고 관리자가 그렇게 말을 하니 멈칫했다. 며칠 후 나는 퇴사하겠다는 막내 직원에게 밥을 사주기로 했고, 그의 진짜 퇴사 결심에 대해 듣게 됐다.
막내 직원과 얘기를 나눠보니 그는 남다른 꿈이 있었다. 나는 그가 그동안 바쁜 저녁 시간을 쪼개 배우던 자격증 공부를 왜 하게 됐는지 이해가 됐다. 전혀 허황된 꿈이 아니고 명확하고 멋진 비전이었다. 그 꿈은 막내 직원의 지난 20대 삶의 궤적을 꿰는 동시에 사회의 약자를 위해서 일할 수 있는 공익사업 모델을 그리고 있었다. 사업 대상이나 도구가 명확했고 사업 구상을 들으니, 직원이 퇴사를 기꺼이 응원할 수 있었다. 나는 막내 직원의 꿈이 너무 멋지다며 회사를 그만두고 준비할 게 많다며 그를 격려했다. 직원은 내 반응에 기뻐했고 진작 얘기하지 못한 걸 아쉬워했다.
아직은 먼 미래의 이야기를 꿈꾼다고 겸손하게 말하는 막내 직원의 꿈을 위해 내가 해줄 수 있는 건 크게 응원하고 북돋아 주는 거뿐이었다. 미래의 ‘나’를 위해 오늘의 ‘나’로 살아가겠다고 하는데 퇴사를 만류할 수 없었다.
오늘의 ‘나’가 미래의 ‘나’ 만큼 소중한 인생이다. 미래의 ‘나’를 위해 가장 적극적인 방법으로 오늘의 ‘나’의 위치를 조정하는 건 당연한 건 그가 본인 인생이라는 배의 선장이기 때문이다. 막내 직원이 꿈의 항해를 위해 맞이하는 매일의 오늘이 부디 순항하기를 바란다.
<참고도서>
김난도 외 7인, <트렌드코리아 2018>, 미래의 창, 2017
김신지, <평일도 인생이니까>, 알에이치코리아, 2020
K People Focus 필진 스텔라 백 (ueber3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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