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차영의 대중가요로 보는 근현대사] 6.25전쟁 한강철교 폭파, <한강>

최병호 작사 작곡 심연옥 노래

유차영

1950년 6월 28일 새벽 2시 28분, 한강 다리가 폭파되었다. 2,800~3,600파운드의 폭발물이 동시에 폭발한 것이다. 이로 인하여 한강철교·한강대교·한강인도교 대부분이 파괴되었다. 그 시간 한강 다리 위에는 50여 대의 피난 차량과 800여 명의 피난민이 남쪽을 향하고 있었다. 북한 공산군이 기습 남침하여 서울로 밀고 들어오기 시작한 3일 차, 남침 개시 70여 시간 만이었다.

 

그 시간 피난민 대열에 최병호라는 사람이 있었다. 1916년 무안 출생, 1994년 타계한 대중가요 예술가, 작사 작곡 가수였다. 그는 부산으로 피난을 가서 방송국 뒷마당에 판잣집을 짓고 어렵사리 하루하루를 연명하면서도, 한강 다리 폭파 장면을 잊을 수가 없었다. 그 사연을 되새김하면서 서정적인 노래 한 곡조를 지었다. 이렇게 탄생한 절창 유행가가, 6.25전쟁이 한창이던 1952년 대구문화극장에서 공군경음악단 반주에 맞춰서 심연옥이 발표한 <한강>이다.

 

한 많은 강가에 늘어진 버들가지는 / 어젯밤 이슬비에 목메어 우는구나 / 떠나간 그 옛님은 언제나 오나 / 기나긴 한강 줄기 끊임없이 흐른다 // 나루에 뱃사공 흥겨운 그 옛 노래는 / 지금은 어데 갔소 물새만 우는구나 / 외로운 나그네는 어데로 갔나 / 못 잊을 한강수야 옛꿈 싣고 흐른다 // 흐르는 한강물 한없이 흐르건만은 / 목이 메인 물소리는 오늘도 우는구나 / 가슴에 쌓인 한을 그 누가 아나 / 구백 리 변두리를 쉬임없이 흐른다.

 

 

서럽다. 한도 많다. 하지만 강물은 말이 없다. 말을 머금었는가 삼키었는가. 노랫말에 피난민의 아우성은 결려 있지 않다. 한강 다리 폭파 파열음도 들리지 않는다. 유유한 강가에 늘어진 버들가지만, 떠나간 옛님을 그리워하며 목메어 울고 있다. 그래서인가, 이 노래는 1940년대 후반부터 이미 불렸다는 설도 있다.

 

최병호는 왜, 미아리 눈물 고개 님이 넘던 이별 고개 같은 사연을 노랫말에 매달지 않았을까. 아비규환(阿鼻叫喚)의 절규도 매달지 않았다. 궁금하다. 천상에서 병호 형을 다시 만나면 물어볼 요량이다. 이 노래를 발표할 당시 최병호는 피난지 대구에서 해상이동방송국, 대구방송국 등의 출력 증강을 위한 일을 하면서, 때로는 군예대(軍藝隊) 소속으로 전쟁터 위문공연을 다니기도 했단다. 각박하던 시절이다. 그 시절 코미디언 금년동(琴年童)의 소개로 촌극(寸劇) 무대에도 서고, 이은관, 장소팔, 고춘자 등의 만담 코너에 보조 역으로도 활동을 했단다.

 

1950년 6월 28일 새벽 1시경, 북한 공산군의 공세에 밀려서 국군의 미아리고개~홍릉 저지선이 무너지고, T-34탱크가 미아리고개를 넘어 서울로 진입하기 시작했다. 이 무렵 육군참모총장 채병덕 소장은, 적(북한 공산군) 전차가 서울 시내에 들어왔다는 잘못된 보고를 받는다. 이에 당시 공병감 최창식 대령에게 한강 다리를 폭파하라고 지시했다. 1900년 개통된 한강철교, 1916년 설치한 인도교, 1917년 개통된 한강대교의 맥이 한순간에 잘려지는 순간이었다.

 

이렇게 서울을 피탈 당한 정부는 임시수도를 7월 7일 대전으로, 7월 16일 대구로, 8월 18일 부산으로 이전을 하였다. 후퇴를 거듭하면서 1950년 8월 1일 낙동강까지 밀려 극한점에서 버티던 낙동강 방어작전 45일(작전명, Stand or Die), 뒤 이는 반격 작전의 터닝포인터는 9월 15일, 인천상륙작전 성공으로 북진을 감행하여, 9월 28일 서울을 수복하고 진격을 계속한다.

 

남침 36일 만에 낙동강까지 밀렸다가, 반격 13일 만에 다시 서울을 수복했다. 이때 만들어져서 전투화 발자국과 화약 내음을 뒤따라가며 불린 유행가가 <전우야 잘 자라>이다. 이후 밀고 당기는 전쟁이 1953년 7월 27일까지 이어진다. 이 상황을 얽은 유행가는 <전선야곡>, 동족상잔의 비극 1,129일간의 6.25 전쟁, 그 끝자락에 매달린 유행가는 <이별의 부산정거장>이다. 하지만 6.25 전쟁은 끝나지 않았다. 민족의 동질성과 이념의 상극성, 그 끝자락에 매달린 자유평화통일을 앙망하는 이유다. 이 상황을 얽은 노래는 <꿈엔 본 내 고향>이고, 세월은 잃어버린 70년이다.

 

<한강> 노래의 모티브 한강은 강원도 태백시 창죽동, 백두대간 중 해발고도 1,418미터 금대봉의 산허리 800미터 지점이 발원지다. 고목나무 틈새로 흘러내린 샘물이 검룡소에 고였다가, 김포시 월곶면 보구곶리 해구(海口)까지 494km를 유장하게 흐른다. 서울을 통과하는 한강의 폭은 6백~1천2백 미터로 프랑스 파리 센 강보다 3~5배 정도 넓은 강이다. 한강(漢江)은 큰 강이라는 의미, 고구려 때는 아리수, 백제시대에는 욱리하라고 불렀다.

 

2023년 기준으로 한강의 다리는 34개이다. 서울과 경기도 행정구역을 고려하면 숫자는 차이가 있으리라. 프랑스 파리 센 강의 32개의 다리와 견주어볼 만한 숫자다. 우리가 더 많다. 이중 제1한강교는 한강대교(1917년), 제2한강교는 양화대교(1965년), 제3한강교는 한남대교(1969년)다. 마포대교는 1970년, 잠실·영동·천호·성수대교·잠실철교는 1972년에 개통되었고, 1980년에 성산·양화신교·원효·한강신교·반포·동작·동호대교가 개통되었다. 1990년 올림픽대교·1996년 서강대교·1998년 성수대교(재개통)·1999년 청담대교·2000년 신행주대교·신한남대교(재개통)·방화대교·2002년 가양대교, 2015년 구리암사대교가 완공되었고, 2020년 월드컵대교, 2024년 고덕대교(일명, 고구려대교)가 개통될 예정이다. 제3한강교 이후부터는 순서를 더 붙이지 않았다. 같은 해 여러 개가 건설된 탓이다.

 

<한강> 노래를 작사 작곡하였으며, <아주까리 등불>을 절창한 원곡 가수이기도 한 최병호는 1916년 목포 양동 출생 이난영과 동갑내기다. 본명은 최재련(崔載連), 처음 데뷔했을 때부터 예명을 최병호라고 사용했다. 가수 데뷔 이전 이력은 알려진 바가 거의 없는데, 목포 출신 작곡가 이봉룡(이난영의 친오빠)의 권유로 가수가 되었고, 1940년 5월 제1회 오케(Okeh) 콩쿠르에 참가하여 전남지역 예선을 거쳐 서울 본선에서 입선했다. 당시 함께 선발된 신인가수는 권명성·박달자·김선영·손석봉·성일·심원·봉일 등이며, 이들의 데뷔 음반은 1940년 8월에 발매되었다. 최병호의 데뷔곡은 <십 년이 하룻밤>이며, <아주까리 등불>·<사면초가>·<황포돛대> 등을 오케레코드사에서 발표했다.

 

이 시기 조선악극단에서도 활동했으며, 그는 눈도 깜빡거리지 않을 만큼, 거의 움직이지 않고 부동자세로 노래를 불렀단다. 1943년 말에는 김해송과 함께 약초(若草, 만약에 풀이라면)가극단에서 활동했다. 그는 1940년부터 조선총독부에서 실시한 기예증(技藝證, 연예인 자격증)이 있었는데도 일본제국주의에 강제 징용되었었는데, 일부러 미친(미치광이) 척을 해서 무사히 귀국할 수 있었고, 오케레코드 선배 가수 송달협의 여동생과 결혼했다. 1945년 광복 이후 1949년까지 김해송의 KPK악단(악단장 김해송(K)·연출가 백은선(P)·무대연출 김정환(K)의 이니셜)에서 활동했고, 국도악극단·박시춘악단·무궁화악극단 무대에도 섰다.

 

<한강>을 노래한 심연옥은 1929년 서울 출생, 6.25전쟁 전 KPK악극단장 김해송에게 발탁이 되어 뮤지컬 <투란도트>, <카르멘환상곡>, <로미오와 줄리엣> 등에서 주인공으로 활동을 하였다. 이 뮤지컬 배우가 6.25전쟁을 기점으로 대중가수가 된다. 뮤지컬을 주도했던 김해송이 북한으로 가서 뮤지컬의 바탕이 사라졌었기 때문이다. 6.25 전쟁 당시 대구로 피난, 오리엔트레코드에서 금능인 작사 손목인 작곡 김백희 노래 <안해의 노래>를, 유호가 개사한 <아내의 노래>로 취입했었다. 1952년 <한강> 발표 후, 반야월이 불로초라는 필명으로 작사하여 1954년에 발표한 <야래향>을 불렀다. 그녀는 1950년대 백년설과 결혼(재혼), 1979년 미국 로스엔젤레스로 이주하여, 뉴저지에 거주하다가 2021년 노환으로 세상을 떠났다.

 

올해는 6.25전쟁 발발 73주년, 휴전 70주년이다. 그 세월 강에 매달린 노래 <한강>은 한국음악저작권협회에는, 최병호 작사·최병호 작곡·이명희 편곡·심연옥 노래로 1952년 1월 1일 자로 등록되어 있다. 한편 한국대중가요앨범 11000에는, 1953년 발표작으로 추정하여, 도미도 음반 B면 녹음번호 D1327-A로, 손로원 작사·최병호 작곡·심연옥 노래로 명기되어 있다. 누가 이에 대한 명료한 답을 제시해줄까. 궁금한 마음에 목이 마르다. 한 많은 강가에 늘어진 버들가지처럼~.

 

6월은 뜨거운 여름날로 진입하는 절기다. 이마에 땀이 대롱거리기 시작하는 달이다, 하지만 가슴팍은 가장 싸늘한 달이다. 그래서 자유 대한민국을 지키다가 저승으로 가신 님들 생각에 입을 다물고 예(禮)를 올린다. ‘서달봉 산자락에 기대어/ 한강물을 굽어보네/ 넘실넘실 유장한 줄기/ 세월 품고 어디로 가나/ 밝은 해 중천 아래/ 찬란한 서울/ 그 누구의 목숨 바쳐/ 지켜낸 자유인가/ 천만마디 불화로 이글대지만/ 삼가 송구스러워/ 두 눈을 감네/ 입을 다문 생각으로/ 예를 올리네.’ 활초 시인의 《입을 다문 생각》이다. 6월은 까불거리는 의사당 출입졸(出入卒)들이 입을 다물어야 하는 달이다.

 

[유차영]

시인

수필가

문화예술교육사

한국유행가연구원 원장

유행가스토리텔러 제1호

이메일 : 519444@hanmail.net

 

작성 2023.05.31 11:07 수정 2023.05.31 1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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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