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봄, 한 결혼중개회사가 25세~39세 미혼남녀 각 500명 총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연인 생일 선물’에 대한 조사 결과에서, 남성은 ‘마음(27.2%)’, ‘전자기기(23.8%)’, ‘현금(19%)’ 순이었고, 여성의 경우는 ‘현금(23.8%)’, ‘액세서리(22.8%)’, ‘전자기기(15.6%)’ 순으로 나타났다. 관계자는 “현금과 전자기기가 1·2위로 뽑혔는데, 웬만하면 실패가 없는 선물이라는 장점 때문일 것”이라며 “예전에는 선물의 상징성을 더 중요하게 여겼는데, 요즘에는 서로 실용적이고 효율적인 것을 중시하는 경향이 돋보인다”고 분석했다.*
여성은 마음 담은 선물을 선호하고, 남성은 선물 같은 마음을 좋아하는 걸까요? 남성에게 마음이 1순위라니! 추상적인 표현이 매우 흥미롭게 다가왔습니다. 남성이 여성보다 선물에 대해 서툰 경향이 1위로 표현된 거 같은데 여러분 생각은 어떠신지요? 이와 더불어 연인, 배우자에게 주고받은 특별한 선물과 추억이 떠오르신다면, 잠시 눈 감고 그때를 소환하는 것도 한 편의 영화감상이겠습니다.
저희 부부는 가끔 원정 산책을 하는데, 저번엔 지하철을 타고 태릉입구역에 내려 장미터널을 거닐었습니다. 스승의 날 5월15일을 연상케 하듯 장미동굴의 길이가 5.15km로 끝이 없었고, 거기 만개한 장미꽃이 무려 천만송이라니 상상초월이었습니다. 여름날 파도처럼 상춘객의 마음을 씻겨주는 장미 바다를 한참 바라보다가, 감흥이 점점 감소할 무렵 갑자기 아내가 물었습니다.
"궁금한 게 있는데 왜 꽃을 선물 안 해요?" "응? 꽃? 빨리 시드니까? 글쎄...어머니가 꽃 선물을 싫어해서?" 낭만과는 먼 대답이 툭 튀어나왔습니다. 프로포즈 당시 제가 커다란 꽃다발을 지금의 아내에게 선물한 이후, 그녀가 좋아하는 프리지어꽃을 사준 적은 있어도 그 이상의 꽃 선물은 안 했으니 그걸 낭비라고 생각했을까요? 아내가 기억하기론 제가 장미꽃 대신 장미 화분을 선물할 정도였다는 겁니다. 변명하자면 꽃다발 대신 전국 곳곳, 꽃 구경 여행을 아내가 더 좋아하는 줄 알았습니다. 그래서 부지런히 계획을 짜고 운전사 겸 가이드를 자처했는데, 돌직구 표현에 적잖이 당황했습니다.
연인과의 기념일, 여러분은 어떻게 보내시나요? 매년 다가오는 그 날이 설렘에서 의무로 바뀌시진 않았나요? 어느덧 저희 부부의 역사가 25주년을 지났습니다. 은혼식 기념 해외폭포여행을 계획했다가 코로나와 애들 졸업 준비로 미뤘고, 대신 아내가 잃어버린 결혼반지를 새롭게 선물했습니다. 저는 평소 답답하여 반지를 안 끼므로 보관만 하던 제 결혼반지, 기념반지를 패물과 함께 과감하게 팔았습니다. 물론 아내랑 상의하고 진행했죠. 그 과정에 놀란 것은 제 결혼반지 속 다이아몬드가 구입가 대비 너무 헐값이라는 것과 아내가 지인에게 구입한 루비가 모조품이라는 거였습니다. 세상 참 요지경이었지만, 제 쪼그만 다이아몬드는 아내가 원하는 디자인의 반지에 안착시켰고, 안 쓰던 패물은 감정평가 및 판매하여 25주년 기념품을 완성하였습니다. 이곳저곳 발품을 파느라 다리는 아팠지만, 소중한 것을 팔아 더 소중한 그녀에게 선물한 셈이죠. 그래도 25년간 가족과 함께한 아내에게 감사 선물로는 너무나 부족합니다. 이 선물처럼 아내가 기억에 남는 선물로는, 제가 애들과 그려준 애니메이션 포스터 그림, 결혼기념일 몇월몇일과 똑같은 액수의 현금이라고 답했습니다. 그림은 제가 돈이 없을 때 마음을 담은 거였고, 조금의 여유가 생겨 선물한 현금도 기쁜 추억의 퍼즐로 남았다니 다행입니다. 매년 특별한 선물을 못 했어도, 서두의 여성 설문조사 1위 현금과 2위 액세서리를 제가 해낸 셈이니 아직 젊은 감각이 살아있는 걸까요?
여러분도 100일, 500일, 1000일 또는 5년, 10년, 30년 등 기념일에 연인과 특별한 선물을 나눈 적이 있으시죠? 추억의 금고에서 그 보물을 꺼내 도란도란 얘기하는 것도 행복한 산책이겠습니다. 게리 채프먼의 ‘선물’ 명언을 기억하면서 말이죠.
선물이란 그것을 손에 쥐고 "자, 이것 좀 봐. 그가 나를 생각하고 있어." 아니면 "그녀가 나를 기억하고 있거든."하고 말할 수 있는 것이다. 선물을 줄 때 우리는 반드시 그 사람을 생각한다. 전물 자체는 그 생각을 상징하는 것이다. 값이 얼마나 되느냐는 상관없다. 중요한 것은 상대방을 생각하고 있다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마음속에 있는 생각이 아니라 사랑의 표현으로 선물을 준비하고 주는 과정으로 드러난 생각인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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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키즈맘 뉴스 "부부도 참고" 연인간 받고 싶은 선물 1위는?
** 게리 채프먼, 5가지 사랑의 언어, 95쪽
(사진 출처 : 치타주 사랑의 맹세 조각상은 연인들이 서로의 사랑을 고백하고 맹세하며 결혼을 앞둔 이들이 반드시 찾는 장소라고 한다. - itravelworld 블로그에서)
K People Focus 마음떨림 기자 ( ueber3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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