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자크 디네센(1885년 ~ )은 덴마크 코펜하겐 출생으로 본명은 카렌 블릭센이고 필명인 이자크 디네센는 구약성서에 나오는 인물 이삭(‘웃음’이라는 뜻)에서 따온 것이라고 한다. 비록 수상은 못했지만 두 차례 노벨문학상 후보에 올랐으며, '일곱 개의 고딕 이야기', '겨울 이야기', '마지막 이야기', '바베트의 만찬', '카니발', 등의 소설집과 장편소설 '천사 복수자', 회고록 '아웃 오브 아프리카' 등이 있다.
노르웨이 베를레 보그 산기슭 작은 마을에 사는 마르티네와 필리파 자매가 살았다. 그녀들의 아버지는 마을 사람들에게 존경받는 루터교 목사였고 신도들도 무척 검소하고 금욕적인 생활을 하고 있었는데 자매 또한 아버지를 본받아 세상적인 것과는 거리를 두고 결혼조차 하지 않은 채 청교도적인 삶을 살고 있었다.
젊은 시절 언니인 마르티네는 잘생긴 청년 장로 '로렌스 로벤히엘름'의 프로포즈를 받았지만 거절했고 동생 필리파 또한 파리의 유명 가수 '아실 파팽'이 여행을 왔다가 교회에서부터 그녀의 목소리를 듣고 자신이 가르쳐 주겠다고 했으나 거절한 바 있다. 그런데 아버지인 목사가 죽은 후 신도 수가 점점 줄고 그마저도 신도들 사이에 화가 생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매는 늘 그렇듯 봉사와 헌신의 삶을 살아가고 있는데 어느 날 두 자매에게 '바베트'라는 프랑스 여인이 아실 파팽의 편지를 들고 찾아온다. 자매는 프랑스 내전 때 남편과 아들을 잃고 오갈 데가 없어진 바베트를 받아들이고 그녀는 자매 곁에서 무보수로 살림을 맡아 하는데 살림 솜씨가 좋아 살림 절약은 물론, 가난한 이웃을 위해 수프와 빵까지 제공한다.
자매와 함께 지낸 12년 이 지난 어느 날 바베트에게 만 프랑짜리 복권에 당첨되었다는 편지를 받는다. 당첨금을 받자 바베트는 자매에게 죽은 목사의 100번째 생일 만찬을 자신의 돈으로 프랑스식으로 차리게 해달라고 하자 자매는 사치스러운 음식으로 인해 평생 지켜온 청빈함이 손상될까 걱정하면서도 승낙을 하게 되는데 신도들은 자매를 위해 어떤 음식이 나오더라도 한마디도 하지 않기를 약속하고 젊은 시절 마르티네를 좋아했던 로벤히엘름은 그동안 장군이 되어 마을에 우연히 들렀다가 만찬에 초대된다.
만찬 날 저녁 초대된 12명의 사람들이 촛불 밝힌 테이블에 둘러앉고 바베트가 혼신의 힘으 로 만든 만찬이 놓인다. 만찬은 노르웨이의 산골에서 나올만한 그런 음식이 아니었다. 최고급 와인, 거북 수프, 샴페인 등이 나오고 신도들은 점점 음식의 맛에 매료되어 기분이 좋아지며 순수한 영혼으로 돌아가는 듯한 기분을 느끼게 해준다. 말이 없던 노인들은 말을 하게 되고 한 때 서로를 욕했던 두 늙은 여인들은 사이가 좋아진다. 사이가 좋지 않은 늙은 형제는 서로 웃고 있다.
이렇게 만찬을 먹으며 그들은 서로 응어리진 마음을 풀고 서로 용서하고 화해하며 축복하고 돌아간다. 만찬이 끝난 뒤 자매가 바베트에게 고마움을 표하자 바베트는 자신이 파리 유명 레스토랑의 요리사였으며 그리고 만찬을 위해 만프랑을 다 써버렸다고 한다. 자매가 남은 인생은 가난할 것이라고 걱정하자 바베트는 위대한 에술가는 결코 가난하지 않다고 말한다.
목사가 죽은 후 점점 멀어져 서로를 의심하고 시기하며 분열했던 마을 사람들이 화합했던 이유는 요리가 맛있어서 갸 도화선이 되었지만 마을의 화합을 위해 자신의 복권당첨금 1만 프랑 모두를 내놓은 바베트의 마을 사람들을 향한 사랑과 희생정신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렇다. 어두운 세상을 밝히는 것은 인간의 선한 마음이다. 요리를 화합으로 승화시킨 바베트의 마음 전부를 닮지는 못하더라도 내 것의 조금을 떼어 세상을 밝히는데 나누면 어떨까. 배려, 역지사지, 희생, 연민, 베풂 등 갖가지 만찬 중의 한 가지라도 정성껏 말이다.
[민병식]
시인, 에세이스트, 칼럼니스트
현)대한시문학협회 경기지회장
현)신정문학회 수필 등단 심사위원
2019 강건문화뉴스 올해의 작가상
2020 코스미안상 인문학칼럼 우수상
2021 남명문학상 수필 부문 우수상
2022 신정문학상 수필 부문 최우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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