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식 칼럼] 국립임실호국원

김태식

그들은 혼령이 되어서도 나라를 지켜야 한다. 

 

한 나라의 지도자의 무책임하고 무능력함은 그들의 어린 시절을 일제강점기의 고통으로 몰아넣었다. 광복을 맞은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동족상잔의 비극은 그들을 6·25참전용사로 만들어 놓았다. 백척간두에 놓인 조국의 부름에 그들은 거역할 엄두도 내지 못했다. 

 

그들의 젊음은 국가의 필요에 따라 맡겨졌다. 이 핑계 저 핑계를 대면서 사지로 내몰리는 것을 피해 병역을 기피했던 젊은이들과는 달리 그들에게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집안의 모든 권력을 동원하여 전쟁터로 끌려가는 것을 피하던 젊은이들하고도 달랐다. 

 

노블레스 오블리주가 통하지 않던 시절이었다. 대부분 힘없고 가난한 젊은이들이었다. 전쟁 시기에 죽은 전사자들은 서울의 동작동 국립묘지에 안장되어 조국의 평온함을 기원하며 조용히 휴식을 취하고 있다. 그나마 아직 살아남은 자들은 먼저 떠난 전우들보다는 조국의 부유함을 느끼며 이제껏 살아왔다.

 

한국전쟁에 참전하여 아직 살아 계신 분들을 위한 국가의 배려가 있다. 한국전에 참전하여 지금까지 생존해 계시다가 자연사하는 분들의 유골을 모시는 곳이다. 이 땅에 전쟁의 포성이 멎고 휴전상태가 된 지 어언 70년. 이분들의 연세는 90대가 대부분이다. 이분들은 동족끼리 총부리를 겨누어야만 했던 암울한 시절에 전우의 죽음을 지켜보면서 절망을 했던 분들이다. 한편 내 나라도 아닌 남의 나라 전쟁에 명분도 없이 참전하여 낯선 이국땅에서 먼저 떠난 전우들을 국립묘지에 눕혔다. 하늘의 도움으로 살아남아서 고향을 그리며 눈물을 삼켰을 월남 참전 용사들. 그분들이 편안하게 몸을 누일 수 있는 곳.

 

국립임실호국원

 

6·25참전용사인 장인어른이 모셔져 있는 곳이다. 장인어른의 고향이 경북 영천이어서 그곳 호국원에 묻히고 싶었으나 자리가 없어 이곳에 안식처를 잡았다.

 

전북 임실을 병풍처럼 둘러싼 백련산 아래 아늑한 곳에 호국원이 자리하고 있다. 본원을 들어서자 확 트인 산세에다 양지바른 곳에 비석들이 즐비하다. 가장 많은 비석이 세워져 있는 곳이 6·25참전용사묘역이고 그 옆으로 월남전 참전용사묘역과 한국전 참전경찰묘역이 자리하고 있다. 이 가운데 한국전 참전용사가 가장 많다. 

 

2002년 4월 개원하여 현재까지 약 12,000기가 모셔져 있다고 한다. 고령으로 인해 사망자가 계속 늘어나고 있는 추세라고 한다. 월남전 참전 용사들은 나이가 있어 그러한지 묘역이 아직은 많이 비어있다. 이분들의 피와 땀이 있었기에 오늘의 조국이 있는 것을. 이분들이 이승을 떠날 즈음 비로소 조국의 번영은 이분들에게 편안한 유택을 제공하고 있다. 

 

호국護國은 나라를 보호하고 지킨다는 뜻이다. 이분들은 저승에서도 나라를 보호하고 지켜야 할 호국원으로 들어가는 것이다. 이승에서 젊음을 불태워 조국을 위해 호국을 했다면 그분들의 공훈을 되새겨 국가는 보훈(報勳:공훈을 기려 보답하는 것)이나 보은(報恩:은혜에 보답함)을 해야 마땅하다. 저승으로 떠나신 분들에게까지 호국을 강요하고 있는 듯 하여 나의 마음은 편치 않았다. 

 

잘 조성된 경관에다 방문객들을 위한 넓은 주차시설, 추모객들을 위한 편의 시설 등은 나무랄 데 없었다. 대한민국이라는 이 땅에 살면서 세금을 내는 것이 아깝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호국원이라는 이름이 나의 마음에 유감으로 남아 있다. 나의 사견으로 말하자면 ‘보훈원’ 아니면 ‘보은원’으로 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아쉬움을 지닌 채 발길을 돌렸다. 

 

[김태식]

한국해양대학교 대학원

선박기관시스템 공학과 졸업(공학석사)

미국해운회사 일본지사장(전)

울산신문 신춘문예(등대문학상) 단편소설 당선 등단

사실문학 시 당선 등단

제4회 코스미안상 수상

이메일 :wavekts@hanmail.net

작성 2023.06.13 07:04 수정 2023.06.13 0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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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