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계봉의 산정천리] 그래도 무의도는 섬이다

여계봉 선임기자

 

선녀가 춤을 추는 것 같아 무의도(舞衣島)라고 불리는 섬, 큰 섬 대무의도와 작은 섬 소무의도가 마주 보고 있는 영종도 앞의 무의도는 이제 뭍과 다리로 연결되어 배를 타고 떠나는 여행의 호젓함은 사라졌지만,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가볍게 떠났다가 추억을 가득 안고 돌아올 수 있는 친근한 섬이 되었다. 이 섬에 있는 하나개해수욕장에는 전국에서 가장 길고 바다 경치가 아름다운 1km의 해상관광 탐방로가 있다. 바다 위에 설치된 탐방로의 끝에는 무의도 정상 호룡곡산으로 오르는 등산로가 있는데, 정상의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서해 풍광은 가히 압권이다. 대무의도의 해상관광 탐방로와 호룡곡산, 소무의도 둘레길을 걸으면서 고깃배가 들락거리는 아담한 포구와 서해 앞바다에 올망졸망 뿌려진 섬들이 수채화처럼 펼쳐진 푸른 바다를 두루 즐길 수 있어서 수도권의 섬 산행지로 인기가 아주 높다.

 

무의도 호룡곡산 정상에서 바라본 하나개해수욕장

 

오늘 섬 트레킹은 무의도 하나개해수욕장을 출발하여 해상관광 탐방로를 따라 해변을 걷고 무의도에서 제일 높은 호룡곡산에 먼저 오른 후 광명항으로 하산, 소무의도의 무의누리길을 한 바퀴 도는 코스로 진행한다. 출발지인 무의도 하나개해수욕장으로 가려면 인천국제공항 1터미널 3층 출국장 7번 게이트 앞에서 매시간 출발하는 무의 01번 버스를 이용하면 되는데, 이 버스의 종점은 무의도 광명항이다. 

 

하나개해수욕장은 썰물 때 백사장 밖으로 넓게 펼쳐지는 갯벌과 드라마 ‘천국의 계단’ 촬영지로 유명한 곳이다. '하나개'란 '큰 갯벌'이라는 뜻인데, 썰물은 물론 밀물 때에도 얼굴을 달리하며 아름다운 자연 풍광을 드러낸다. 그래서 한여름에는 수많은 사람이 몰려들어 발 디딜 틈 없이 붐빈다.

 

국내에서 가장 긴 무의도 해상관광 탐방로

 

하나개해수욕장을 지나면 기암괴석을 감상하며 바닷길을 산책할 수 있는 해상관광 탐방로가 펼쳐진다. 바다 위 교량 형태의 데크로 조성된 탐방로 왼쪽의 주상절리대와 기암괴석을 감상하며 천천히 걸어도 1시간이면 왕복이 가능하다. 각가지 묘한 형상의 바위에는 이름이 붙었다. 사자바위, 말불상, 불독바위 등 자연의 조각품들이 멋들어지고 암벽이 죄다 진흙 색깔로 특이하게 느껴진다. 바다 위 산책로를 걷다 보면 초록에 물든 산과 기묘한 해안 절벽, 그리고 푸른 바다가 한데 어울려 마음마저 자연에 녹아드는 기분이다. 중간중간에 망원경들이 군데군데 있어 하늘을 나는 바닷새들과 점점이 뿌려진 작은 섬들, 그리고 하얀 포말을 내며 달려오는 파도를 보느라 발걸음이 점점 늦어진다. ″밀려오는 파도는 열정이고, 스쳐 지나가는 해풍은 그리움이다.″ 탐방로를 따라 걷다 보면 시구가 저절로 나온다. 

 

주상절리대에서 암벽타기 훈련 중인 119대원들

 

 

해상탐방로의 끝에서 해변으로 내려서면 무의도 정상 호룡곡산으로 오르는 등산로가 있다. 등산로 입구에서 숲으로 들어서면 폭신폭신 발걸음을 가볍게 해주는 촉감 좋은 흙길이 기다린다. 송림 사이로 바람에 실린 파도 소리가 이어지고 이따금 딱따구리가 나무를 쪼는 소리도 들려온다. 야트막한 야산이지만 아기자기한 숲길을 따라 쉬엄쉬엄 걷는 산 오름은 즐겁기만 하다. 길이 완만해 대화를 나누며 걸어도 호흡이 편안하다. 갈림길마다 이정표가 잘 세워져 있어 초행길이라도 마음 편하게 오를 수 있다. 

 

해상탐방로에서 호룡곡산으로 오르는 산길 

 

 

이윽고 호룡곡산 정상이다. 육지의 산이라면 낮은 언덕 급인데 섬 산이라서 해발로 오르게 되니 246m를 제대로 오른 것이다. 호룡곡산(虎龍谷山)은 산 아래에서 보면 호랑이의 유연한 등허리같이 부드러운 능선과 용의 비늘처럼 군데군데 자리한 바위들이 있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정상의 전망데크에 서면 하나개해수욕장이 손에 잡힐 듯 가깝고 드넓은 서해가 시원하게 펼쳐진다. 푸른 해송을 배경으로 깨끗한 백사장이 드넓게 펼쳐져 있는 하나개해수욕장은 바다와 숲의 정취를 한꺼번에 느낄 수 있다. 오늘은 날씨가 맑아 인근의 소무의도는 물론 영흥도와 선재도, 대부도, 멀리 대이작도와 소이작도 덕적도까지 보인다. 

 

정상의 전망대 뒤로 산행 들머리인 하나개해수욕장이 보인다.

 

호룡곡산 정상에서 뒤돌아보면 호룡곡산 자락에 등을 기대고 있는 국사봉으로 이어지는 능선길이 아련하게 보인다. 정상에서 광명항으로 내려서는 길은 제법 가파른 바윗길이다. 길 위에 쌓인 소사나무 낙엽들이 발밑에서 바스락바스락 콧노래를 불러준다. 소나무, 갈참나무와 굴참나무, 물푸레나무 군락 숲길 사이로 간간이 연분홍 꽃잎의 철쭉이 수줍은 듯 살포시 고개를 내민다. 산길은 배나무밭이었던 펜션단지를 지나 광명항으로 내려서고 나서야 끝이 난다. 

 

대무의도와 소무의도를 잇는 인도교. 사람과 자전거만 갈 수 있다. 

 

광명항은 섬 주민들에게 샘꾸미로도 불리는 작은 어항으로 소무의도로 가는 배가 출발하던 포구였다. 소무의 인도교 건너 갯벌이 드러난 떼무리포구에는 고깃배 대여섯 척이 물들어오기를 기다리고 있다. 포구 앞 어촌 마을에는 원색 지붕을 얹은 집들이 옹기종기 모여 섬마을 정취를 뽐낸다. 소무의도 인도교를 지나자마자 소무의도 해안을 한 바퀴 도는 둘레길인 무의바다누리길이 시작된다. 무의인도교-마주보는길-떼무리길-부처깨미길-몽여해변길-명사의해변길-해녀섬길-키작은소나무길 등 8구간으로 이루어져 있지만 총 거리는 2.4km밖에 되지 않는다. 서해의 수려한 풍경을 감상하며 천천히 걸어도 한 시간 반이면 충분하다. 

 

안산으로 오르는 무의바다누리길의 시작점 

 

인도교 정면에 있는 나무계단을 10분 정도 오르면 74m 높이의 안산 정상에 있는 정자 '하도정'을 만난다. 하도정 주변에 해풍 맞고 자란 소나무가 많다고 하여 이 구간을 8구간 '키작은 소나무길'이라고 부른다. 정자에 올라 바라보는 서해와 대부도, 팔미도 풍광이 가히 압권이다. 

 

안산 오르는 계단에서 바라본 소무의 인도교

 

여기서 해변으로 난 급경사의 나무계단을 따라 내려가면 무의바다누리길에서 풍광이 가장 아름다운 7구간 '해녀섬길'이 나온다. 바다 한가운데에 떠 있는 해녀섬은 전복캐는 해녀가 물질하다가 쉬던 곳이라고 한다. 바다를 향해 환하게 열린 쉼터에서 잠시 발걸음을 멈추고 산 아래에서 불어오는 해풍과 고요한 숲이 품어내는 피톤치드 향을 즐기며 호젓함을 누린다. 

 

소무의둘레길에서 가장 풍광이 아름다운 해녀섬길

 

이곳에서 경사가 급한 계단을 따라 내려가면 6구간 '명사의해변길'에 도착한다. 박정희 전 대통령 가족이 휴양 왔던 곳이라 하여 이름 붙은 작은 몽돌 해변인데 뒤로 우뚝 선 절벽이 해변을 감싸고 있다. 다시 언덕으로 올라가서 숲길을 따라 바닷가 마을로 내려서면 예쁘고 아담한 카페들이 모여 있는 초승달 모양의 5구간 '몽여해변길'을 만난다. 이곳 카페에서 차를 마시며 앞바다에 떠 있는 팔미도, 대부도, 영흥도, 선재도의 풍광을 즐길 수 있다. 

 

소무의도 해녀섬과 명사의 해변

 

바닷가를 따라 만들어진 나무데크길이 4구간 '부처깨미(꾸미)길'인데 전망데크에는 망원경이 설치되어 있다. 옛날에 소무의도 주민들이 만선과 안전을 기원하기 위해 소를 제물로 바치고 풍어제를 지냈던 곳이라고 한다. 길을 계속 이어가면 당산이 있는 그윽한 숲길이 나오는데 바로 3구간 '떼무리길'이다. 방파제를 따라 난 2구간 '마주보는길'을 따라가면 소무의도로 들어오는 1구간 '소무의인도교'와 만나면서 원점회귀 하게 된다.

 

예쁜 아낙네 눈썹처럼 생긴 몽여해변

 

사방으로 탁 트인 소무의인도교 위로 거친 바다 바람이 분다. 다리 위에서 바라보는 광명항과 떼머리포구 선착장에는 할 일 없는 배들만 한가롭게 떠 있다. 

 

섬 아닌 섬이 되어버린 대무의도와 소무의도

광명항에서 무의 1번 버스를 기다리며 이들과 작별해야 하는 아쉬움에 

갈매기 나는 포구에서 나지막하게 외쳐 본다.

 

“그래도 무의도는 섬이다.”

 

 

[여계봉 선임기자]

수필가

이메일 :yeogb@naver.com

 

 

작성 2023.06.14 10:41 수정 2023.06.14 1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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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