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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잔한 사유의 노마드
새로운 땅, 새로운 경작지를 찾아 생각을 유목하고 시간을 유목하는 일은 즐거운 일이다. 사유의 불모지를 개척하는 순간이야말로 진정한 소유이기 때문이다. 젊은 날은 젊은 날 대로 격정의 파도를 넘으며 성장했다. 깨지고 흔들리지 않는 인생이 어디 있겠는가. 전승선 작가의 ‘하하 웃지 않으면 그대는 바보’는 때론 방황하고 때론 부조리한 모순과 싸우며 성장해가는 과정을 잔잔하고 슴슴하게 써 내려간 글이다. 글을 쓰는 건 가슴이 먹먹하기 때문이다. 삶이 눌러대는 중력의 힘을 감당할 수 없어 쓰고 또 쓰며 살아야 했다. 그렇게 글을 쓰다 보니 조금씩 길이 보이고 자기 힘으로 돌아가는 바람개비처럼 동력을 얻을 수 있었다. 깊은 숲속 오솔길을 산책하듯 그렇게 쓴 글들이 모이고 모여 강물이 되어 흐르고 있다. 흐르면서 바위에 부딪히기도 하고 탁류를 만나기도 하며 바다로 흘러가고 있다. 하하 웃지 않으면 바보라고 한 백거이의 시를 제목으로 삼았다. 전승선 작가는 웃지 않고 살았던 시절의 고통을 이제는 담담히 바라보게 되었다고 한다. 고통도 욕심이라는 걸 알았기 때문이다. 누구나 쉽고 잔잔하게 읽을 수 있는 이 작품은 수필이 주는 관조의 힘을 느껴볼 수 있을 것이다.
자연과인문 펴냄 / 전승선 지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