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14일 현재 ‘어벤져스 : 엔드게임’이 1200만 명의 관객을 돌파하며, 1700여만 명이 관람한 한국 영화 흥행 1위 ‘명량’의 아성에 도전하고 있다. 물론 ‘어벤져스 : 엔드게임’의 상승세가 꺾이는 추세라 명량의 한국영화 흥행 1위의 기록을 넘기는 힘들겠지만, 혹여나 명량의 관객 수를 넘는다고 하더라도 그 의미가 퇴색되는 것은 아니다.
2014년 세월호 참사를 각자의 이해관계에 따라 왜곡하는 모습을 보며 대한민국 국민들은 ‘공동체란 무엇인가?’, ‘보편적 정의란 무엇인가?’에 대한 고민을 했었다. 그 고민이 이어지던 중 명량을 개봉했고, 국민들은 이순신 정신을 통해 해답의 실마리를 찾았다. 그 증거가 명량이 이뤄낸 한국영화 흥행 1위의 기록이다.
그동안 꾸준히 코스미안뉴스의 한 지면을 통해서 이순신정신에 관한 이야기 및 현대사회에 적용 가능한 상황에 관한 글을 썼었다. 이 글에서는 종합적으로 그동안 썼던 글들을 정리하는 차원에서, 이순신정신을 ‘사랑’, ‘정성’, ‘정의’, ‘자력’ 그리고 이를 위한 ‘수양’의 키워드로 정리해보려 한다.
‘사랑’은 자신의 주변 사람들을 아끼는 모습에서 나온다. 이순신 장군은 치열했던 전쟁 중에서도 국가, 동료, 장졸에 대한 사랑을 보였다. 이순신장군이 주변에 보인 사랑은 계산된 모습이 아닌 가슴에서 우러나오는 사랑이다. 진심에서 나오는 사랑은 주변을 감화시킬 수 있다. 다음 시는 특히 ‘사랑’이 잘 나타난 시이다.
北去同勤苦(북거동근고) 북쪽에 갔을 때도 같이 일했고
南來共死生(남래공사생) 남쪽에 와서도 생사를 같이 했지
一杯今夜月(일배금야월) 오늘 밤 달 아래 한 잔 술 나누지만
明日別離精(명일별리정) 내일엔 우리 서로 헤어져야 하네.
이 시는 이순신장군이 함경도에서 한산도까지 대부분의 시간을 함께 근무하며 보냈던 선거이 장군이 황해병사로 발령받으며 이별할 때 지었던 시이다. 동료를 떠나보내는 마음에서 동료에 대한 사랑의 감정을 확인할 수 있다. 다른 요소를 갖추더라도 진심 없이는 그 요소들이 빛을 보기 힘들다. 그 진심을 이순신 장군은 ‘사랑’을 통해 보였다.
하지만 오직 사랑만으로는 큰 성과를 이루기 힘들다. 그 사랑은 옳은 방향으로 뻗어나가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최선을 다해야 하고, 옳은 방향을 지향해야 하며, 스스로 이뤄내야 한다. 그러한 정신은 진중음(陣中吟)이라는 시에서 잘 나타나 있다.
天步西門遠(천보서문원) 임의 수레 서쪽으로 멀리 가시고
君儲北地危(군저북지위) 왕자들 북녘으로 위태로우니
孤臣憂國日(고신우국일) 나라를 근심하는 외로운 신하
壯士樹勳時(장사수훈시) 장수들은 공로를 세울 때로다
誓海魚龍動(서해어룡동) 바다에 맹세함에 어룡이 감동하고
盟山草木知(맹산초목지) 산에 맹세함에 초목이 알아주네.
讐夷如盡滅(수이여진멸) 이 원수 모조리 무찌를 수 있다면
雖死不爲辭(수사불위사) 이 한 목숨 죽음을 어찌 사양하리오.
시에서 보편적으로 깔려있는 감정은 국가에 대한 사랑이다. 오언율시의 이 시는 국가에 대한 사랑을 기반으로 시상을 전개하고 있다. 첫 4구는 피난을 떠난 임금에 대한 걱정과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 장수가 공을 세워야 한다는 국가에 대한 사랑이 중심 정서이다. 하지만 다음 4구에서는 나머지 정신을 유추할 수 있다.
물론 국가에 대한 사랑이 느껴지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그 정서를 기반으로 나머지 정서가 시를 통해 발현되고 있다. 어룡과 초목이 감동하고 알아주는 부분에서는 최선을 다하는 ‘정성’의 모습, 원수를 무찌르기 위해 목숨을 바치는 부분에서 ‘정의’의 모습, 이를 이루는 과정에서 외부의 도움을 찾는 것이 아닌 스스로의 노력을 강조하는 점에서 ‘자력’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사랑’, ‘정성’, ‘정의’, ‘자력’의 정신은 이순신 장군의 정신 및 리더십을 관통하는 키워드이다. 이런 정신은 과연 이순신 장군만이 얻을 수 있었던 것일까? 이는 반은 맞고 반은 틀린 이야기이다. 이러한 정신은 타고난 것이 아닌 내적 수양을 통한 결과인데, 이를 행하는 과정은 쉽진 않지만 행하기만 한다면 누구나 마음속에 작은 이순신을 키울 수 있다. 다음 시는 이순신의 수양의 정신이 들어난 시이다.
不讀龍韜過半生(불독용도과반생) 병서도 못 읽고 반생 지내느라
時危無路展葵誠(시위무로전규성) 위태한 때 충성 바칠 길 없네
峩冠曾此治鉛槧(아관증차치연참) 지난날엔 큰 갓 쓰고 글 읽다가
大劍如今事戰爭(대검여금사전쟁) 오늘은 큰 칼 들고 싸움을 하네
墟落晩烟人下淚(허락만연인하루) 마을의 저녁연기에 눈물 흘리고
轅門曉角客傷情(원문효각객상정) 진중의 새벽 호각 마음 아프다
凱歌他日還山急(개가타일환산급) 개선의 그 날 산으로 가기 바빠
肯向燕然勒姓名(긍향연연륵성명) 공적 기록 신경 쓸 겨를 없으리
이순신장군은 무인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져 있지만 청년 시절에는 문인의 길을 걸으며 유학을 깊게 탐구 했었다. 위 시의 “지난날엔 큰 갓 쓰고 글 읽다가” 부분은 청년 시절의 수양을 상징한다. 이러한 청년시절의 수양이 무인이 되어 국가, 백성, 장졸에 대한 ‘사랑’, 최선을 다하는 ‘정성’, 옳은 방향으로 이를 발산하는 ‘정의’, 주어진 상황에서 최선을 다하는 ‘자력’으로 나타났다. 이는 조선에 큰 힘이 되었다.
이순신정신의 요소들은 어찌 보면 삶을 살아가는데 필요한 당연한 것들로 가볍게 여길 수도 있다. 하지만 공동체라는 의식이 약화되고 자신만을 생각하는 사람이 많은 현대 사회에서, 이순신 정신을 기억하고 수양을 통해 이어가는 것은 병든 공동체를 치료하는 방법이다.
문학으로 이순신 읽기는 이 글을 끝으로 마무리 하지만, 이순신정신으로 공동체를 소중히 여기며 서로 화합하는 대한민국을 만들 수 있길 바라며 글을 마친다.
dkei8282@naver.com 양동규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