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계봉의 산정천리] 도봉산 문사동(問師洞) 단상(短想)

여계봉 선임기자

 

무더위가 극성인 8월 초 일요일, 이른 시간인데도 도봉계곡 초입에는 염천의 열기를 식히러 나온 피서객들로 인산인해다. 오늘은 도봉계곡을 따라 선인(先人)들이 암반에 새긴 각석(刻石)들을 찾아서 그 뜻을 음미해보기로 하고 산 오름을 시작한다.

 

'물 반 사람 반' 도봉계곡 초입

 

도봉산공원관리사무소에서 광륜사 쪽으로 가다 보면 길 왼쪽 옆에 '도봉동문(道峰洞門)'이라는 글자가 새겨진 바위가 있는데, '도봉서원으로 들어가는 입구'를 알리는 우암 송시열의 친필이라고 한다. 글씨의 위치가 도봉계곡의 초입에 있다는 점에서 도봉계곡을 사랑하던 송시열이 여기서부터 본격적으로 선경(仙境)이 시작됨을 알리기 위하여 썼다고 전해진다.

 

'도봉동문(道峰洞門' 각석 바위

 

 

문사동 계곡은 도봉산 입구에서 우이암으로 오르는 상류까지의 계곡인데 흔히 도봉계곡이라도 부른다. 계곡의 푸른 숲 맑은 물을 보고 걷다 보면 도봉서원 앞 계곡에서 만나는 '고산앙지(高山仰止)' 각석 바위는 곡운 김수증이 스승 조광조를 위해 새긴 것이다. 고산앙지(高山仰止)’는 『시경(詩經)』 소아(小雅) 차할편(車舝篇)에 나오는 문구로 ″높은 산처럼 우러러 사모한다″는 의미이다. '도봉서원'은 시대를 앞서간 정암 조광조를 향사(享祀)하고 후학들을 기르기 위해 세운 서원이다.

 

 '고산앙지(高山仰止)' 각석 바위

 

 

'도봉(道峰)'은 '도선국사가 도를 닦는 봉우리'라는 뜻으로 지어진 이름이다. 국립공원 북한산에는 모두 100여 사찰이 있을 정도로 불국토인데, 그중 도봉산 지구에만 35개 사찰이 있다. 맑디맑은 계곡물을 ′물멍′ 하느라 가다서다를 반복한다. 산사 가는 계곡 길을 따라가면 금강암, 구봉사, 성도원이 차례로 나온다.

 

 비구니 사찰 금강암

 

 

문사동 계곡 상류에는 “스승을 모시어 받든다”는 뜻의 ‘문사동(問師洞)'이 암반에 각석되어 있다. 이렇듯 계곡 암반에는 스승을 존경하고 추모하는 글귀들이 새겨져 후세에게 귀감(龜鑑)이 되고 있다. 그러나 최근 무너진 교권에 속수무책이었던 새내기 교사의 죽음은 우리 사회에 엄청난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언감생심 스승의 고마움을 바위에 새기지는 못할망정 되레 돌 팔매질하는 갑질 행동은 그만둬야 하는 것이 아닌지 도봉산 각석 바위는 무책임한 사회를 향해 무언의 메세지를 던지고 있다.

 

 '문사동(問師洞)' 각석 바위 

 

갑갑한 마음에 계곡을 버리고 산길로 접어들어 산오름을 계속하니 마당바위가 기다린다. 이곳에 서면 시원하게 전망이 트이면서 정면으로는 멀리 떨어진 우이암과 인수봉이 뚜렷하게 다가선다. 좌로 시선을 돌리면 불암산과 수락산도 어서 오라 손짓한다.

 

전망 좋은 마당바위

 

마당바위에서 용어천계곡으로 내려와 물소리에 귀를 닦고 흐르는 물에 눈을 씻으며 걱정과 불안의 더께를 흘려보낸다. 자연에 순응하면서 만물에 생기를 불어 넣어주는 동시에 기꺼이 낮은 곳에 머무는 물을 보니 최고의 삶은 역시 '상선약수(上善若水)'임을 실감한다. 너른 암반에 누워 도가(道家)의 무위자연(無爲自然)을 흉내 내어 잠시 시 한 수를 읊어본다.

 

흐르는 물은 다투지 않는다

 

짙은숲향 숨길가득 도봉동문 들어서니

푸른계곡 암반위로 물이철철 넘쳐나네

옥류천에 시름담아 저잣거리 보내노니

세속번뇌 사라지고 도봉선원 신선되네

 

 

[여계봉 선임기자]

수필가

공학박사

이메일 :yeogb@naver.com

 

작성 2023.08.07 09:44 수정 2023.08.07 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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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