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해병대가 왜 이러나

 

수해 현장에 투입되었다가 안타깝게 생을 마감한 해병대 고 채수근 상병 뒤처리 문제로 해병대와 국방부 주변이 어수선하다. 해병대 수사단장은 수사에 외압이 있었다고 주장하면서 방송에 나가 자신의 주장을 펼쳤다. 항명이나 직권남용으로 보일 소지가 있는 행동이다. 이를 두고 중장 출신의 신원식 의원은 어설픈 정치인 흉내를 내지 말고 국방부 검찰단의 조사에 당당히 응하라고 질타했다.

 

사건 경위가 어찌 된 것인지는 좀 더 조사를 해봐야 진상이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책임자를 처벌할 법리 문제는 전문가들과 수사심의위원회가 알아서 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여기서 우리가 간과하고 있는 것이 하나 있다. 군대는 특수집단으로 통수권자인 대통령을 정점으로 엄격한 상명하복의 기강이 요구되는 특별한 조직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군인은 전쟁이 나면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하여 목숨을 걸고 최일선에서 적과 싸운다. 평시에도 경계근무를 서는 초병에게는 실탄을 지급하고 무장공비가 침투하면 바로 작전에 투입된다. 홍수와 같은 자연재해 현장에도 위험을 무릅쓰고 가장 먼저 투입되는 것이 군대다. 이처럼 가장 위험한 일을 최 일선에서 하고 있는 조직이 군대이기 때문에 많은 국민들은 이들에게 큰 박수를 보낸다.

 

이번에 예천 수해 현장에도 포항에 있는 해병대 1사단 병력이 투입되었다. 군사 용어로는 이것도 작전에 해당된다. 작전에는 위험이 따르기에 종종 사고가 난다. 어떤 이들은 위험한 홍수 현장에 보내면서 구명조끼도 안 주었냐고 말한다. 군대를 몰라도 한참 몰라서 하는 소리다. 

 

적과 싸우는 일이 제일 큰 목적인 군인들은 판초우의 하나로 모든 악천후를 견뎌야 한다. 야전에서는 거추장스러운 구명조끼 대신 방탄조끼가 필요할 뿐이다. 그래서 해군이 아닌 이상 완전군장 품목에 구명조끼는 없다.

 

언제부터인가 우리나라 군대에는 이상한 풍조가 생겼다. 군에서 일어나는 일거수일투족을 바깥으로 알려 언론들이 미주알고주알 떠들어댄다. 지휘관들은 주눅이 들어 소신대로 지휘권을 행사할 수 없는 지경이 되었다. 부사관들은 병사들 눈치를 보고 장교들은 부사관들 눈치를 보고 장군들은 온갖 눈치를 다 봐야 하니 속칭 당나라 군대가 되고 말았다.

 

이런 풍조 속에서 어느 지휘관이 책임지고 위험한 작전 임무를 수행하려고 나서겠는가. 전쟁터에서 전사자나 부상자가 나오면 지휘관들은 다 감방에 가야 하는가. 재해 현장의 구조작전에 투입된 병사가 사망하면 현장 지휘관은 물론 사단장까지 줄줄이 형사책임을 물어야 하나. 그렇다면 앞으로 누가 위험한 대민지원 작전에 솔선해서 나서겠는가.

 

이번에 해병대 수사단장 사건은 조용히 군에서 군법에 따라 해결해야 할 문제다. 개탄스러운 것은 군의 지휘체계가 얼마나 무너졌길래 상부의 허락도 없이 수사단장이 방송국부터 찾아갔겠는가. 군대를 세게 흔들 수 있는 곳이 아마 거기라고 판단한 것 같다. 기다렸다는 듯 정치인들도 편을 갈라 한 마디씩 하면서 해병대를 만신창이로 만들고 있다.

 

이왕 일은 벌어졌으니 해병대전우회가 성명으로 밝혔듯이 이번 사건은 한 점 의혹도 없이 공명정대하게 처리해야 한다. 그런 다음에 군의 기강을 바로잡고 오합지졸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최고 통수권자인 대통령이 특단의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지난 5월 출범한 국방혁신위원회가 이런 일을 중점적으로 추진하기 바란다.

 

작성 2023.08.17 11:08 수정 2023.08.17 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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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