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간세설] 미치도록, 취하도록, 죽도록

이태상

 


현대 서양 문학사상 가장 정열적이고 감동적인 시를 썼다는 영국 웨일즈의 시인 딜란 토마스(1914-1953)런던에서 타죽은 한 어린애의 죽음을 애도하지 않겠노라는 글에서 너 좀 기다려 봐. 난 폭발할 때까지 죄를 지을 거야. 사람이 한 번 죽지 또 죽느냐가 말했다. 그의 말대로 살다 죽은 것처럼 미쳐보는 삶을 살아야 한다. 그러고 보면 사람들은 모두 미쳐 사는 것 같다. 미치면 미치는 만큼 신나게 살 수 있지 않을까.

 

세상에 미친 사람만큼 행복한 사람도 없을 것 같다. 그렇다면 무엇에 미치는 가에 따라 또 큰 차이가 있으리라. 종교에 미칠 수도 있고, 예술에 미칠 수도 있고, 아니면 돈이나 명예나 권력에 미칠 수도 있다. , 명예, 권력 있는 자들은 남 보기에 좋아보일지 몰라도 남의 시기와 증오의 대상이 된다. 그 뿐인가. 갖고 있는 돈, 명예, 권력을 남한테 빼앗기고 잃을까봐 전전긍긍하면서 사서 고생하는 사람들인 것을 알 수 있다.

 

종교에 미치는 것이 허깨비에 홀리는 일이라면 예술에 미치는 것은 삶 그 자체보다 그 그림자를 좇는 일이다. 마치 사물이 그 그림자를 위해 존재하는 것으로 착각하고, 진품보다 모조품을 애지중지하는 것과 같다. 눈에 보이는 사람도 사랑하지 못하면서 눈에 안 보이는 신을 사랑한다는 것도 그렇고, 자기 자신도 제대로 사랑하지 못하면서 어떻게 이웃을 참으로 사랑할 수 있을까.

 

예술을 한답시고 남들처럼 열심히 살지 않고 그저 사는 흉내나 내면서 문화적인 귀족 특권층인양 행세하는 자칭 시인, 문인들의 수박 겉핥기식 삶을 존경하는 것도 우습다. 시 쓰고 글 쓰는 사람이 따로 있나. 아무나 사랑하는 가슴으로 또 아름다움을 보는 눈으로 쓰는 것이 시고 사랑하며 사는 것을 쓰는 것이 작가다. 예술인들은 실제로 살아보는 대신 상상으로, 환상으로, 망상으로 말이나 글로 때워버리는 사람들 아닌가. 마치 일부 신부, 목사, 스님들이 설교와 기도, 염불 등으로 먹고 사는 것과 다름없다.

 

그렇다면 사랑을 하며 사는 삶 그 자체에 미쳐보는 것 이상 숭고한 삶은 없다. 열심히 살아보는 것이 정답이다. 열심히 산다 해도 고역 치르듯 사는 것은 정말 삶의 기쁨을 모르고 헛사는 것이다. 고생(苦生)이 아닌 낙생(樂生)을 살아야 한다. 자는 것, 먹는 것, 일하는 것, 숨 쉬는 것, 일거수일투족, 일거일동, 모든 것이 가슴 뛰는 대로 설레고 뿌듯하고 황홀한 삶을 스스로 살아야 한다. 미치도록 취하도록 죽도록 사는 삶이 가장 잘 산 삶일 것이다.





편집부 기자
작성 2019.06.05 11:17 수정 2019.06.05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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